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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71경영) 동문의 해미성지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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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1-23 10:34 조회23,1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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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71 경영) 모교 경영학과 교수가 11월 15일 해미성지를 다녀온 후 쓴 기행문을 보내 왔습니다. 해미성지의 역사는 물론, 그곳에서 김 동문이 받은 다양한 느낌과 생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성지순례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오늘 아침 서강대 논술입시가 있어 1만 명가량의 지원자들과 학부형들이 학교로 몰려오는 바람에 학교는 그들에게 내어준 채 순례객 들은 정문 밖에서 집결하였다. 학교로 들어서는 입시생들을 보니 한결같이 신중하고 똘똘해 보인다. 내년에도 좋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면 좋겠다.

 

이번 순례길엔 다섯 대의 버스가 동원되었는데 역대행사 중 참석인원이 제일 많다 한다. 교목처에서 열심히 준비하였고, 또한 교황님께서 다녀가셔서 더 많이 유명해진 까닭도 있으리라. 난 3호차에 배정받았다. 3호차엔 연희동자매님들 예비신자들 그리고 반가운 형제회 선배님들이 함께 하였고 교목처장 김용해 신부님과 한국천주교회사 강의를 해줄 심백섭 신부님도 동승하였다. 유인물과 간식 그리고 물을 받자 버스는 출발하였다. 난 형제회 박상환 선배님 옆자리에 앉게 되어 틈틈히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등 이런저런 얘기로 반가움을 나눴다. 

 

출발과 거의 동시에 일행은 이 신부님의 안내로 시복시성기도와 124위 한국순교복자 호칭기도를 바쳤다. 토요일 오전 해미로 가는 길은 정체되었지만 이어진 심 신부님의 한국교회사에 대한 진지한 강의로 지루할 새가 없었다.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희망의 미래가 기약된다고 운을 뗀 신부님은 순교자들의 과거를 기억해서 현재에서 새로운 증거로 남기는 것이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이 됨으로 순교역사를 열심히 배우자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열강은 이어갔다. 

 

심 신부님이 마련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는 네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1779년 천진암 강학회부터 1836년 프랑스신부 입국 전까지 자발성의 단계이다. 이 기간 중에는 1784년 이승훈의 세례에 이은 이벽, 권일신의 세례로 한국교회의 시작, 가성직제도와 조상제사 금지에 따라 발생된 윤지충의 순교 신해박해(1791), 주문모신부 입국에 이은 주신부와 교회 모든 지도자들의 순교 신유대박해(1801), 그리고 조선대목구의 설정(1831) 등이 있다.

 

2단계는 1836년 모방신부 등의 입국부터 1937년 한국인 자치교구설정까지의 의존성의 단계이다. 이 기간 중에는 세 프랑스 선교사와 정하상 등의 순교 기해대박해(1839), 김대건신부 등 순교 병오박해(1846), 8000명이상이 순교한 병인대박해(1866-73), 그리고 신앙의 자유를 득하는 계기가 된 한불조약(1886) 등이 있다. 그 후 1962년까지 천주교회는 다소 침체된 과도기의 3단계를 거쳐 1962년 정식 교구로 승격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행히 침체기를 벗어난 새로운 자각의 시대인 4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신부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죽은 채로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던 순교자들이 마치 박물관을 탈출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파리외방선교회사제들에 의해 억울하게 배교자의 누명을 쓸 뻔 했던 이벽, 충청도 지도자 이존창, 전라도지도자 유항검, 북경밀사 윤유일, 그리고 정약종 등의 신앙에 영향을 끼친 신앙성조 권일신과 15년 동정부부로 산 그의 딸 권천례 데레사, 절름발이 양반이며 여인의 몸으로 6년 동안이나 주 신부를 숨기고 사도세자의 이복동생 은원군의 처 송마리아까지 입교시킨 교회와 성직자지킴이 강완숙, 그리고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죽었다는 순교자 등 신부님이 강의 중에 소개해 준 많은 순교자들이 바로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전에도 간헐적으론 순례자들에 대해 수없이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이번처럼 생생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그저 먼발치얘기로 나완 별 상관없는 얘기로 흘러 보내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이젠 내가 뒤늦게 철이 조금씩 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순례자들이 내게 전보단 가까이 다가왔다는 점은 이번 순례의 큰 소득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해미에 도착한 일행은 해미읍성부터 방문하였다. 정문을 통해 읍성에 들어서니 우선 앞에 웃는 모습의 인형교황님이 눈에 띈다. 사진 한 장부터 찍고 호야나무와 관아터 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일행을 따라 버스를 타고 해미성지로 이동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단체뷔페로 배식을 받아 형제회 선배님들 틈에 끼어 점심을 하곤 일회용 커피를 한잔하며 오랜만에 선배님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오래 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많이 개발되어 마치 처음 방문하는 곳 같다. 진둠벙과 여숫골을 휙 둘러보고 해미 3대 순교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이보현 프란치스코, 그리고 김대건신부의 증조부 김진후 비오 등을 기리는 전시관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성지성당에서 미사로 순례의 일정을 마감하였다. 이 신부님은 강론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를 위해서 즐겁게 죽음의 고통을 참아낸 순교자들을 본받아 힘든 역경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 십자가에 합치해서 살아갈 것을 당부하면서 우리들이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내게 해준 것이란 정신에 따라 사랑의 길을 갈0 수 있도록 은총 내려 주시길 주님께 청하였다. 

