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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장·예술감독 안성수(81 신방)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4-10 오후 2:21:46 수정일 2017-04-10 오후 2:25:37 조회수 669


인간의 몸동작, 그 매력과 경이로움
“춤이란 눈으로 보는 자유입니다”


대학 재학 중 영화를 공부하러 미국으로 떠났다. 우연한 기회에 춤에 매료됐다. 춤으로 진로를 바꾼 뒤, 줄리어드 무용과를 졸업하고 무용단을 이끌며 1999년부터는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해왔다. 국내외에서 호평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안무가, 연출가로 우뚝 선 안성수(81 신방) 동문이 2016년 말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실에서 안성수 동문과 만났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업무를 시작하셨습니다만, 국립현대무용단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__감사합니다. 임기가 3년인데 짧은 기간이죠. 이미 2017년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고 지금은 2018년 계획을 하고 있고, 또 그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2019년 계획을 잡게 될 것이고요. 그러다보면 3년은 금방 지나갑니다. 열심히 할수록 더 빨리 가겠죠? (웃음)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는 각오입니다. 1년에 두 개 정도는 신작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기도 합니다.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에 영화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는데, 춤에 입문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__유학 생활이 다 그렇지만 워낙 힘들어서인지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스트레칭 클래스에 등록했죠. 열심히 하다 보니 발레, 현대무용 하는 클래스가 자꾸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한번 해보자 싶어 시작했는데,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할까, 당시 제가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돼 있었거든요.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니라 내 몸 뿐이더군요. 내 몸만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부릴 수 있구나. 그래 이거다, 몸이다! 움직임이다! 이랬던 겁니다. 당시 몸이란, 춤이란 저에게 자유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로를 완전히 바꾼 건 정말 파격적인데요. 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늦어도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게 대부분인데 20대 중반 나이에….
__춤 교육에 관한 미국의 풍토, 문화가 우리와 달라요. 나이 들어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선입견이 없죠.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만큼 몸과 춤에 대한 개념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선생님의 설명을 어린 친구들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실현해낼 수 있었죠. 인간의 동작, 춤이란 시간과 공간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죠. 시간성과 공간성을 깊이 성찰하고 다른 무용수들을 정확히 관찰하면서 배워나갔기 때문에, 늦게 시작한 것에 오는 핸디캡 같은 걸 크게 느끼진 않았습니다. 가장 큰 동력은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굶는 한이 있어도 이걸 해야겠다,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죠.

현대 무용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 모르겠다, 선뜻 다가가려 해도 친숙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__인정합니다. 사실 무용인들 자신에게는 대단히 절실하고 심오한 어떤 것을 진실하게 표현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게 매우 추상적으로 심각하게 표현되곤 하죠. 뭘 뜻하는지는 알쏭달쏭하고. 추상적인 것이 좀 더 이해될 수 있게, 또 즐길 수 있게 객관적으로 표현돼야 하는데 그냥 추상 그 자체로 주관적인 차원으로만 남는다고 할까요.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해야죠. 현대 무용이 낮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움직임, 그 자체를 일단 경이의 눈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굳이 어떤 의미를 끌어내고 해석하기보단 말이죠. 사실 현대 미술도 비슷하죠.

그렇다면 단장님의 예술관이랄까요, 그런 것이 궁금해집니다. 현대 무용은 순수 예술입니까?
__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 이런 칸막이에 대한 관념 자체가 저는 별로 없어요. 무용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 예술이죠. 물론 예술영화라는 일종의 장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내가 볼 때 재미있어야죠. 예술영화는 예술영화 나름의 재미가 있는 거고. 현대무용도 재미있게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관객을 애매모호한 방식으로 이끄는 건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의식보다는 ‘나는 엔터테이너다’, 이런 의식이 더 강한 편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이신데요, 실제로 무대 현장에서 뛰시는지요?
__그럼요. 사무실에 앉아 있는 단장을 생각하시기 쉽지만,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행정 업무는 해당 직원들이 사실상 전담하고 저는 큰 방향만 제시합니다. 저는 예술감독으로서 무용수 트레이닝과 창작, 그리고 무대에 집중합니다. 제가 무용을 종합예술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음악, 미술, 조명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하는 게 현대 무용입니다. 더구나 현대 무용이라고 해서 다른 무용 분야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융합합니다. 발레나 한국 무용, 국악과도 활발하게 소통합니다. 그런 여러 분야 예술가들과 함께 하면서 작품을 선보이는 게 제 본연의 일입니다.

