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관두고 서른일곱에 사제 서품 나창식(94 사학)신부 > 동문소식

본문 바로가기


HOME > 새소식 > 동문소식
동문소식
동문소식

교사 관두고 서른일곱에 사제 서품 나창식(94 사학)신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14 15:45 조회11,619회 댓글0건

본문

넉살웃음 지으며 "새 신부 맞다니까요"

“헌 신부 같아도 새 신부 맞습니다.”

올해 2월 8일 사제서품을 받고 서울 대림동 성당 보좌신부로 갓 부임한 나창식(94 사학) 신부가 요즘 자주 하는 인사말이다. 함께 서품을 받은 신부들의 나이가 3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다 넉살 좋은 웃음까지 갖췄으니 ‘헌 신부’라고 오해할 만도 하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2002년 대학 졸업 후 나 신부가 취직했던 곳은 대학로에 위치한 동성고등학교였다. 가톨릭대 신학대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학교다. 그곳에서 2년 동안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쳤다. 중학생 시절 품게 된 역사 선생님의 꿈을 이룬 셈이었다.

호주 여행 때 성직자 삶 곁에서 지켜봐

“중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 선생님이었어요. 무척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짝사랑하던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두꺼운 책을 들고 왔다. 바로 故 이기백 서강대 명예교수의 <한국사신론>이었다. 아버지를 졸라 한자로 가득한 그 책을 샀다. 자전을 찾아 한자 한 자 독음을 달아가며 읽었다.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마음먹었습니다. 역사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은 희망과 ‘서강학파’를 동경하던 마음 덕분에 1994년 서강대 사학과에 무사히 입학했다. “사실 선생님이 되려면 사범대에 가야 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웃음)”

청소년 시절 성당에서 복사단원과 성가대원으로 활동한 이력에 더해, 대학생이 되어서도 7년동안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주일학교는 방학 때 더 바쁘거든요. 그 덕에 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갔어요.” 그러다가 ‘이대로 졸업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 2000년 9월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수중에 단돈 60만원 밖에 없었기에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틈틈이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호주에서도 주말마다 근처 성당으로 미사를 보러 갔다. 한국에서 온 낯선 청년을 피터 그라스비(Peter Grasby)신부는 각별히 보살펴주었고, 매주 서너차례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가까워졌다. 그 시간은 성직자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이런 삶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호주 일주여행에 도전했다. 여행이 마무리돼 갈 무렵 아버지와 전화통화한 지 오래됐다고 생각될 즈음 형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안 좋으셔. 빨리 돌아와.” 부랴부랴 귀국해서 집에 도착했더니 아버지는 전에 알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알고보니 호주에 있던 도중 아버지는 급성 간암 진단을 받았다. 큰 마음을 먹고 떠난 아들의 여행을 망칠까 싶어서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귀국하고 열흘 만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2001년 2월의 일이었다.

“그 일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차츰 마음 속에 다른 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생활이 제 궤도에 접어들었을 때도 다른 길은 희미해지기는커녕 더욱 분명해졌다. “‘사제나 교사나 가르치는 건 다 마찬가지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30년 동안 계속하면 행복할까 스스로에게 물었죠. 답은 NO였습니다.” 그때부터 신학대 입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주변에 이같은 계획을 알리지 않았던 탓에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동성고에도 가톨릭 사제 지망생이 셋이나 있었는데, 시험장에서 그만 마주치고 말았다. “자기들 응원하러 온 줄 알더라고요. 시험 잘보라고 격려하고서는 저도 다른 방에서 시험 봤죠.(웃음)” 함께 시험을 치른 제자 가운데 두 명과 2004년 봄 신학대에 같이 입학했다.

“기도하려면 체력 뒷받침 필요해요”

7년 간의 신학대 생활 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물음에 기도가 제일 힘들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거 아세요? 기도도 체력이 필요하더라고요.(웃음)”

 

서품을 받을 때 사제들은 저마다 성구(聖句)를 하나씩 받는다. 나 신부가 받은 성구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립보서 2장 5절)’였다. 남보다 늦은 나이에 사제가 되니 좋은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다른 사제들보다 뻔뻔하게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 신부는 “하하하” 크게 웃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택한 나 신부는 모든것을 가진 듯 여유로웠다.

글·사진=이미현(96 사학)
서강옛집 편집위원, 월간 샘터 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152건 252 페이지
동문소식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87 “후배 덕 오늘 정말 행복” 1학기 장학금 1억 9100만원 전달하며 오붓한 情 나누다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5 10351
3386 세계명문 가톨릭대 탐방 ①벨기에 루뱅대학교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6582
3385 영장산 오르며 우애다진 민주동우회 산우회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1327
3384 경영대 동문회 신년하례식, 서강의 주춧돌 자부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8973
3383 “서강인은 박물관으로 오세요”사학과동문회 연중관람 추진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3982
3382 서강미술가회 ‘피카소가 장자를 만나면’ 전시회 관리자 2011-03-14 11423
3381 [신간안내] 논어강의(인) - 정요일 교수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1199
3380 [신간안내] 인적자원관리 - 이의현(경영 31기) 동문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9734
3379 [신간안내] 판타스틱 걸 - 김혜정(02 국문) 동문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2126
3378 [신간안내] 서툰 청춘을 위한 다독다독 - 허병두(81 국문) 동문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0890
3377 온두라스에서 살인 누명 무죄 입증된 한지수(02 경영) 동문 근황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2594
3376 서강가족카드 발급… 도서관 출입·제휴 가맹점 할인 혜택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3926
3375 [특별기획] 세계명문 가톨릭대 탐방 ① 벨기에 루뱅대학교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3407
열람중 교사 관두고 서른일곱에 사제 서품 나창식(94 사학)신부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4 11620
3373 사학과 동문회, 국립중앙박물관 연중관람 실시 첨부파일 관리자 2011-03-11 11196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7 THE SOGANG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서강대학교총동문회 | 대표 : 김광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5-82-61502
서강동문장학회 | 대표 : 김광호 | 고유번호 : 105-82-04118
04107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아루페관 400호 | 02-712-4265 | alumni@sogang.ac.kr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약관 / 총동문회 회칙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