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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인의 단골집 - 그대 6만 동문들의 추억이어라 - 80년대의 추억 - 글방 서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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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6-07 09:46 조회15,0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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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성 상징,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개교 50주년 특집 기획 ‘그대 서강의 추억이어라’를 지난 서강옛집 367호에 이어 연재합니다. 1980년대 ‘글방 서강인’, 1990년대 ‘포시즌 호프’를 각각 해당 공간을 사랑했던 동문의 기억에서 되살렸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공간이지만 서강인들이 대학 생활의 낭만을 떠올릴 때 추억할 수 있는 단골 가게입니다. <편집자>




1980년대 중·후반 대학 다닌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학창시절 열심히 서점을 들락거렸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 문지방이 닳도록 다닌 적도 있다. 뻔질나게 서점을 드나들었던 목적은 십중팔구 메모판에 약속 쪽지 붙이거나 붙어있는 약속 쪽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순수하게 책을 사러 서점에 간 적도 있었지만, 약속 쪽지를 보러간 경우가 훨씬 많았다.


글방 서강인과 조은일 문고


1987년 입학 당시 서강대 대표 서점은 글방 서강인과 조은일 문고였다. 규모가 작았던 조은일 문고는 <빵점엄마 백점일기>의 저자 조은일 아줌마의 이름을 딴 서점인데, 운영은 남편 분이기도 했다. 글방 서강인이 조은일 문고보다 규모도 컸고 훨씬 오래 명맥을 이어와 사실상 서강대를 대표하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이었다.


글방 서강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4년 7월 문 닫을 때까지 막집 골목과 용약국 골목 사이 대로변에 있었다. 글방 서강인 주변에는 학생들이 즐겨찾던 술집들도 많았다. 맥주집 포시즌과 청록·청미, 막걸리를 파는 막집, 소주와 찌개를 파는 선미집 등이 글방 서강인과 어깨동무하며 늘어서 있었다. 신촌 전철역과 정문사이 대로변은 책과 술이 어우러진 ‘문화의 거리’(?)였던 셈이다.


추억의 쪽지 게시판


‘사학 87 사랑채에 - 민재, 문현, 진권’, ‘학보사 수습기자 환영회 2차, 가든호프’ 해가 저물고 저녁 때가 되면 글방 서강인 메모판에는 이런 쪽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휴대폰은 물론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서점의 메모판은 유력한 소식통 역할을 해주던 때였다. 가두 시위 등이 있을 때 이 쪽지 메모판은 경찰에 연행됐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생사 확인의 창구로도 쓰였다.


쪽지 메모판은 서로 간의 약속을 알려주는 매개였을 뿐만 아니라, 예정되지 않은 손님까지 연결해주는 친절한 안내자였다. 간혹 반갑지 않은 손님까지 연결해주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훨씬 많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국 방방곳곳의 지리까지 휴대폰 하나면 다 해결할 수 있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우스워보일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쪽지 게시판이 스마트폰 기능을 대신해준 친절한 도우미였다.


마음이 담긴 책선물의 기억


우리 집 서재 한 켠에는 루쉰의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만화가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구엔 반 봉의 <사이공의 흰 옷> 등 대학시절의 책들이 꽂혀 있다.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책들을 꺼내본다. 책장을 펴면 친구와 선·후배가 써준 색 바랜 글씨의 축하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당시는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이 되면 책을 선물 받고, 거꾸로 책을 선물하는 일이 흔했다. 그럴 때마다 책장을 펴고 정성스럽게 몇 마디 글을 써서 마음을 전하곤 했다. 지금도 그런 책들을 펼쳐보면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글방 서강인은 그러한 기념 선물을 마련하기 아주 좋은 공간이었다. 가끔씩은 서점 주인 아저씨에게 새로운 책 동향을 묻고 선물할 책을 고르거나 읽을 책을 선택하기도 했다. 당시 사회과학서점 주인을 할 정도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내공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떨 때는 특정한 책을 놓고 서점 안에서 간단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단골손님일 경우에는 그 사람의 독서 취향을 기억했다가 이야기를 붙이거나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한 것이다.


인문서적의 르네상스 시대


1980~1990년대는 대학교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의 전성시대였다. 학생운동이 활발해서 소위 ‘이념 서적’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서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인문사회과학 서점의 르네상스 시기였던 1980~1990년대에는 전국에 150곳이 넘었다고 한다. 서강대의 글방 서강인을 비롯해 서울대의 ‘그날이 오면’, 연대의 ‘오늘의 책’, 성균관대의 ‘논장’, 건대의 ‘인서점’ 등은 그 시대의 대학 지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주인이나 손님 모두 그런 서점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2004년까지 명맥 이어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 소련의 붕괴와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인한 충격파가 가장 크게 미쳤던 곳이 대학가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었다. 그나마 2004년까지 명맥을 이었던 글방 서강인은 어느 정도 버텼던 축에 든다. 지금은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처럼 후원에 의지해 간신히 명맥을 잇는 서점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려졌다. 글방 서강인도 그와 같은 역사의 운명을 비켜가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글방 서강인에 얽힌 추억은 내 가슴 한켠에 또렷하게 아로 새겨져 있다.


이한기(87 사학)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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