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영희(71 영문) 교수를 기리며-“상처 없이 치유자가 될 수는 없어요” > 동문소식

본문 바로가기


HOME > 새소식 > 동문소식
동문소식
동문소식

故장영희(71 영문) 교수를 기리며-“상처 없이 치유자가 될 수는 없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17 22:21 조회11,393회 댓글0건

본문

故장영희(71 영문) 교수를 기리며

“상처 없이 치유자가 될 수는 없어요”

 

장영희(71 영문) 모교 영문학과 교수가 5월 9일 사망했다. 5월 13일 오전 9시 모교 이냐시오성당에서는 유시찬 이사장 주례로 장례미사가 열렸다. 故장 동문은 모교에서 문학사와 문학석사를 받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얻은 뒤 1985년부터 모교 강단에 올랐다. 어릴 적 앓은 소아비로 인해 두 다리와 오른팔이 불편했던 장 동문은, 2001년 암 진단 이후 투병 생활을 거듭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삶에 대한 감사와 용기를 잃지 않았고, 암 환자와 장애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통해 큰 감동을 주어 왔다. 장 동문을 애도하는 동문의 마음을 담았다. < 편집자>

장영희 선생, 왜 그렇게 빨리 갔어요? 난 그대가 그렇게 빨리 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지난 5월 9일 토요일 오후 1시 7분 19초에 ‘안부’라는 제목으로 그대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확인해줄 수신자가 세상을 떠나버려 지금도 그 메일은‘확인안함’이란 수신 기록을 지닌 채 서강대학교 메일 시스템에 떠 있네요. 메일 내용은 자잘한 내 신세한탄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후에 소식 듣고 문상 갔을 때 동생들한테서 들으니 그대는 그 즈음영면의 길로 떠났데요.

그리고 그대는 이제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어요. 서강의 역사, 한국 영문학 연구의 역사, 빼어난 한국어 문장의 역사, 수필 문학의 역사, 한국 여성사의 일부가 되었네요. 지금도 X관 1층 그대의 연구실 옆 벽면에는 그대를 추모하는 학생들의 글귀가 적힌 쪽지가 가득해요. 그대에게 배웠던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 그래서 고맙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많아요. 그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치는 것이 “항상 필요할 때만 교수님께 연락드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라는 것이었어요. 정말 그래요. 정말 그렇게 우리는 모두‘사랑에 지각하는 존재’들이에요.

그러나 이런 범상한 사랑의 게으름뱅이들과는 반대로 그대는 즉각적인 사랑의 실천자 였어요.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이냐시오 야학을 준비하던 그대의 사랑, 사랑하던 친구가 생활이 어려워지자 선뜻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고 조용히 도움의 손길을 모으던 그대의 부지런한 실행력, 영문학과 총동문회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대의 뜨거운 열정. 그러고 보면 그대는 부드러운듯하면서도 강철 같은 혼과 힘을 지닌‘강철 불꽃’이었어요. 자기 열정으로 항상 주위를 밝혔어요. 그것이 즉각적 사랑의 실천이었고요. 그리고 이제 그대는 제자들, 문학을 사랑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안티고네나 스카렛 오하라 같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정신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 담론의 주인공’으로 변화했어요.

1971년 봄부터 나는 그대를 보았지요. 그때도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머리칼은 오월 단오 날 창포물에 막 감은 것처럼 유난히도 찬연한 광채를 내며 빛나고 있었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대를 바라보았고 어떤 때는 아주 생소한 장소에서 그대를 만나기도 했어요. 남편이 뇌졸중으로 투병하느라 재활 병원에서 긴긴 입원생활을 하고 있을 때 재활 병원 복도, 원무과, 화장실 등지에 붙여진 신문에 연재 중인 그대의 글귀를 만나기도 했어요. 그대의 말은 언제나 샘물 같은 생기와 도전으로 콸콸 쏟아졌어요. 암과 싸우면서 그대의 말은 폭포수나 분수처럼 더 푸르게 솟아올랐어요. 그대의 말은 재활병원이나 암 병동의 모서리, 모서리에서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위로와 미소와 치유의 힘을 준 것을 내가압니다. ‘상처 받은 치유자’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상처 받은 치유자’란‘상처가 없는 사람은 치유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스스로 자기 상처를 고친 사람만이 타인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대는 바로 그렇게 문학과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고통과 시련을 치유했기에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치유 하는‘신성한 치유자’가 된 것이에요. 그래서 그대는 위대한 여성 생존의 역사이자 여성 치유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레퀴엠을 들을게요.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 등 많은 레퀴엠이 있어요.

그래요, 그대는 평화롭고 부드러운 포레의 레퀴엠을 불러오네요. “죽음이란 슬픔에 차서 이승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가득 차서 저 세상을 맞이하는 것”이란 포레의 말이 좋아서요. 그대여, 주님의 평안 속에 영면하소서. 그리고 많은 고통과 시련을 가진 이 땅의 사람들의 영혼 속에 매순간 순간마다 즉각적인 치유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소서.

김승희(70 영문) 모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152건 124 페이지
동문소식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07 서강목회자회, 서강기독동문회 발족 논의 첨부파일 관리자 2013-09-10 11388
5306 최고경영자과정 동우회 골프대회 첨부파일 이선비 2009-12-21 11388
5305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베를린 영화제 특별상 수상 첨부파일 관리자 2007-03-18 11388
5304 서강경제포럼 재도약, 서강학파 열정 살린다 첨부파일 관리자 2010-06-11 11389
5303 2009 자랑스런 서강인상 수상 인터뷰 첨부파일 이선비 2009-12-21 11389
5302 화살과 노래 첨부파일 최고관리자 2004-09-21 11389
5301 STEP 대만서 워크샵 개최 관리자 2010-06-07 11390
열람중 故장영희(71 영문) 교수를 기리며-“상처 없이 치유자가 될 수는 없어요” 관리자 2009-06-17 11394
5299 컴퓨터공학과 장학금 대표 국진성(81 컴퓨터) 동문회장-“전공서적 깜짝선물 준비, 학과후배 기분좋게 놀래켜야… 첨부파일 관리자 2011-06-10 11396
5298 [장학소식] 84 사학장학금 운영하는84학번 사학과 동기회-“끈끈한 멤버십, 장학사업으로 다져졌죠” 첨부파일 관리자 2010-12-23 11397
5297 서감회 신년회 겸해 합격동문 셋 환영식 첨부파일 관리자 2015-02-23 11398
5296 "야호!" 64학번 등산화 준비하세요 유진아 2006-04-25 11398
5295 경제대학원, 흥겨운 가족 잔치 첨부파일 관리자 2005-12-19 11398
5294 호상 장학금 가족, 북한산 여름 산행 관리자 2013-06-17 11399
5293 [신간안내] 긴 자동차, 딸기 스테이크, 레떼를 건너왔어요 첨부파일 관리자 2012-09-11 11399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7 THE SOGANG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서강대학교총동문회 | 대표 : 김광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5-82-61502
서강동문장학회 | 대표 : 김광호 | 고유번호 : 105-82-04118
04107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아루페관 400호 | 02-712-4265 | alumni@sogang.ac.kr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약관 / 총동문회 회칙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