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곤 (87 철학) 故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앨범 제작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11 11:48 조회10,45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사람사는 세상을 차분하게 노래합니다”
황호곤(87 철학) 동문이 아이디어를 내고, 총 제작을 맡아 3년간 준비한 故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앨범 ‘탈상(脫傷),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이 2012년 9월 13일 발매됐다. 추모앨범은 11곡이 담긴 음원 CD, 곡 설명과 가사 및 시민들이 보낸 추모글 등이 담긴 100페이지 분량의 책, 앨범 제작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DVD 등으로 구성됐다.
음반에는 신해철(87 철학) 동문을 비롯해 조관우, 이은미, 장필순, 안치환, 정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명창 왕기석, 해금 연주자 강은일, 카운트 테너 루이스 초이, SUM 뮤지컬 오케스트라, 뮤지컬배우 체리쉬 R. 마니앙, 이종한, 손광업, 이선근, 이충주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발매 소감을 묻는 질문에 황 동문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한 10년은 늙은 것 같다”라며 “어느 친구 는 ‘네가 꼴통이어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하지만 황 동문이 밝힌 앨범 제작 과정의 어려움은 여유 있는 웃음을 무색케 했다. 진행하던 작업이 중단되는 일은 예사였고, 가수 섭외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많은 제작비도 큰 걸림 돌이었다. ‘대충 만들지 않는다’라는 각오로 진행하다 보니, 참여 인원만 10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거대해진 규모 탓이었다. 이에 황 동문은 사비를 털고, 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해 제작비 절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사업 아이템을 알리고 후원 받는 ‘소셜 펀딩(Social Funding)’ 사이트에 앨범 제작계획을 올려 40일 만에 약 1억 6000만 원을 모금했다. 뜻을 함께 하는 동문들도 큰 도움이 됐다. 앨범에 ‘Goodbye Mr.Trouble’이라는 신곡을 헌정한 신해철 동문은 프로듀서로서도 참여했고, 조광현(88 경제) 동문은 책 편집을 맡았다. 황 동문은 “이 앨범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사람들이, 그가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로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추모 문화제에서 앨범 제작 결심
“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입니다. 모교 재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늦은 졸업 후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노무현 대통령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사그라졌던 대학 시절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너 그렇게 살지 않았잖아. 나와 함께 다시 꿈을 꾸자’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같았죠. 이렇게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해주시던 분이 서거하시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활동하던 고양·파주 노사모의 도움을 얻어 2009년 7월 12일 추모문화제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6000여명이 모여 노래로 그 분을 추모했죠. 그 모습을 보고 ‘노래를 통해 그 분이 영원히 잊히지 않게 하겠다’라는 서원(誓願)을 세웠습니다. 결국 3년만에 이 앨범으로 서원을 달성한 셈입니다.”
이런 황 동문의 뜻은 총 5악장 구성으로 앨범 마지막을 장식한 ‘시민레퀴엠’에서 가장 잘드러난다. 황 동문은 “작곡자 송시현 씨는 이 곡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숭고한 피를 뿌리고 간 위대한시민 노무현을 위한 진혼곡이라 말했다”라며 “그랬기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신해철 동문이 곡에 시민들의 합창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자가 합창 부분 악보를 보고 노래 들은 후, 그 부분을 직접 녹음해 전송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500여 명의 노래를 모을 수 있었고, 이는 시민레퀴엠 4악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진심을 노래하다
이처럼 황 동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진심이 담긴 추모 앨범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형 서점과 음반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알라딘, Yes24, 리브로, 인터넷 교보문고 등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 주간 음반 판매 순위 10위 안에 올라 있다. 황 동문은 “수익이 나면 믿고 투자해 준 지인들과 고생한 스텝들에게 돌리고, 그래도 남으면 기부할 것이다”라며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앨범을 두고 정치적 해석을 하는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탈상(脫傷)’이라는 제목대로 이제는 상처에 서 벗어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 입니다. 실제로 처음 계획에는 많은 사회 인사들이 부르는 노래 ‘사랑으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념과 정파를 뛰어 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준 전직 대통령이자 시민을 기리자는 의미였죠.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렸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앨범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글·사진=김성중(01 신방)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