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반 신명에 얼~쑤 서강이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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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2-14 09:16 조회12,9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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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토요일 저녁 서강에 신명 난 난장(亂場)이 펼쳐졌습니다. 동아리 민속문화연구회 탈(민속반, 일명 탈반) 송년회가 동문회관 2층에서 열려 북, 징, 장구, 꽹과리 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덩실대는 70여 동문들의 집단가무(歌舞) 열기가 행사장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서강이 흥에 겨워 통째로 들썩들썩했습니다.
여흥은, 사회를 맡은 이승욱(81 경영) 동문의 입심에 힘입어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됐습니다. “오늘 마련한 민속반의 작은 잔치는 다 함께 회포를 풀자는 취지다. 탈반(班)정신이란 즉흥성에 있다. 흥이 나고 신명이 나면 몸이 가는 대로 맘껏 즐기는 동아리가 우리들이지 않은가. 오늘 밤 전부 어울려 ‘방정’을 떨어 봅세. 얼쑤!”
첫 공연은 마구잽이 패의 ‘삼도 설장고’였습니다. 13명의 패거리가 무대에 올라 징, 꽹과리 장단에 맞춰 11명의 장구잽이가 흥겨운 가락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꽹과리 상쇠는 송성섭(79 화공) 동문이, 징은 정규홍(77 영문) 동문이 맡아 장단의 빠르고 느림을 조율했습니다.
마구잽이 패의 격정적인 살풀이 장단이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잘한다” “신명이 절로 난다” “연습 많이 했구나. 대단하다”는 호평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공연팀 얼굴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이승욱 동문은 “정말 (오도)방정을 떨고 싶게 만든 자리”라며 최고의 상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어 민속반의 영원한 탈가(歌)인 민요 ‘양산도’가 합창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74학번부터 2002학번까지 참석한 모든 동문들이 앉은 자리에서 “에헤헤이야~ 양덕 맹산 흐르는 물~”하며 걸진 목소리로 가락을 뽑자 금방 일체감에 휩싸였습니다.
최고참인 최종덕(74 물리) 동문과 이미영(76 영문) 동문이 환영의 인사를 했습니다. “20대에 민속반에서 실컷 놀았다. 이 힘이 노후까지 보장할뿐더러 삶의 추동력으로 작용한다”며 “끝날 때까지 신나게 놀아보자”고 소리쳤습니다.
송년회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최 동문은 먼저 하모니카로 영화 ‘별들의 고향’ 주제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리고는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긴급조치 시절, 왼쪽만 처다봐도 잡혀가던 시절을 우리가 살았다. 당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하고 있자니 갑갑했다. 그때 어디선가 둥기둥기 북소리가 울렸다. 북소리를 따라 달려갔더니 민속반이 있었다.(…) 나는 늙으면 손자들 데리고 송년모임에 나올 것이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는 와중에 볼리비아 민속악기인 카주(kazoo) 소리가 울렸습니다. 최 동문이 내뿜는 날숨에 실려 청명한 소리로 퍼졌습니다. 최 동문은 또 참석한 후배들의 이름을 타령조 운율에 실어 한명한명 호명하며, 한바탕 민요를 쏟아냈습니다. 시키지 않았다면 진귀한 볼거리를 다 놓칠 뻔했습니다.
다음 공연은, 탈을 쓰고 추는 ‘고성 오광대 문둥이 북춤’이었습니다. 김지현(93 생명) 동문이 장단에 맞춰 공간을 쓱쓱 가르는 멋진 춤사위를 펼쳤습니다. 흥이 난 70년대 동문들이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아 관람하기 시작했고, 신명 난 최종덕, 이태영(81 화공) 두 동문은 사발을 숟가락으로 치면서, 또 빈 막걸리 통 2개를 서로 부딪치며 탈춤 추는 김 동문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습니다.
