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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부리한 도자기, 민화의 옷을 입다 - 명품 민화도자기 개척한 이기영(74 정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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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0-13 22:54 조회12,2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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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다가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살까?’라는 문제의식에 빠진 이기영(74 정외) 동문은 ‘자원 빈국이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추진 10년 남짓, 민주화 운동이 박차를 가하던 1970년대 말이었다. 통일하자고 외치면서도 가진 건 쥐뿔도 없던 시절, 모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까지 마친 이 동문은 ‘통일하자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북한 사회주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더라’라며 이를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정치경제학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따왔다. 아직 대한민국이 공산국가와 수교하지 않던 1980년대 중반 “사회주의 국가와 교역해야한다”라는 주장을 박사 논문에 담았다. 1986년 귀국해서는 15년 동안 경제 전문가로 이력을 쌓았다. 터전은 현대경제연구원과 경기개발연구원 등이었다. 그러던 2000년, 마흔여섯살에 난데없이 도자기를 만들겠다고 책상을 박찼다. 이름을 내걸고 도자기를 빚은 지 벌써 10년째다.

“수업료 엄청 냈습니다.”
그동안의 도자기 사업 성과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아마도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도자기로 눈 돌린 이후 아파트몇 채는 날아갔을 법하다.

“도자기 엑스포가 경기도에서 열린 2000년, 당시 근무하던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도자기 사업 발전 방안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맡았었습니다. 그러면서 도자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참 재미있어 보였죠. 그 즈음 제가 연구하던 경제학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게 없고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허하던 때였습니다. 도자기에 반해 곧바로 야간에 공부할 수 있었던 명지대학교 도자기 기술학과에 석사 편입해 마쳤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키우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공장을 임대하고 기계와 설비를 구입해 가마에서 직접 도자기를 굽고, 상당한 인건비까지 들여 무리하게 투자했던 게 실수였다. 유통 구조도 등한시 했다. 좋은 품질로 승부하면 될 줄 알았지만, 수입 명품 도자기를 선호하는 현실은 거대한 장벽이었다.

“아주머니들이 전시된 제 그릇을 보면서 겐조 스타일입네, 노리다끼 아니면 코렐 같아 보입네 등으로 품평하다가 그릇 하단에 한글로 적힌 ‘이기영 그릇제작소’ 브랜드를 확인하면 슬며시 내려놓곤 합니다. 명품 도자기로 알려진 해외 유명 제품들도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만드는 데, 국산품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죠.”

민화 디자인 도입한 이기영의 도자기
도자기를 과학, 예술, 비즈니스가 접목된 상품으로 바라보는 이 동문은 도자기의 활로를 디자인에서 찾았다. 해외 유명 도자기 회사들도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상황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화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새로 그려 도자기 디자인에 접목했다.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가정용품 박람회에 민화로 디자인한 도자기가 호응을 얻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 뒤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얼마 전에는 우리 민화 미술사를 정리한 책 ‘민화에 홀리다’를 발간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을 대변하는 그림은 민화입니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작품에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담겨 있진 않습니다. 산수화, 문인화, 사군자 등은 더더욱 아니죠. 다행히 최근 들어 민화를 배우려는 사람이 대폭 늘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민화작가가 100명도 안됐지만 요즘은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을 위시해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이럴 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습니다.”

서강인 사남매 예술혼은 집안 내력
이처럼 예술적인 소양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 동문은 이를 집안 유전자 속에 면면히 흐르는 것이라고 짐작한다. 아버지인 이병혁 모교 물리학과 교수는 은퇴 이후 바다에 배를 만들어 띄우는 데 골몰해왔고, 서강인 사남매 모두 미술 공부를 제대로 안해도 한번 본 것은 웬만하면 그대로 그려 냈기 때문이다. 큰 동생 이기석(84 철학), 작은 동생 이기진(80 물리), 막내 여동생 이은주(81 국문) 동문 등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이기진 동문의 딸인 여성 4인조 가수 ‘2NE1’의 리더 CL(이채린)은 조카가 되는 셈이다.

민화 속 호랑이 그림처럼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이 동문의 앞으로의 단기 목표는 프랑스에 작은 가마를 짓고 큰 공방을 차려 작품 활동과 판매를 함께 하는 것이다. 언젠가 ‘Made in France’가 새겨져 있지만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커피잔을 접하면 한번 쯤 생각해봄직하다. ‘이거 혹시 이기영 동문의 작품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글·사진=정범석(96 국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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