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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옛집 편집인10년 마치며,송영만(74정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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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6-12 11:22 조회11,0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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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으로서 얼추 10년,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 역시 갑년을 맞아 머리에 허옇게 서리가 내렸다. 긴 세월이다…. 나의 오십대가 온전히 투영된 꼴.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30~40대를 보내고 옛집에 안겨 성찰과 반추의 10년을 보냈으니 일면 행복했다.

지천명에 근접도 못한 지리멸렬의 내 나이 쉰, 출판 국제행사에 어쭙잖게 완장 차며 돌아다니던 시절, 제 염통 스는 줄 모르고 어깨를 으쓱대던 그때, 동문회의 콜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남들은 쑹덩쑹덩 여덟 학기에 마치는 학부과정도 뭐가 아쉽다고 한 학기 더하며 질퍽였던 나. 그 퇴행적 트라우마 때문인지, 79년 대학졸업 후 한 10여 년은 신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노고산 언덕에는 눈길조차 멀리했다.

편집증적 증세는 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가 어느 날 대뜸 반전으로 치닫는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잉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역사의 명제는 가끔 한 개인에게도 파고든다.

몇 차례 글을 쓰고 인터뷰에 응했던 게 계기가 된 것인지 편집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전갈이 왔다. 2001년 봄이었다.

한술 더 떠 편집담당 부회장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한 3~4년이면 되겠지….’ 그런데 웬일, 총장과 이사장이 서너 차례 바뀌는 데도 꼬리표는 아메바처럼 분식돼갔다. ‘자랑스러운 서강인상’ 심사위원장으로, 총장추천위원회 위원으로, 5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주렁주렁 인식표가 늘어만 갔다.

돌이켜보면 분명 나에겐 과분했고 호사(?)에 가까웠다. 20대의 까닭 모를 불만. 기운생동과 좌절의 연속인 30~40대. 서강에 대한 먼발치의 방관자적 감정에서 천형처럼 코가 꿰인다. “너의 불온한 네거티브 20년을 앞으론 몇갑절 보상하며 살아라.”

참 수많은 동문들과 때론 얼굴도 붉혀봤고 때론 박장대소하며 희희덕 거렸던 봄날 같은 세월이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편집위원들의 면면, 시니컬한 위트와 유머로 웃음기 넘쳤던 편집회의,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차출된 황금비율의 네트워크, 모두 자랑스럽다.

오늘도 서강옛집의 이런 아이덴티티를 푼수처럼 자랑삼아 되뇐다. 출판도시의 무슨 회장을 하고 이런저런 공직에서 뭔 역할을 해도 이런 풍모, 이런 캐릭터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회오리가 몰아칠 때도 까칠한 이슈와 부박한 실용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도 서강옛집은 근본이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단순하고 명쾌한 그 가치를 지키려 애쓴 지난 10년이었다.

6만여 동문들로부터 사랑받는 서강옛집, 그 영원한 진리를 지켜나가려 부대끼고 호흡해온 편집위원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옛집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다.


송영만
(74 정외)
총동문회 부회장, <서강옛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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