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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사제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 류충렬(78.전자)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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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7-08-31 19:14 조회12,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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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 류충렬(78.전자) 동문

에피소드 1: 동문회 이사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회비도 잘 내던 모범생 이사 한 분이 어느 날부터인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생업에 바쁜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동문이 화곡동에 있는 예수회 신학원을 방문했다가 젊은(?) 수사들 틈에 끼어있는 그를 보았다고 한다. “어? 40이 다된 나이에 여태껏 결혼을 안 했단 말인가요?”

 

에피소드 2: ‘오늘 방학을 했다. 상을 많이 받아 기뻤다. 어머니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의 책상에서 몰래 훔쳐본, 반듯한 글씨로 씌어진 그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일기장의 첫 장이다(아직도 비교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 마치 그의 미래를 예견한 듯한 일기장 내용처럼 인천의 명문고를 졸업하고, 고교 선배인 박동철(76․전자) 동문의 멋진 학교 소개에 홀려 서강에 입학했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적지 않은 동문들은 아직도 그가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으나 바빠서 연락이 잘 안 되는 줄로 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27일 명동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류충렬(78․전자) 동문이다. “내 이야기가 서강옛집에 나가면 친구들이 빚 받으러 올 텐데...” 인터뷰를 요청하자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면서도 크고 맑은 눈과 덧니가 드러난 입이 활짝 웃는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나이(극구 숨기려한다)에 서품을 받은 소감이 어떨까? “에이 뭐, 그냥, 쑥스럽죠. 하하하” 또 웃는다.

 

그가 쑥스러워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삼형제 중 막내 동생인 류형렬(191·종교) 신부가 예수회에 먼저 입회하여 2002년 서품을 받았고, 맏형인 그가 뒤이어 예수회에 입회, 올해에 서품을 받은 것이다. 세속적인 나이로 보면 맏형과 막내이지만 수도회 경력으로 보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한국 예수회에서 처음으로 형제 신부가 탄생, 서품식 날 화제를 모았었다.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왜 신부가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첫 번째로 사제로서의 삶을 장래희망 목록에 올리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가을부터 다니기 시작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사제의 모습이 멋있어 보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학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급성 신장염을 앓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병원에 입원치료 받으면서 회복하는 듯 하다가 그해 여름방학 때에 재발하면서 위험한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생활도 남들처럼 활발하게 하지 못했고, 2학년 말까지는 하숙집, 강의실, 도서관 그리고 병원, 이 네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낸 것 같아요. 그래서 건강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좀 생각했었어요. 믿음이 매우 간절하던 때였습니다. 3학년이 되던 1980년은 제게 쉴 수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해였지만 다섯 달 동안 지속된 휴교령으로 인해 집에 내려가 몸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4학년 때에는 당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도망 다니던 사람들을 숨겨준 최기식 신부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사제의 길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오갈 데가 없어 도망다니던 사람들이 지병 때문에 앞으로 어찌 살아갈지 막막한 나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번째 계기는 카이스트 졸업 후 직장에 다닐 때 겪은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던 순간에 사고현장 근처에서 승진한 직장 동료들을 축하한다고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주점에서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보낸 일이다. 대형 사고가 터졌음은 다음날 아침 출근하고서야 알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누구는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누구는 살아있음을 즐기는 아이러니란…. 이렇게 살다가는 양심에 꺼리는 일만 계속하며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결국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예전에 한구석으로 밀어 두었던 성직자로서의 삶을 생각하면서 예수회 성소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고 거기서 마음을 굳혀 97년에 입회했다. 그리고 2년간의 수련원 생활을 통해 기도와 식별 과정을 거치면서 99년 서원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오랫동안 강박처럼 따라다니던 건강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 외국에 나가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게 되었고, 남의 일처럼 여겼던 ‘언 땅에 삽질하는’체험도 하게 되었다.


남들과 관계를 맺는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면 아직도 지고 갈 몫이 많고 갈 길도 멀지만, 저절로 많이 포기하고 살아야 할 나이로 들어섰는지 예전보다 불만은 줄어들고 감사할 일은 늘었단다. 남들보다 늦게 서품을 받았으니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소박하다.


“제가 꼭 필요한 곳으로 보내주시겠지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서품식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서원을 했던 것처럼 그를 필요로 하는 곳 어디로든 힘차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정명숙(83·불문) 총동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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