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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서강인 #3 박찬희(88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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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15 16:14 조회14,1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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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걷고 사람과 어울리며 자연을 누리다

걷고 이야기 나누고 기록한다

모교 사학과의 소중한 답사 체험

박찬희(88 사학) 

 

여행가의 삶, 늘 가슴 설레고 뭉클한 삶

여행은 자연스러운 내 삶입니다. 밥을 먹듯 여행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허기지고. 여행을 가면 펄떡펄떡 살아있는 나를 만난다고 할까요. 지금 다니는 여행을 굳이 나누자면 네 가지입니다. 혼자 문화유산과 박물관을 찾아다니는 홀로 여행, 가족 여행, 사학과 동문들과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답사 여행,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중년 여행, 그리고 국외로 가는 몽골 여행. 주로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여행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디론가 떠나는 걸 좋아했어요. 사학과를 다닌 덕분에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문화유산으로 집중되었습니다. 문화유산이 있는 현장에 가면 가슴이 설레고 뭉클합니다. 몽골 여행은 좀 다른 경우인데, 서른 중반이 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고 뻥 뚫린 넓은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몽골 다녀온 후 가슴에서 떠나지 않더군요. 매년 휴가 때마다 지인들과 몽골로 날아갔습니다.

 

여행하고 책 쓰는 삶, 육아 책도 펴내

모교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30대는 박물관에서 원 없이 유물을 보고 전시기획을 하며 보냈지요. 그러다 40대 초반 아이가 태어나자 퇴직을 하고 아이를 키웠어요. 아이 키우며 느낀 점이 많아 『아빠를 키우는 아이』라는 책도 썼어요. 또 어떻게든 일단 몽골을 한번은 정리하고 싶었고, 또 몽골로 여행을 가는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몽골 기행』을 냈습니다.

 

처음 몽골 여행을 갔을 때 마땅히 참고할 만한 책이 없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어요. 시간 날 때마다 역사의 현장과 절집을 찾아다녔습니다. 또 외우는 역사, 질문하지 않는 역사 공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 두 명과 의기투합해 『두근두근 한국사』를 썼습니다.

 

지금은 박물관과 문화유산이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곳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답사를 다니거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보는 방법을 다룬 『구석구석 박물관』을 썼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박물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사, 건축가, 시민단체 활동가와 함께 ‘대박상상(대한민국 박물관을 마음껏 상상하는 모임)’도 진행합니다.

 

대가야 무덤군에서 고비 사막의 별까지

한국에서는 경북 고령에 있는 지산동 고분군이 떠오릅니다. 지산동 고분군은 가야의 주축 세력이었던 대가야의 무덤군입니다. 왜 역사의 현장에 가야하는지 실감한 곳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면 더욱 좋고, 고분군을 따라 길을 오르며 이야기 나누기도 좋아요.

 

절집 가운데는 전북 완주에 있는 화암사와 김제에 있는 망해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절집들과 다르게 이 두 절집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게다가 무척 작지만, 매력으로 따지면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화암사는 깊고 깊은 산속에 숨겨둔 최고의 보물 같고, 망해사는 그저 바다만 바라봐도 좋은 곳입니다.

 

몽골은 여러 곳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없는 초원,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 수없이 갈라졌다 이어지는 길, 그 자체로 경이로운 별. 몽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의 하나인 차강노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물이 모이는 홉스굴 호수, 웅장한 알타이산맥, 역사의 주 무대였던 고비 사막을 빼놓을 수 없지요. 고비 사막에서 야영하며 만난 별은 생애 최고 풍경이었습니다.

 

여행은 여행을 꿈꾸는 순간 시작된다

특별한 여행 노하우는 없습니다. 여행은 여행 당시만이 아니라 여행을 꿈꾸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봐요. 여행 준비를 하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종이 지도를 보면서 그 땅의 모습을 눈에 익혀두려고 합니다. 몽골 여행은 여행을 가기 전 일행과 같이 여행 코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을 같이 준비하고 결정했어요.

 

여행을 가면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곳은 걷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어떤지 살펴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기록을 남긴다, 여행에서 만난 어려움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등등. 그리고 여행 다녀와서는 간단하게나마 꼭 기록을 정리합니다. 몽골 여행은 늘 팀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여행이 끝나면 반드시 몇 차례의 후속 모임도 가졌습니다.

 

여행의 큰 매력은 현지 사람들과의 어울림

요즘은 국내 여행이든 국외 여행이든 박물관이 필수 코스가 됐지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이의 집중 시간은 무척 짧습니다. 종종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 눈앞에 있는데”라며 다그치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건 부모의 욕심이지 아이의 욕구가 아닙니다. 아이와의 여행도 여행이지 학습의 연장이 아니에요.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여 즐거운 여행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증명사진 찍듯 스치는 여행도 있지만 좀 더 머물러서 그 지역과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여행이 더 풍부해집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생활을 알면 보이는 게 달라지죠. 현지 사람들을 만나 얘기 나누다보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몽골의 국경 작은 마을 다달에 갔을 때 마을 사람들과 같이 소풍을 갔어요. 그때 몽골과 몽골 사람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지요.

 

사학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답사

사학과는 다른 학과와 달리 정기적으로 답사를 가지요. 이 답사는 사학과의 정체성을 상징했습니다. 답사 가기 전 준비하고 문화유산 현장에 가서는 교수님 이야기를 듣고 저녁에는 선후배들과 술 마시며 밤새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문화유산 현장을 가는 일도,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았습니다. 또 답사반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같이 여러 곳을 다녔어요.

 

교수님에 대한 기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교수님들 강의는 제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습니다. 여러 교수님 가운데 한국 고대사 전공인 이종욱 교수님 수업은 거의 빼놓지 않고 들었어요. 그때 배운 내용이 한국사를 바라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이 따라 달라지는 여행의 느낌과 자세

나이 들어가면서 여행에 대한 느낌도 달라져요. 20대에는 ‘돌격 앞으로’ 식으로 정신없이 다녔고, 30대에는 가슴 속 답답함을 풀어 놓으려 다녔습니다. 그러다 40대 초반부터 점점 천천히 다녔고 점차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자연스레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여행은 그동안 쌓인 시간의 깊이 때문인지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족 여행이 한결 풍부해졌습니다. 한 개인의 여행도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 같습니다.

 

박찬희 동문 저서

『구석구석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빨간소금, 2017)

『두근두근 한국사』(전 2권, 공저, 양철북, 2016)

『몽골 기행: 칭기스 칸의 땅을 가다』(소나무, 2014)

『아빠를 키우는 아이』(소나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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