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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편지-김우종(79영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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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27 14:31 조회11,7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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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 덩그러니 지어놓은 별채, 옛벗을 기다립니다
 

김용주(77·영문) 형!


잊었습니다. 편지라고하는 정겨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형에게 편지하자니 마치 수 세기 전의 아득한 파스텔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마치 그 속으로 들어가면 한동안 나오기 힘들 것 같기도 해서 망설여집니다.


영원히 하지 않을 것 같던 제가 결혼하던 날, 그 날이 형을 본 마지막이었고 어느덧 5년이 되어 갑니다. 신혼여행 겸 갔던 상하이에서 9.11을 맞았고 그 때쯤 형은 캐나다로 향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태에 저는 귀중한 친구 하나를 잃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결혼 축하 전화도 하고 축의금까지 뉴욕에서 보내 온 친구를 잃은 거지요. 저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해입니다.


용주 형, 저는 지금 형이 좋아하는 적도 근방을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축축하게 물 위에 떠 있는 적도 근처 남국의 섬에서 형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의 시절을 용서하겠다 ─ 하면서 남녘의 훈풍을 찾아 온 이 곳. 내리쬐는 태양을 형벌로 알고 치열하게 지나온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요즘을 제 3시절쯤으로 정의합니다. 졸업 후 조직의 논리에서 일하던 7년, 그 이후 치열했던 1 0년을 뒤로하면서 요즘은 엄중한 현실의 무게와 제가 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하면서 회사 일을 조절해가고 있습니다.


결혼 선물로 주신 형의 번역서들은 지금도 가끔 읽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머리 복잡하게 하는 책은 안 읽게 돼요. 한가한 휴일은 마종기 시인의 <이슬의 눈>을 읽습니다. 처지가 비슷해서 그런가? 언젠가 터키에서 이 시집을 읽게 된 이후 이제는 표지가 너덜너덜 해졌지요.
비행기 탈 때는 공항에서 산 <바이칼>을 꼭 들고 탑니다. 어디론가 간다는 기분에 신이 나서 읽다 보면 어느새 내릴 때가 됩니다. 바닷가로 갈 때는 네덜란드 작가 A.Alberts 가쓴 소설 를 요즘에 읽고 있습니다. 아니면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를 들고 갑니다. 결국 평화스럽게 해주는 Aroma 같은 내용들입니다.


캐나다로 가신 후에 여러 가지 준비하느라 바쁘셨을 것입니다. 간간이 들어오는 소식으로 모자이크하듯 그려보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2년 전에 부모님이 평소 좋아하시던 양평의 농가 동네로 모셨지요. 덕분에 봄에 가면 냉이도 캐고 남한강가의 찔레꽃을 보러갔고, 가을에는가까운 강원도의 메밀꽃도 구경했지요. 지난겨울에는 이천의 도자기 마을도 다녀오고 온통 뒤덮인 눈 속에서 딸아이와 뒹굴다 돌아왔습니다.

 

그전에는 서울에 오면 호텔에 묵던 제가 작년부터는 바로 양평으로 가서 우선 며칠을 보냅니다. 그리고 나서 누굴 만나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 곳에 별채가 하나 있는데 그곳을 깨끗이 정리해서 친구들이 찾아오면 만나는 공간으로 쓸 생각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진공관 Audio Set도 하나 더 준비하고, 앞마당에서 소주 한 잔 한 뒤 우리의 음악을 듣는 거지요. 

 

어때요? 한 번 와봐야겠지요? 연말에 출장겸 동생도볼 겸 Hous ton으로 갈 예정입니다만 캐나다까지 가서 형을 보게 될지. 용주 형, 그러지 말고 올 가을에는 양평의 제 농가에서 만나 황금 들판을 다스리는 성군이 되어 봅시다.


지금 갑자기 어두워지고 소나기가 통쾌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이 통쾌함을 사랑했던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우종( 7 9·영문) 동문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며 현지 상황에 맞는 Project 개발회사인 PT. Anew Asia, 위험관리 및 보험중계 회사인 PT.Anserv, 무역회사인 PT.Anew Max를 운영하고 있다. 동남아 혹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동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 Tel : (6221) 5790-2314 / 5794-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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