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추모미사 봉헌, 의기제 서강전체로 확산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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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5-31 16:30 조회14,0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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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무릅쓰고 민주화 운동을 펼친 故 김의기(76 무역) 동문을 기리는 ‘의기제’가 5월 30일 교정에서 추모미사, 제사,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열렸습니다.
‘의기제’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서울에 처음으로 알리고 5월 30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 건물에서 투신한 김 동문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해마다 동문과 재학생 주도로 마련되는 자리입니다. 32주기를 맞은 올해는 광주 민주화운동 기간이 아닌 김 동문의 기일에 맞춰 추모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의기제를 준비한 2005학번들은 32주기 추모제의 모토로 김의기 동문이 일기에 적은 한 구절에서 딴 ‘그 이름, 언제야 다시 피어나리’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80년대에는 김의기 동문의 얼굴을 판화에 불꽃이 이글거리는 ‘투사형 그림’으로 펼쳤다면, 2010년대에는 밝고 해맑은 모습을 담은 ‘캐리커처형 그림’을 처음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의기제에는 또, 총동문회 집행부와 모교 법인 이사장이 공식 참가해 민주동우회 차원을 넘어 ‘서강가족 참여 확대’라는 중요한 의미를 더했습니다. 총동문회에서는 정훈(70 신방) 수석부회장과 이봉조(73 정외) 부회장, 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이 대표로 참석해, 엄혹한 군사독재시대에 몸으로 항거했던 김 동문을 기렸습니다. 모교 법인은 올해부터 추모미사를 봉헌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이사장 유시찬 신부가 제사에 참석해 김 동문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첫 추모미사는 이날 오후 5시 유가족, 동문, 재학생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냐시오성당에서 거행됐으며, 조현철(77 전자) 교목처장 주례로 경건하면서도 평안하게 봉헌됐습니다. 제단 아래에는 총동문회와 민주동우회가 헌화한 꽃바구니가 놓였습니다. 총동문회는 ‘서강은 김의기 동문을 잊지 않았습니다. 義氣를 기리며!’라는 문구를 남겼고, 민주동우회는 ‘열사의 정신 이어받자!’라고 적힌 근조화를 준비했습니다.
조현철 신부는 미사에 앞서 “2년 전 30주기를 맞아 감리교회에서 매년 드려왔던 추모 예배를 중단했다고 들었다”라며 “올해부터 교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해 추모예배 정신을 이어나가는 게 유가족은 물론 학교와 동문을 위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신부는 “신자든 비신자든 그분(김의기 동문)을 기억하고 그분의 뜻을 되새기고, 우리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뜻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라며 “열사의 삶과 죽음을 깊이 되새기고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이어진 강론을 통해서는, 죽음을 추모하는 까닭에는 두 가지 취지가 있다며 “아름답기 때문에 죽음을 기리며, 그 죽음이 우리 삶에 큰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신부는 “삶과 죽음은 서로 붙어 있기에 삶은 그 사람의 죽음을 예견하고,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며 “살아 있는 우리는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해 배우고 영향을 받게 되고, 다른 이들은 우리 죽음으로 배우게 되고 영향 받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도서관 옆 로욜라동산에 조성된 김의기 추모비 앞에서 6시부터 추모 제사를 올렸습니다. 정욱(91 경영) 동문이 사회를, 이훈(84 사학) 민주동우회 회장이 제주(祭主)를 맡았습니다. 김 동문을 기억하고 기리는 묵념과 고인의 약력소개 이후 참석한 동문과 재학생들은 학번별로 술을 올리고 분향하고 절을 했습니다. 날이 궂을 것이란 일기예보와 달리 맑은 하늘과 우거진 녹음은 우짖는 새소리와 더불어 ‘의기촌(村)’에 평온함을 선사했습니다.
모두가 절을 올린 다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 홍재문(05 경영) 의기제 준비단장, 김 동문의 작은 누나 김주숙 씨, 이훈 민주동우회장, 유시찬 이사장, 정훈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부좌현(77 철학) 국회의원 등이 차례로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김 동문의 누나 김주숙 씨는 “오늘 많은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참가해 제주(祭酒)를 올려주었기에 우리 의기가 술에 흠뻑 취했을 것 같다”라며 동생을 잊지 않고 매년 찾아준 많은 동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부좌현 동문은 “오늘은 19대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첫날인데 의기제 참석이 첫 공식행사인 셈”이라며 “제도 정치권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인사했습니다.
