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73, 경남 창녕 古宅에서 뭉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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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1-01 12:45 조회12,0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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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영, 경제, 무역, 회계라는 개별학과 의식보다 ‘73 경상대’라는 공동체 의식이 훨씬 진합니다. 계열별로 처음 입학해 4개 섹션으로 공부했고, 3학년 때 학과로 나눠지기 전까지 2년간 서강언덕에 모여 한솥밥을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경상 73’이란 남다른 동류의식은 이렇게 싹 터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집니다”.
유달리 동료의식이 강한 경상대 73학번 16명이 모여, 올 가을엔 멀리 경상남도 창녕으로 1박2일 단합대회를 떠났습니다. 우등고속버스를 전세 내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남도여행을 마쳤습니다. 1억4000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을 걷고, 화왕산에 올라 억새밭 장관을 구경하고, 힐마루CC에서 골프를 치며 우정을 다졌습니다.
가장 보람된 일은, 보고 싶은 벗 성기준(푸드웰 대표) 동문의 100년이 더된 고택(古宅)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회포를 풀고, 120명 동기 중 홍일점이던 최수자 수녀(베네딕도 수녀회 까리다드 수녀, 창원파티마병원장)와 꿈에 그리던 만남을 이룬 것이었습니다.
창녕 도착 첫날, 일행은 경남 창녕군 대지면(大池) 석리(石) 324번지 우리나라 3대 명택(名宅)인 창녕 성(成)씨 아석(我石) 고택에 도착했습니다. 성기준 동문 일가가 살았던 생가로, 6대조(祖) 아석 성규호 선생이 1855년 터를 닦고 지은 집입니다. 그 뒤 자손들이 집을 잇대 지으면서 4개동 30채 규모의 한옥촌으로 커졌습니다.
고택에는 아석헌(我石軒), 석운재(石雲齋), 경근당(慶勤堂), 일신당(日新堂), 병천정사(甁泉精舍), 구연정(龜蓮亭) 등 200여 칸의 수많은 한옥이 고졸하면서도 반듯하게 늘어서 일행의 입에서 연신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모양이 한반도 모양이라 반도지(半島池)라 불리는 연못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누마루에 둘러앉아 커피와 곡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2인1실로 나눠 저마다 운치 있는 방을 골라 고택에서 1박을 체험했습니다.
<성씨 고택의 원택(元宅)이 되는 아석헌(我石軒) 앞>
<연못 주변에는 백일홍, 노송, 적송 등 온갖 꽃과 나무가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뒤에 모이는 집이 사랑채이자 누마루가 있는 구연정(龜蓮亭)>
<두번째로 지은 석운재(石雲齋) 뜰에 모여 담소하는 일행. 허물어진 고택에서 나온 주춧돌을 가져와 둥글게 돌려 세운 터는 방문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누마루에 모여 차를 마시며 성기준 동문에게서 집안 내력과 성씨 고택의 건립과정을 듣는 모습. 왼쪽부터 성열욱, 송재국, 김훈철, 이대섭, 도철해, 홍기용, 유범식 동문.>
<놀랍게도 후원이 넓었고 게다가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은 채 책읽기에 안성맞춤인 장소.>
앞서 서는, 우리나라 10대 명소의 하나인 우포(牛浦)늪을 찾았습니다. 우포,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등 4개의 습지가 모인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습지이자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입니다. 문화체육광관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적극 추천하는 ‘탐방 1번지’입니다.
일행은 1시간 30분간 5㎞를 걸으며 물억새 장관을 보고, 왕버들 수림(樹林)을 헤치고, 물풀과 개구리밥이 늪 위에 만든 녹색 융단에 도취하고, 철새들의 비상에 흠취했습니다. 성기준 동문은 친구들을 위해 하루 전에 미리 곳곳을 답사, 우포늪의 진경을 볼 수 있게 알맞은 코스를 정하고 직접 가이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우포늪을 걷는 모습. 성기준 동문(맨 왼쪽)은 어렸을 때 큰비가 내리면 마을에서는 위험을 알리는 종을 쳐 집집마다 장정들이 나와 배수로를 정비하고 제방을 점검해 수해와 범람을 막았다고 한다.>
<물억새 숲과 왕버들 수림을 지나, 개울을 건너 쉬면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일행은 노동마을까지 갈 것인가 고민하다 일정상 시간에 쫓겨, 오는 길로 되돌아가 우포늪을 한눈에 내려다볼 전망대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저녁식사 때에는 화합을 다지는 술이 몇 순배 돌면서 저마다 가슴에 담은 우정을 진하게 토해냈습니다. “친구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이젠 좋다” “얘들아, 힘든 일 있으면 혼자 짊어지지 마라, 나누자! 그래서 친구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사는 일이다” 등등 각자 일어서 근황을 전하고 속마음을 전하면서 건배사로 마당발(마주 앉은, 당신의, 발전을 위해서~)을 외치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노시철 동기회장은 “그리운 친구 기준이를 보러 창녕까지 왔다”면서 “이번 단합대회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고택체험과 생태체험을 곁들인 가을나들이’로 우정이 더 깊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무엇보다 친구가 소중함을 깨달아야 하는 만큼 ‘경상 73’의 모임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덕담도 덧붙였습니다.
