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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경찰청장 강인철(78 경제)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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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4-06 17:01 조회19,0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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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좋은 경찰’ 될 수 있습니다.
광주지방경찰청장 강인철(78 경제) 동문

서강과 제복. 선뜻 연결되지는 않는 이미지다. 동문들의 활동 분야 중 공직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고 경찰과 군대는 더욱 그렇다. 그 드문 동문들 가운데 강인철(78 경제) 동문이 2015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하며 광주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본지 표정훈(88 철학) 편집인, 정명숙(83 불문) 편집위원, 정범석(96 국문) 기자가 지난 1월 28일 광주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자랑스러운 제복을 입은 강인철 동문과 만났다.

승진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경찰관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십니다.

감사합니다! 눈 오는 날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경찰관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만, 그럴 때마다 ‘내가 제대로 경찰 생활을 해왔구나’ 생각합니다. 경직되어 있거나 권위적이거나, 경찰관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니까요. 경찰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경찰관이나 경찰서라고 하면 가까이 하기엔 부담스럽고 경우에 따라선 괜히 위축되는 것 같고 그렇지요. 경찰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요. 부하 직원들한테 늘 강조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자! 경찰을찾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자.’

1992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신 뒤 1995년 경정특채로 경찰에 투신하셨습니다. 그 전엔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경상대 학생들은 괜찮은 기업 네댓 곳 중 골라 취업하는 게 보통이었죠. 저는 은행에 취업하면서 ‘은행은 문도 늦게 열고 4시면 닫으니까 공부할 시간이 많겠다’ 생각했어요.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죠. 셔터가 내려져 있어도 그 뒤에서 얼마나 바쁘게들 일하는지 몰랐어요. 월급도 모으고 공부도 해서 경제학으로 유학을 떠날 작정이었어요.

은행이면 안정적인 직장이고 경제학이라는 전공과도 맞는 셈인데,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법고시에 도전하셨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가 아니라 늦은 나이죠. 사법고시에 도전하게 된 건 거창한 목표나 꿈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제 자신한테 정신을 한 번 바짝 차리게 하고 싶었어요.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 되서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삶을 일신(一新)시켜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한 건데 운이 닿았는지 합격했습니다. 인생이라는 게 거창한 이유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게 아니지요. 순간순간 상황과 우연에 따라 길이 정해지는게 인생이 아닌가 싶어요.

사법고시에 합격하셨으니 법조계 진출이 당연할 텐데, 경찰을 택하셨습니다.

경정특채 제도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사법연수원 동기 한 명이 그런 게 있다면서 자기는 거기 지원할 거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제가 고시 동기 중에 나이도 많은 편이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덜컥 지원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나요. 친구 따라 경찰 간 거죠. (일동 웃음) 경정 특채는 일 년에 두세 명 정도 뽑습니다.

‘서강대생 강인철’은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제가 ROTC(20기)를 했어요. ROTC 출신 중 사법고시 한 사람도 드물고 경찰에 진출한 사람도 매우 드물죠. 서강학보사에서 기자로 일했는데, 2학년 때까지 제법 열심히 했습니다. 모교가 학사관리가 엄격하고 학점도 짠 편이죠. 전공인 경제학은 어렵기도 하고 별로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는데 오히려 부전공인 정치외교학에 몰두했죠. 전공 학점은 좋지 않은데 부전공 과목은 거의 A를 받습니다. 이상우 교수님, 김상준 교수님 강의가 기억나네요.솔직히 학교생활이 답답했어요. 학사관리가 엄하고 강의도 철저한 건 좋은데, 강의와 공부 외에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나마 학보사 활동이 제 숨통을 틔워준 셈입니다. 도서관에서 책 많이 읽은 것도 탈출구였고요. 그런데 졸업한 다음 타교 출신들 만나면 자랑해요. “서강대학교처럼 제대로 가르친 대학이 또 어디 있었느냐. 당신들 나온 대학은 공부 제대로 안 시켰지?” (일동 웃음)



경찰관 생활은 어떠셨습니까? 서강 출신도 거의 없고 경정특채 출신도 드문데요.