유시찬 이사장은 “서강의 살아 있는 정신인 ‘남을 위한 삶’을 온몸으로 보여준 인물이 김의기 동문”이라며 “서강 학우들이 ‘의기형 정신’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훈 수석부회장은 70년대 후반 동양방송(TBC) 프로듀서로 일할 당시 같은 방송사에서 업무로 알게 된 김주숙 씨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한 동생이 있는데 서강대생이라고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난다”라며 “분개해야 할 때는 분개해야 하지만, 포용해야 할 때는 포용해야 하기에 우리가 마음으로 포용하면 김의기 동문의 정신이 다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체 묵념으로 제사를 마무리한 추모객들은, 문화제가 열리는 체육관 앞 실외 농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풍물패가 길놀이를 펼치며 이끌었습니다. 막걸리, 빈대떡, 순대볶음, 두부김치가 마련된 주점이 연 가운데 동문과 재학생들은 공연을 펼치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재학생 동아리 청빛바라기는 군무를 선보였고, 맥박은 그룹사운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환걸(92 전자) 민주동우회 사무국장은 이선정(96 법학) 동문의 키보드 반주에 맞춰 시대를 대표하는 운동권 노래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합창으로 따라부르며 화답했습니다. 80년대는 <광주출정가>, 90년대는 <백두산>, 2000년대는 <우리 하나되어>를 함께 불렀습니다.
탈반 동아리 OB 모임인 마구잽이 패는 사물놀이 공연으로 추모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상쇠(꽹과리)를 맡은 송성섭(79 화학) 동문의 신명난 장단이 훌륭했고, 사물놀이 시작과 함께 무대에서 홀로 노래를 부른 이경숙(75 영문) 동문의 청아하되 한 맺힌 목소리가 돋보였습니다.
올해 김의기 캐리커처를 새롭게 그린 정규영(90 경제) 동문은 “오늘을 의기력(曆)으로 따지면 제사를 지내고 고인을 추모하며 한해를 마무리 하는 날에 해당한다”며 “매년 의기제에 참석할 때마다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추모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김의기 동문의 유가족들은 “추모미사, 제사, 공연을 준비한 재학생과 동문들의 수고를 지켜보면, ‘우리 의기가 참 좋은 학교, 훌륭한 대학을 다녔구나’라는 감격하게 된다”며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뒷풀이는 학교 인근 술집으로 이어졌고, 서로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내년 의기제 준비에 필요할 아이디어를 숙의하는 등 새벽 2시가 돼서야 파장했습니다.
<정규영(90 경제) 동문이 새롭게 만든 김의기 캐리커처>
<김의기 열사의 두 누님. 왼쪽부터 큰 누나 김의숙, 작은 누나 김주숙 씨>
<올해 처음으로 봉헌된 추모미사>
<참석자 모두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는 모습>
<제주를 맡은 이훈(84 사학) 민주동우회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시찬 이사장신부께서 참석해 술을 올리는 모습>
<70년대 초반 학번 동문들. 왼쪽부터 김선택(74 경제) 동문, 정훈(70 신방)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이봉조(73 정외) 총동문회 부회장>
<왼쪽부터 조현철(77 전자) 교목처장, 부좌현(77 철학), 박종부(78 화공), 장근주(78 화학) 동문>
<80년대 초반 학번들의 모습>
<왼쪽부터 정욱(91 경영), 이창섭(84 국문), 오세용(90 철학) 동문>
<재학생들이 단체로 절을 하는 모습>
<길놀이를 맡은 풍물패가 단체로 절 하는 모습>
<19대 총선에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 부좌현(77 철학) 동문>
<유시찬 이사장 신부>
<정훈(70 신방)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인사말하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김명운 의장(맨 오른쪽)>
<노래패 맥박 출신의 여환걸(92 전자) 민주동우회 사무국장이 노래따라부르기에 앞서 선창하는 모습>
<재학생들의 발랄한 율동과 군무(群舞)>
<맥박 재학생들의 노래. <청계천8가> 등의 명곡을 불렀다>
< 마구잽이 패의 사물놀이에 시작 때 독창하는 이경숙(75 영문) 동문>
<신명난 마구잽이 패의 가락과 춤사위>
<왼쪽부터 김선택, 부좌현, 정훈, 박석률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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