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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경(95 국문) NEW 마케팅본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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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4 11:10 조회19,9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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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소녀가 영화판으로 간 까닭은?

2013년 한국영화계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았습니다.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9편을 한국영화가 차지했고 총관객수도 1억 300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투자배급사 NEW(Next Entertainment World)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1000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내놓으며 CJ를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 놀라운 도약의 정점에 박준경(95 국문) NEW 마케팅본부장이 있습니다.

“상식과 본질에 충실했어요. 포장지가 아무리 그럴싸해도 제품이 안 좋으면 말짱 꽝이거든요. 우리에겐 영화 자체에 대한 확신이 중요해요. 처음에는 신인감독 데뷔작이거나, 배우가 별로 뜨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투자배급사한테 거절당한 작품들이 많이 왔죠. 하지만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전 직원이 시나리오를 검토해보고 ‘될 영화다’, ‘재미있겠다’라는 확신을 가지면 끝까지 밀고나갔어요.”

NEW는 빅3(CJ, 쇼박스, 롯데)처럼 대기업계열사가 아닙니다. 흥행을 좌우하는 멀티플렉스 체인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돈도 극장도 없는 조그만 투자배급사가 장외홈런을 날린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너네 뭐냐’라는 호기심과 함께 NEW 마케팅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게 사실입니다. 한국영화 세 편 가운데 한 편 정도가 BEP(손익분기점)를 넘어서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박 동문이 힘주어 말하는 NEW의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에게 약점이 많다는 걸 우리가 제일 잘 알아요. 대신 우리만의 문화가 있죠. 2010년 초 이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한 일이 시나리오 영업이었어요. 일단 영화가 있어야 투자고 배급이고 마케팅이고 할 수 있잖아요. 누가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우르르 몰려가서 설득했죠. 그래서인지 영화가 잘 되면 다 자기덕이라고 생각하고, 안 되면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해요. 믿음이 생긴 거죠. 제 경우는 종교적 믿음이고.(하하)”

기꺼이 흠뻑 미칠 수 있는 게 ‘나의 회복’
박 동문은 199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화마케팅 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쉬리’로 한국영화 붐이 일었을 때 올댓시네마에서 걸음마를 뗐습니다. 흔히 영화판은 ‘똘끼’가 가득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얌전한 모범생 이미지인 서강대 동문들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바닥처럼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충분히 안정적인 직업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영화판으로 뛰어든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나를 회복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날라리였어요. 친구들과 방송출연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죠. 서강대도 좋아했던 오빠를 따라서 에밀레에 들어가려고 온 거예요. 친구들은 내가 무조건 대학가요제에 나갈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학과도 동아리도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어느 순간 내가 화장을 하고 정장을 입은 채 교직을 이수하는 서강대 모범생이 된 거예요. 고등학교는 대학처럼 다니고, 대학은 고등학교처럼 다닌 셈이죠.”

그녀는 본연의 제 모습을 찾아 ‘똘끼’ 가득한 영화판을 택했다고 합니다. 밤새 해외자료를 분석하느라 눈에 피가 날 만큼 독하게 일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도 막내지만 거리낌 없이 유명감독과 배우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충무로 사람들도 박 동문을 신선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얌전할 줄 알았던 서강대 출신의 반전효과를 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2년 오리온 계열 쇼박스 창립멤버로 들어갈 무렵에는 박 동문의 똘끼도 만만치 않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찢어진 청바지 입었다고, 라디오 켜놓고일했다고, 인사부에 불려 다니는 게 일이었어요. 메가박스 직원들은 대표님이 지나가면 정장 입고 깍듯하게 인사하는데, 우리는 캐주얼 차림으로 친구처럼 손 흔들며 ‘하이~’ 하는 분위기였죠. 그렇게 출발한 쇼박스가 ‘태극기 휘날리며’로 3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했어요(2005년). 그때 모셨던 대표님이 지금 NEW를 이끌고 있는 김우택 총괄대표입니다.”

박준경 동문은 2010년 쇼박스를 나와 NEW에 합류했습니다. 영화판이 볼거리, 멀티캐스팅,스크린 숫자를 앞세운 대형투자배급사 위주로 굳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내 색깔이 없어지는 것 같다’라는 이유로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동아리처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일궜습니다.

요즘 박 동문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故김광석의 곡들로 꾸민 창작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를 세종문화회관에 올린 것입니다.

“NEW는 뮤지컬을 한번도 제작해본 적이 없어요. ‘뮤지컬 A to Z’라는 책을 읽고 시작했으니 미친 거죠. 정말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1990년대에 내 색깔을 잃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마흔을 앞두고 다시 1990년대 김광석으로 어필하고 있네요. 이렇게 기꺼이 흠뻑 미칠 수 있는 게 나답다고 생각해요. 항상 회복하고 싶어요. 내 일상에서 내 본성과 가장 가까운 상태로, 마치 물고기가 휘젓고 노는 것처럼 말이죠.”

<사진설명 : 박준경(95 국문, 사진 오른쪽) NEW 마케팅본부장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권경률(90 사학, 사진 왼쪽) 본보 편집위원>

글=권경률(90 사학)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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