한윤구 총무는 “지난해 봄엔 경기도 가평 크리스탈 벨리에서, 가을엔 강원도 속초 파인리즈에서 묵으며 설악산에 올랐다”면서 “이번이 3차 단합대회로 최대 40여명이 모였던 이전에 비해 다소 참여인원이 줄었지만, 불가피하게 불참을 알려온 친구가 20여명이 넘었던 만큼 우리 모임에 관한 동기들의 애정은 여전하고,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녁식사 때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자연스레 온갖 다양한 건배사를 쏟아내며 우정을 다지는 모습>
<송재국 동문(오른쪽 일어선 사람)이 모임의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사를 제창하는 모습.>
이튿날에는 두 개 조로 나눠 한 팀은 화왕산 등반을, 다른 팀은 골프를 쳤습니다. 화왕산(火旺山 756m) 등반은 8명이 옥천계곡을 따라 걷기를 시작해, 주능선에 자리 잡은 허준 세트장을 지나 화왕산성 동문에 도착, 눈앞에 펼쳐진 억새밭의 장관에 도취했습니다. 골프팀은 힐마루CC에서 2개조로 나눠 실력을 겨뤘습니다.
<화왕산 정상 부근을 에워싼 화왕산성 동문 위에 선 등산팀. 맨 오른쪽 김대섭 동문 뒤로 낮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홍기용, 김훈철(사진 왼쪽부터) 동문이 화왕산성에 올라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화왕산성 서문 터에서 찍은 단체사진. 뒤 편으로 억새무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창녕 조(曺)씨 득성지(得姓地)와 용지(龍池)를 지난 일행은 막걸리로 정상주를 대신했다.>
점심때가 되자, 고대하던 시간이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동기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고, 동기들보다 10년 연상이며 수녀이던 최수자 수녀와의 소중한 만남이 성사된 것입니다. 창원 파티마병원장인 최 수녀는 동기들을 만나고자 휴일 먼 길을 마다않고 골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상면하자 모두들 반가운 마음에 웃음꽃이 활짝 폈고, 오가는 학창시절 추억담에 이야기꽃마저 화창하게 피었습니다.
최 수녀는 “이렇게 건강하게 모인 우리 동기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며 축성기도를 했고, 이어 동기들에게 <만남 속으로>(이제민 지음), <할아버지의 기도>(레이첼 나오미 레멘 지음) 제목의 책을 일일이 선물했습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일행은 최 수녀에게 성씨 고택을 안내하기로 하고 고택으로 되돌아가 고택 앞 어물리 뜰에서 단체사진(맨위 사진)을 찍었습니다. 37년 전 만나 우정을 쌓던 ‘73 경상대’ 동기들의 동료애가 세월의 흐름에도 옅어지지 않고 짙은 향내음으로 사진화면에 그득했습니다.
<힐마루CC에서 웃음꽃 터지는 가운데 점심을 드는 모습. 오랜만에 만난 최수자 수녀는 경상대 73학번에선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골프팀과 등산팀이 합류해 최수자 수녀와 담소하는 모습.>
<골프장 건물을 배경으로 최수자 수녀와 찍은 단체사진. 첫줄 왼쪽부터 김요서, 한윤구, 성열욱, 최수자, 노시철, 유범식, 정원경 동문. 둘째줄 왼쪽부터 조문기, 홍만식, 성명모, 도철해, 송재국, 김훈철, 김대섭, 성기준, 홍기용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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