외롭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경찰관들이 다 그렇습니다만, 가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참 미안합니다. 토요일, 일요일도 어김없이 나와서 업무를 챙겼어요. 경찰 입문 뒤 처음부터 형사과장을 지원했어요. 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장이 첫 보직이었는데, 한 해에 시신 수백 구를 봤습니다. 경찰 생활 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다뤘는데, 모든 사람이 나름의 어려움과 사연을 갖고 있더라고요. 참 다복해 보이는 사람도 자기 내면이든 가족 관계든 또 사회생활 관계든 나름의 곡절과 아픔, 그늘을 갖고 있어요. 좀 거창하게 말하면, 경찰관으로 살아오면서 인생과 사람에 관해 다른 분야에서는 얻을 수 없는 통찰 같은 걸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련하고 나약하기도 한 것이죠.

사람에 관해, 삶에 관해 거의 도통(道通)하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일동 웃음)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수사하다보면 한 사람에 관해서 그야말로 종횡으로 파헤쳐봐야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살아온 역사, 개인사를 다 들여다봐야 하고 또 그 사람의 가족관계, 직장 생활, 사회관계 기타 모든 횡적 관계를 철저히 체크합니다. 한 사람의 민낯, 여실한 삶이 다 드러나는 건데, 돈 많고 적고나 지위가 높고 낮고 상관없이 인간은 모두 아픔을 지니고 있더라고요.

역시 도통하신 것 같은…. (다시 웃음) 경찰관으로서의 근무 신조랄까, 어떤 철학이 있다면.

다수 직원들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겁니다. 또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경찰,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경찰을 만들자는 거고요. 얼마나 실현했는지 제 스스로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사실 경찰관은 사회적 평판, 명예, 금전적 보상, 삶의 여유, 그 어떤 면에서도 높지 못한 직종이죠. 업무상 상대하는 시민들도 지위가 높기보단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고요.어려운 처지에 빠진 분의 문제를 해결해드리고 나서 그분이 감사하다고 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가지고 인격적으로 대했을 때, 직원이 제게 ‘다른 분들과 다르시다. 좋은 분이다’라고 평가해주면 정말 기분 좋아요. ‘좋은 경찰관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좋은 경찰관’도 될 수 있으니까요.

경찰관 생활을 통해서 사람을 깊이 통찰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만, 사회에 대해서는 어떤 점을 느끼십니까?

최근 피부로 느끼는 건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처음 경찰에 입문한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자살은 이례적인 사건에 드는 편이었지요. 그래서 걱정됩니다.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오늘날 사람들이 해체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최근엔 모교에서 공직으로 진출해서 활동하는 동문들도 늘고 있습니다. 공직자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원칙적으로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능력을 발휘해서 승진하고, 이렇지만 사실 인간관계가 정말 중요해요. 인간관계에는 인맥이나 학연, 지연도 포함되는 거고요. 서강 출신은 능력도 뛰어나고 도덕성도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넓은 의미의 사회성, 친화력이랄까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가 되려면 혼자 뛰어난 걸로는 부족해요. 이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동문들이 공직 분야에 드문 편인데, 앞으로 공직에서 크게 활동하는 동문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경찰은 저까지 예닐곱명 정도인 걸로 알고 있어요. 동문들이 이익집단화하거나 배타적인 패거리가 되면 결코 안 되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조언하고 이끌어주는 건 정말 필요합니다.

오늘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강인철 동문은
전주고등학교, 모교 경제학과를(78학번) 졸업했다. 1992년 사법고시(34기)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5년 경정특채로 경찰에 투신하여 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장을 시작으로 무안경찰서장, 경찰청 법무과장, 서울종암경찰서장, 경찰청 장비과장(총경), 전남지방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등을 거친 뒤 2012년 경무관으로 승진해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을 역임하고 2015년 치안감으로 승진하여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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