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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풍경⑪] 10월의 곤자가 국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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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0-14 00:16 조회17,1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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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모교 후문 주변은 민주화 성지였다. 그곳엔 서강을 지켜주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벽처럼 서 있던 삼민광장이 있었다. 80년대에는 정문이 막히면 으레 후문을 통해 전투(?)가 치러졌다. 그 당시 언덕에 모였던 서강인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민주화 성지이기도 했지만 평화로운 일상의 추억도 많다. 경사를 무시하고 진행했던 ‘경사 축구’를 비롯해, ‘살인 배구’에서부터 한 무리가 원으로 둘러 앉아 했던 ‘전기 게임’, 개집에서 가지고 나와 먹던 200원짜리 짜장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경사진 삼민광장 그늘 잔디밭에 누워 플라타너스를 배경으로 한 없이 열린 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다. 당시 서강엔 고개만 돌리면 벗어날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어 좋았다.

지금의 후문 주변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언덕에 앉아 마시던 광장에는 ‘콩다방(커피빈)’과 유명 햄버거 가게가 들어섰다. 외국인 학생들은 잔디에 누워 수다 떨며 자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누구는 민주화의 성지가 자본주의 부르주아 공간으로 변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서강 선배들이 지켜낸 민주화의 광장이 있었기에 이처럼 국제적인 공간으로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시원한 바람이 허공을 가르는 가을이다. 곤자가 국제 학사 주위의 풍경이 만들어 내는 공기가 신선하기만 하다.

글 · 그림=이기진(80 물리) 모교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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