그야말로 ‘무대 체질’이십니다. (웃음) 현대 무용도 객석의 관객들과 교감을 하면서 이루어지는지요?
__물론이죠. 그것도 아주 깊이, 민감하게 교감합니다. 이 점에서 외국이 부러운 면이 있어요. 독일에는 크고 작은 도시마다 극장이 있는데, 슈바인푸르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시민들이 잘 차려 입고 삼삼오오 극장에 모이더군요. 극장 관계자와 이야기해봤더니 이 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주민들이 무조건 신뢰하고 온다는 겁니다. 매 공연마다 매진에 가까운 예매율을 기록하고, 그 수익으로 극장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교감을 넘어서 신뢰가 깊이 쌓인 겁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공연한다고 하면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한국 현대 무용의 수준이랄까, 국제적인 경쟁력을 평가해달라고 부탁드리면 너무 지나친….
__귀국한 뒤 한예종(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참 좋더라고요. 감(感)이 아주 좋다고 할까요. 음악과 표현을 정확히 조응시키면서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요. 서양 무용수들은 묵직하고 힘이 좋고 선이 굵다고 할까요. 이에 비해 우리나라 무용수들은 부드럽고 정확하고 음감(音感)이 탁월해요. ‘이거 보물이구나!’ 이런 생각 들 때가 많죠. 이런 무용수들을 해외에 더욱 널리 알리고 보여주고 싶어요.

‘서강대학교 학생 안성수’는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__제가 서강대학교를 유학 떠나기 전까지 1년 반밖에 다니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오신다고 할 때 제가 응해도 되는 건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총동문회의 동문 자격은 입학이 기준입니다. 서강에 한 번 발 들여놓으면 총동문회에서 못 빠져나갑니다. (웃음)
__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웃음) 솔직히 학교 수업에서 흥미를 느끼진 못했어요. 80년대 초라는 시대 상황 탓에 휴강이나 휴교도 잦았고, 전체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차라리 요리 같은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는 교육기관으로 갈 걸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킨젝스 활동을 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킨젝스 7기인데 세컨 기타였죠. 친구들과 술도 많이 마셨고. 아! 그땐 젊었죠. 모두가 그렇듯이.

3월 말에 시즌 개막작을 올리신다고 들었습니다. 무용계 안팎의 기대가 클 텐데요.
__2017년 시즌 개막작으로 ‘혼합(Immixture)’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올립니다(3월 24일~26일). ‘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초청작으로 작년 6월 파리사요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죠. 동서양의 음악 위에 섬세하고 연속적인 전통춤과 현대적 움직임을 얹었습니다. 눈으로 보는 음악이 될 겁니다. 특히 동양적인 움직임은 춘앵무(春鶯舞)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어요. 한국의 전통 검무(劍舞)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여기엔 2015년 파리 테러 당시 현장 가까운 곳에 있던 제 경험이 녹아있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뜻이 담겼죠.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__내 앞에서 바로 지금 누군가 인간이 몸을 움직인다. 사실 예사로운 일 같지만 이건 엄청난 일이거든요. 눈앞에서 움직이는 인체의 경이로움.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이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에요. 이렇게 인간이 움직이는 시각적 측면에 음악, 그러니까 청각 측면까지 어울리면 더욱 매력적이죠. 이런 예술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성숙한 관객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2017년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에 기대와 관심을 보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시즌 개막작 ‘혼합’을 통해서 현대 무용과 좀 더 친숙해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 2017년 시즌 개막작 ‘혼합(Immixture)’의 한 장면
<Photo by Aiden Seungtaek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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