민속반을 한 달 다니다 그만두었다고 고백한 이경숙(75 영문) 동문은 “나이 오십 넘어 마구잽이 패에 참여해 (장구잽이로) 인생을 바꿨다”며 “이제 영원한 탈반으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정진택(76 사학) 동문은 “이실직고 하겠다. 76학번에 나를 포함해 김영철, 김용진 동문이 있었는데 셋 다 춤을 못 추는 ‘춤치’였다”면서 “술 마시기 좋아하고, 입담이 강해 후배들을 괴롭혔는데, 이제 늘 함께 할 터이니 어여삐 봐 달라”고 말해 박수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때 ‘소리’가 나왔습니다.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조성연(79 수학) 동문이 ‘난봉가’를 불렀습니다. 이북소리(황해도)를 제대로 배운 가객답게 직접 장구를 치며 걸쭉한 소리를 토해냈습니다. 서해바다 용신(龍神)이 된 조선시대 후기 무인 임경업 장군을 기리는 소리로, 갯가에서 아낙들이 부르는 노래이자 뱃사람이 만선(滿船)의 깃발을 꽂고 부르는 구성진 노래였습니다. 재학생 때 만신굿을 벌인 주인공으로 유명한 조 동문의 소리가 끝나자 앵콜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동문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유장수(79 정외), 고규홍(79 국문) 동문에 이어, 포항에서 상경한 송영욱(80), 천안에서 올라온 김응국(81 철학) 동문이 인사했습니다. “민속반 생활이 민들레 씨앗처럼 인생을 살게 하는 힘이 됐고, 막 살지 못하게 만든 무거운 짐이 됐다”는 소회가 이어졌습니다. ‘탈패 부부’ 최형진(93 경제), 김윤희(96 독문) 동문가족이 소개되자 박수는 환호로 이어졌습니다.
이어진 가무는 ‘양주별산대’였습니다. 10여명이 무대로 나와 원을 그리며 단체로 어깨춤을 추며, 앉았다 일어서는 오금질을 선보였습니다. “덩 닥기, 덩닥, 얼~쑤” 장단에 맞춰 집단가무가 힘차게 펼쳐졌습니다.
곧바로 사물놀이 풍악이 울렸습니다. 79학번 정성열, 송성섭 동문이 인도하는 꽹과리 소리에 맞춰 신명과 난장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동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합류했습니다. 판이 무르익자 조성연 동문이 사물놀이(꽹과리, 징, 장구, 북)에 ‘소리’를 보탰습니다.
어울림의 기조는 마구잽이 패 6명의 북춤 공연까지 이어졌습니다. 사회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민속반 30주년 기념공연과 2009년 전체 송년회에 이어 2년만에 열린 올해 송년모임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찼고,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2차 뒷풀이는 한울호프로 이어져 밤 이슥하도록 통음이 이어졌습니다.
<입심이 엄청난 사회자. 이승욱(81 경영) 동문이 한바탕 놀아보자며 개회를 선언하는 모습>
<마구잽이 패의 초청공연. 민속반 출신과 졸업 뒤 합세한 동문이 의기투합해 만든 OB동아리.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공연 때마다 확인하는데, 괄목상대의 뜻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최고참 최종덕(74 물리) 동문의 인사말. 하모니카, 카주 연주도 놀라웠지만 후배들 이름을 한명한명 호명하며 옛정을 회고하는 타령이 큰 감동을 주었고 박수가 쏟아졌다.>
<동기인 정진택(76 사학) 동문이 '우리들의 우상이었다'고 말한 이미영(76 영문) 동문이 인사하는 모습>
<‘고성 오광대 문둥이 북춤’을 신들린 듯 추는 김지현(93 생명) 동문>
<이북소리(황해도)를 제대로 배운 가객답게 직접 장구를 치며 걸쭉한 소리로 '난봉가'를 부른 조성연(79 수학) 동문>
<사물놀이 장단과 북춤에 매료된 참석자들이 무대로 나와 한바탕 어깨춤을 추자, 흥이 고조됐고 급기야 행사장까지 들썩들썩 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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