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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 "가난하면 행복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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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9-24 17:09 조회13,9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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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저녁 식사 때의 일이다. 캄보디아 스탭 중에 영어를 꽤 잘하는 분이 있어서 그 분과는 바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내 소개와 가족 소개를 하고는 그 분에게 "가족이 몇 명이나 되냐?"고 묻는 순간, 그 분은 금새 얼굴이 상기되더니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너무 놀랐다. 내가 큰 잘못을 한 것인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전쟁통에 가족을 모두 잃고 난민생활까지 하다가 이제 자리를 잡고 일하게 된 경우라고 다른 스탭이 조용히 귀띔을 해주었다. 이것이 첫 번째로 받은 캄보디아에 대한 인상이다.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 

 

예수회 캄보디아 봉사기구(Jesuit Service Cambodia, JSC)의 외국인 스탭들은 첫 3개월간 크메르 언어를 공부한 후에 일을 시작하게 되어있다. 언어공부 후에, 내가 파견 받은 곳은 프놈펜에서 23킬로 떨어진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장애인 기술학교인 '반티 프리엡'(비둘기 센터)이다. 예수회 난민 기구(Jesuit Refugee Service, JRS)가 1980년대 말부터 타이-캄보디아 국경의 난민촌에서부터 이미 기술교육을 시작했고, 점차 난민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캄보디아 내의 상황도 안정되면서 난민촌에서 활동했던 JRS 멤버들이 캄보디아로 들어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반티 프리엡은 1991년에 문을 열었고 대부분의 입학생들이 지뢰 희생자들이었다. 6개 과목들(목공, 조각, 재봉, 기계, 전자, 농업) 중에 하나를 자신의 전공과목으로 1년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11개의 기숙사에서 자체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학생들이 이 곳에 도착할 때의 모습을 보면, 정말로 사진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더러운 옷을 입고 들어온다. 실제로 거리에서 구걸을 하다가 학교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학생들도 있다. 그들은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50%의 학생들이 글 읽기, 쓰기를 할줄 모르는 상황에서 입학을 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특별히 언어교육도 시켜야 한다. 물론 양치질을 비롯해서 수도꼭지를 사용하는 것까지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집을 떠나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큰 ꡐ충격ꡑ이다.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이 곳에서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 충격은 학생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이 곳에 올 때 자신의 장애를 가리던 모습은 3~4개월이 지나면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이 곳 반티 프리엡 내에 꽤 큰 조각상 하나가 있다. '리치 기념비'라고 부른다. 1996년 교내에서 피살된 필리핀 예수회 수사인 리치 페르난도 수사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것이다. 그가 학생들을 돌보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었던 어느 날 평소에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학교 방침을 어기던 학생 한 명이 수류탄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선생님들에게 앙심을 품은 그 학생은 수업중인 교실을 향해서 수류탄을 던질 참이었다. 교실 바로 몇 미터 앞에서 리치 수사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소리지르면서 그 학생을 뒤에서 껴안았고, 학생이 들고 있던 수류탄을 뒤로 던지자마자 바로 폭발했다. 리치 수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리치 수사가 껴안고 있던 그 학생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리치 수사의 시신은 필리핀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후에 그의 피가 묻은 흙을 파서 조각상에 묻었다. 자신의 생명을 던져서 많은 사람을 구한 이 사건은 반티 프리엡을 찾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하고 있는지 잘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난함은 캄보디아의 상징처럼 사람들 입에 오른다. 그래서 캄보디아의 현실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내 우리학교를 찾아온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은 가난함 속에서도 밝게 웃는 이들의 미소에 쉽게 감동한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맑은 미소는 처음 본다'며 카메라의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들의 미소만 보지 말고,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뿌리 깊은 상처도 함께 보라'고. 매년 입학식날 우리는 이런 말로 우리 학교를 소개한다. '우리학교는 여러분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곳입니다.'라고. 기나긴 전쟁으로 인한 가난함과 그들이 받은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는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상처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기에 오늘도 우리들은 캄보디아의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서 작은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조인영(신학대학원 8기) 예수회 수사 

*사진- 上 : 반티프리엡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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