 

4시가 조금 지나서 해미를 떠나 7시반경에 서강대 본관 앞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순례는 꼬박 약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돌아오는 길도 교통이 만만치 않다. 조금 있으니 창밖엔 어둠이 내린다. 오는 길도 순례객들을 그냥 쉬라고 내버려둘 우리 김 신부님이 아니다. 마치 학창시절 엠티 갔다 올 적에 소감을 한마디씩 말해야 했듯이 우린 반강제로 한사람씩 불려나가 자기소개와 곁들여 한마디씩 했다. 나를 포함 우리 교우들은 아직도 착한 양들이다 사제 한 마디면 꼼짝없이 따르니 말이다. 조금 귀찮았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론 유익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순교성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난 신앙 등 여러 면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왜소한가를 피부로 느낀다. 순교의 순간이 오면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자문해 보지만 왠지 자신이 없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영생을 얻는다고 했는데. 그렇다. 현세에는 적색순교란 없다. 백색순교만 있을 뿐이다. 죽음까지 생각하지는 말자. 사랑은 작은 죽음인 상처를 즐겁게 받아 드릴 수 있는 능력이라 했다. 상처받을 각오로 사랑하면 상처는 없고 사랑만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 작은 사랑만이라도 충실히 실천하며 살자.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작아진 자신을 다독거려본다. 오늘도 여느 순례와 마찬가지로 은총이 충만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성지순례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이 신부님과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교회역사를 맛깔나게 설명해준 심 신부님께도 감사드린다.

 

형제회 선배님들, 전 선배님들과 이번 성지순례를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로 받은 은총과 즐거움이 배가된 느낌입니다. 내년에도 함께 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선배님들이 계셔서 그냥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형제회는 가톨릭학생회회원들이 약 40년전에 친목도모와 영성생활 진작 등을 위해 결성한 서강 가톨릭 신자동문모임이다. 이날 순례에는 서일호(66 경제), 이명규(67 무역), 김인철(68 국문), 최윤주(68 물리), 고옥(69 경제), 박상환(69 무역) 이문호(69 영문) 동문이 참석하였으며 그 외 안창희(67 수학) 동문이 회원이다. 이분들은 이번 교목처 주관 해미성지순례 참석이외에도 지난 11월 2일 서강대성당에서 거행된 서강가족들을 위한 위령미사에 참석 영령들을 위해 기도하였고, 지난 6월 정일우 신부님께서 돌아가셨을 적에도 여의도성모병원 상가방문 및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거행된 장례미사도 참석하여 마지막으로 서강과 빈민을 위해 헌신하신 정 신부님을 추모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한해 두 번씩 용인 성직자묘역을 방문 돌아가신 예수회회원들을 기리며 참배하고 있다. 형제회 회원들을 활동을 보면 서강대와 예수회의 재속회회원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서강 동문의 한사람으로서 한분 한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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