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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명강의]차하순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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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9-19 10:57 조회32,9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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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앞으로 내 수업에 들어오지 말게.”

수업 도중 책을 주섬주섬 챙겨 강의실을 떠나려던 친구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순간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했던 선생님의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차하순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네모난 안경과 하얀 셔츠, 그리고 은빛 머리칼은 차하순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모습 그대로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차분하게 제자들을 대했다. 그러나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대쪽선비의 엄숙한 열정이 가득했다. 수업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고, 결코 방해받아서는 안 되는 신성한 시간이었다.

나는 혁명사를 공부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모교 사학과에 발을 들였다. 그 갈증은 학부 3학년이 돼서야 해소할 수 있었다. 차하순 선생님의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사’ 수업을 통해서였다. Ancien Regime, 삼부회, 쟈코뱅파, 국민의회 등 굵직한 시대상황 해석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형평(衡平)’에 관한 선생님 지론이었다.

선생님은 고전적인 평등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적 요인에 따라 차별화되는 형평 개념을 도입했다. 사람이 처한 서로 다른 조건을 인정한 ‘정의로운 평등’과 ‘정당한 평등’이 그것이다. 지금은 형평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화두로 오르내리지만, 20여 년 전 나에겐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 충격적인 개념이었다. 선생님 덕분에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균형 있는 판단을 내리도록 훈련할 수 있었고, 다른 생각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학교에 도착한 우편물을 선생님 댁에 갖다 드린 적이 있다. 칼바람에 수고한 나를 위로하고 싶으셨는지 예쁜 커피 잔과 함께 내오신 박카스 한 병! 박카스를 접시 받친 커피 잔에 마시는 호사를 또 누가 누려봤을까. 따뜻한 인간미가 그립고 애틋한 요즘이다. 조만간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글=이수지(90 사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

차하순 교수는 누구인가
차하순(83세) 사학과 명예교수는 1961년 모교부임 이후 199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33년 동안 후학을 양성했다. 서양근대사상사 전공자로서 국내‘ 서양사’학 문적 기초를 닦았다. 역사학계‘ 서강학파’를 이끌었으며 1976년 저술한‘ 서양사 총론’은 아직까지 서양사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남아 있다. 모교에서 사학과장, 교무처장, 문과대학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했고, 국민훈장 포장과 인촌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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