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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는 잃었던 고향 같은 것...소리극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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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8-20 11:08 조회16,1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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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박찬응 동문

 

'서강 출신 여성 포크가수'라고 하면 모두들 양희은 동문을 떠올린다.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서강에는 또 한 명의 여성 포크가수가 있었다. 세상에 단 두 곡만을 남겼을 뿐이고 그 노래마저 7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가요 사상 유례가 없는 '창법 미숙'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던 비운(?)의 가수 박찬응(69.영문)동문이다. 처절하게 가슴 속을 후벼파는 슬픈 목소리로 '섬아이' '평화로운 강물'을 불렸던 그 박찬응이 잊고 살았던 30년 긴 세월을 걸어나와 팬들고 감격적인 재회를 하여 화제다. 인터넷 포크 동호회 '바람새'가 6월 29일 문화일보홀에 마련한 콘서트에서 였다. 

 

"결코 쉽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30년만의 공연이라 긴 세월동안 제 노래를 듣지 않은 사람들에게 타임캡슐 속에 들어갔던 파묻힌, 골동품 같은 노래를 어떤 모습, 어떤 목소리로 들려줄 것인가가 고민인었거든요. 더우나 제가 판소리를 하여 음계가 절대음과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음계를 내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그렇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많은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들으며 다 같이 좋아하고 울고...눈물은 순수예요.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살았던 순수가 포크를 들으며 감동 속에 되살아난 것이죠. 포크는 잃어버린 고향 같은 겁니다." 

 

그 날의 감동이 살아난 듯 말하는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그러다가 노래 '섬아이'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끝내는 눈시울을 붉힌다. 대학 졸업 후 외국 노래를 번안하기도 하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박동문은 졸업하던 해인 73년 봄, 연세대 유공관 뒤 잔디밭에서 콘서트를 열게 되는 데 우연히 그 곳에 들렀던 싱어송라이터 김의철과 만나게 된다. 김의철은 훗날 양희은 동문의 음악 스승이자 한국 포크의 대부로 떠오른 인물. 김의철은 1971년 고2 여름 방학 때 강원도 북평의 추암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서울서 내려 온 도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잠이 든 외로운 섬소년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 만든' 노래 '섬아이'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애타게 찾던 목소리의 주인공 박찬응을 만난 김의철은 콘서트 후 무작정 뒤를 따라가 노래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고 그 노래에 푹 빠진 박찬응 동문은 함께 음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곧 금지곡이 되는 바람에 가수의 길을 접었다. 대신 연극에 빠져든 박 동문은 재학시절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박경애(69.영문) 동문을 따라 한 달간 판소리를 배우게 된다. 

 

"판소리를 접한 건 놀라움 그 자체였어요. 제 목소리가 어떤 목소리인지 알게 된거죠. 중고교 시절 음악선생님 중 한 분이라도 '네 목소리는 판소리에 어울린다'는 한 마디만 조언해주셨더라도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안지는 않았을 텐데....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모두 서양식 가성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나 혼자만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눅이 들었었거든요." 

 

자신의 목소리가 한국의 '소리 목'임을 깨닫게 된 박찬응 동문은 75년 1월 하와이대로 유학을 떠났지만 소리에 대한 갈증을 버릴 수 없어 방학 때마다 귀국해 소리강습을 받다가 소리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79년 완전 귀국했다. 이후 박동문은 89년 미국으로 다시 건너 가 하와이대에서 한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95년부터 지금까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문학과 판소리를 통해 한국의 얼을 세계에 알려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연 서양인들이 우리의 판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나 인간의경험과 인식과 정서를 한데 융합한 음악을 최고의 정성을 바친 목소리로 표현한다면 누구에게든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와 문화와 정서가 다른 서양인들과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소리 사이사이에 story telling 을 삽입합니다. 그러면 제가 지르는 소리의 내용을 이해하게 되고 저는 관객들과 같은 숨을 쉬면서 공연을 하게 되는 거죠."

 

"내 소리, 본연의 소리를 찾아 소리극을 만들고 싶어요. 세대간에 공유하고 함께 융합할 수 있는 음악, 메마른 정서를 축축하게 적셔주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박찬응 동문은 30년 세월을 넘어 포크 팬들의 재평가 속에 다시 태어난 감동을 안고 이제 자신의 터전이 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팬들은 가슴을 움켜잡는 여성 포크가수를 만난 설레임에 또 그녀를 눈 아프게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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