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명강의]이재선 국문과 명예교수 > 동문소식

본문 바로가기


HOME > 새소식 > 동문소식
동문소식
동문소식

[내가 기억하는 명강의]이재선 국문과 명예교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22 09:36 조회13,118회 댓글0건

본문

현대소설론 강의에서 이재선 선생님을 처음뵈었다. 수강생이 적지 않았다. 국어국문학과 학생만 이 강의를 듣는 게 아니었다. 인문대학은 물론, 타 단과대 학생도 강의실을 차지했다.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관객처럼 강의를 기다렸다. 선생님 강의는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만 유명한 게 아니었으니 서강의 문청들은 선생님 강의를 당연하듯 거쳤다.

현대와 고전의 경계를 오간 것은 물론, 박학다식과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전범(典範)이 바로 선생님 강의였다. 어린 제자는 놀라웠다. 문학적 주제론, 러시아형식주의, 구조주의, 정신분석비평 등 선생님께서는 문학을 읽는 눈을 확 뜨게 해주셨다. 이런게 공부의 개안이구나 싶었다. 국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개척하신 선생님은 영어 이론서는 기본이고 독일어, 중국어 이론서도 부지런히 구해 읽으셨다. 학자의 해외 체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 안식년에 하버드-옌칭 연구소에서도 수학하셨다.

 

공부를 더 해 보겠노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선생님과의 인연이 더욱 깊어졌지만 그 인연은 편안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을 늘 긴장시켰기 때문이다. 그 긴장은 바로 당신의 학문에서 오는, 그러니까당신의 쉼 없는 공부가 만들어내는 긴장이었다.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대충이 없었다. 읽어야 할 텍스트와 과제 양이 만만치 않았으나 선생님 강의는 휴강이란 게 없었다. 솔선수범하시며 제자들을 학자로 키워주신 선생님이다.

박사학위를 어렵사리 취득하고 지방 사립대학 전임 교수로 채용된 미련한 제자에게 선생님께서는 “지방의 사무라이가 되지 말라”라고 충고해주셨다. 딴 데 한 눈 팔지 말고 공부에 몰두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러나 미련한 제자는 선생님 충고만 생각하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두 해 전, 선생님께서 ‘이광수의 지적편력’이라는 저서를 보내 주셨다. 책은 이광수의 지적 편력이 아니라 선생님의 지적 편력이었다. 정년하신 선생님의 역작을 받아든 제자는 선생님께서 여전히 안녕하시구나 싶은 생각에 기쁘면서도 미련한 제자의 공부를 채근하는 것 같아 마음이 크게 송구스러웠다. 선생님의 존재는 이렇게도 무겁고 깊은 것이다.


양진오(85 국문)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재선 교수는 누구인가
이재선(76세)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1969년 모교 부임 이후 2002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33년 동안 서강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현대소설이론을 전공한 문학평론가이자 학자로서 한국문학 실증적 연구와 미학 분석 및 통시적 연구를 통한 체계 정립 등에 힘썼다. 저서로 ‘한국단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사’,‘ 한국문학의 주제론’ 등이 있다. 한국일보사 한국출판문화사 저작 수상 대상과 한국문예진흥원 대한민국 문학상 평론상을 수상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158건 278 페이지
동문소식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003 24대 회장단 상견례 및 첫회의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08-11 13112
3002 프라이스 신부 9주기, 사제관서 추모미사 첨부파일 관리자 2013-09-04 13110
3001 모교발전 동참, MBA 송년의 밤 첨부파일 관리자 2014-01-03 13109
3000 우리는 하나, 화이팅 외친 ROTC동문회 첨부파일 관리자 2013-12-23 13109
2999 2학기 장학생 27명에 63,967,386만원 지급 최고관리자 2004-09-24 13107
2998 춘천지부 댓글1 최고관리자 2004-03-11 13107
2997 84학번 입학30주년 추억의 사진전-정외 첨부파일 관리자 2014-10-22 13107
2996 펀드 투자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첨부파일 관리자 2007-07-19 13106
2995 신방 카타리나 장학금, 첫 장학생 선발 첨부파일 관리자 2016-05-18 13103
2994 사진으로 보는 서강50년<5> - 교표 관리자 2009-09-15 13102
2993 KBS재직 서강동문회, ‘KBS 동문장학금’ 2학기부터 수여 관리자 2007-04-24 13099
2992 이상돈(73 경제) 외환은행 부행장 승진 첨부파일 관리자 2010-03-30 13097
2991 든든한 네트워크 다진 금융인의 날 첨부파일 관리자 2015-11-05 13096
2990 이원복(72 사학) 동문 부산박물관장 선임 첨부파일 관리자 2016-11-23 13093
2989 64학번 동기회, 입학 45주년 기념 송년모임 첨부파일 관리자 2009-12-14 13093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7 THE SOGANG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서강대학교총동문회 | 대표 : 김광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5-82-61502
서강동문장학회 | 대표 : 김광호 | 고유번호 : 105-82-04118
04107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아루페관 400호 | 02-712-4265 | alumni@sogang.ac.kr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약관 / 총동문회 회칙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