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알로’ 대표 박종인(86 불문) 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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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12-02 09:59 조회10,5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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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기쁨 – 기쁨나눔재단 ‘밥집알로’
대표 박종인(86 불문) 동문 인터뷰
‘나눔’은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경쟁도 발전의 동력이지만 '나눔'은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과 유지에 크게 기여한다. 각별한 ‘나눔’의 실천으로,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가 있다. 기쁨나눔재단 밥집알로 대표 박종인(86 불문) 동문이다. 박 동문은 예수회 신부로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세상의 일원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열성을 다해 뒷받침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눔’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려 보자.
▲ 밥집알로 외부 전경
Q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86학번 박종인입니다. 98년 2월 12일에 예수회에 입회했습니다. 학부생 때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프랑스어를 써먹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입회 후 신학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야할 때 프랑스어를 공부한 이력이 한몫했습니다. 성적과는 상관없이 파리의 예수회 신학교로 파견받도록 만들었습니다.
2008년에 사제품을 받은 이후, 청소년과 청년들을 만나는 사목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09년 가을에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서울대교구 청소년 사목을 하는 부서였고, 거기서 계속 근무하면서 맺은 인연들을 쭉 이어가 청소년, 청년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2016년도 서강대학교 신입생 필수 인성 교과인 ‘성찰과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2021년까지 근 6년을 이 프로그램 진행하는 데 할애했는데, 쓸데없이 이런 프로그램은 왜 만들었냐고 신입생들에게서 욕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2021년 2월부터는 은평구 응암동 꿈나무마을로 파견되어 11월에 ‘밥집알로’ 계약을 맺었고, 올해 1월에 주교님을 모시어 정식으로 오픈했습니다.
▲ 박종인 신부
Q2. 기쁨나눔재단과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밥집알로)에 대해 알려주세요.
기쁨나눔재단은 2010년도에 해외 원조를 목적으로 천주교 예수회 한국관구에서 설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이에요. 재단이 국외 업무만 치중하다 보니, 사업 실적에 있어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데 난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꿈나무마을’이라는 50년 된 서울시 보육시설을,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우리 재단이 2020년부터 위∙수탁하여 운영하게 되면서,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죠.
‘자립준비청년’은 만 18세부터 24세까지, 그동안 생활해온 보육시설을 퇴소하여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잡을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옛날에는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려왔는데, 성인으로서 어른이 될 사람들에게 계속 ‘아동’이라고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복지 개념 안에서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은 이런 청년들이 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밥집알로’이고, 이곳에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저녁 한 끼를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대접하는 거죠. 실제로 ‘밥집알로’가 목표하는 바는 단순히 식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시설을 퇴소해서 나가면 혼자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면 생활 패턴이 망가지고, 집안 상태도 엉망이 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과 불안함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밥집알로’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함께 식사하여 외로움을 해소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고, 또 아이들이 잘 생활하고 있나 근황을 살펴보도록 하는 거죠. 근방에 ‘까페알로’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낮은 가격에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여, 여가활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고요.
Q3. ‘밥집알로’라고 작명한 특별히 이유가 있나요?
서강대에 ‘곤자가홀’ 있죠? ‘곤자가’라는 명칭이 사실, 예수회 성인 ‘알로이시오 곤자가’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이 분이 청소년들의 수호 성인 중 한 명인데, 지금의 꿈나무마을 전신인 ‘소년의 집’을 설립하신 미국 신부님 이름도 ‘알로이시오 슈발츠’입니다. 두 분 다 ‘알로이시오’라는 이름의 공통점이 있어서, 앞 두 글자 ‘알로’를 가져와 ‘밥집알로’라고 작명한 것이죠.
▲ 밥집알로 내부 모습
Q4. 동문님께 ‘밥집알로’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인 지원’이 가장 큽니다. ‘밥집알로’에서 같이 식사하며 안부를 물어보면,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게 됩니다. 이 어려움이란 게 현실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아니면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런 고민거리들을 전문가와 연결해줌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거죠.
그리고 시설에서 서먹서먹했던 친구들이 한 공간에서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밥집알로’가 화해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기대합니다. 실제로 학교나 조직 내에서도 선배들이나, 윗사람 대하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더라도,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밥집알로’가 제 기능을 하고 있고요.
실제로 ‘밥집알로’에서는 험한 말을 할 경우, 예전에는 바로 퇴장을 하는 규칙이 있었는데, 요즘은 옆 테이블이나, 옆방에서 혼자 밥을 먹도록 하는 규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생각 의자 같은 거죠. 혼자 밥을 먹으면서 내가 왜 험한 말을 했을까 이런 걸 생각하면서 사람 간의 정과 예절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Q5.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동문님의 정신이 신부가 되는 데 영향을 끼친 바가 있을까요? 신부의 삶을 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교 다녔을 적에 제 친구들은 사회 정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외치고 다니던 운동권 학생들이었는데, 저는 뒤에서 팔짱 끼고 지켜보던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살아오면서, ‘그때는 왜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난 무얼 했던가?’ 하는 부채의식 같은 마음이 계속 있었습니다. 남은 생이라도 헌신하고 세상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계기가 되기도 했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요새는 백세시대고 나이 서른이면 결혼 적령기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때는 60, 70세가 기대 수명이었고 나이가 서른이 되면 결혼하기에 많이 늦은 편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서른이 되어서도 남은 인생을 함께할 만한 배우자를 구하지 못해서 (웃음) 사제, 수도의 길을 택한 것이죠.
만약 기다렸다면 그래도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합니다. (웃음) 어쩌겠습니까, 오랜 세월 신부로서 살았고, 이제는 청년들의 삶을 동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소박한 꿈이고요, 그렇게 살다가 가면 행복하리라 생각을 해요.
▲ 밥집알로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장면
Q6. 재학생 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관련한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좋아했지만, 대표를 맡거나 앞장서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늘 소극적이었고,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했던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또 불문과에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남녀학생들 모두와 관계가 좋았던 원만한 사람이었어요. 성적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Q7. 기쁨나눔재단의 목표와 ‘밥집알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쁨나눔재단은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현재 지원이나 교육 사업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제(국외) 파트에서는 캄보디아에 학교를 설립해서 지금 예수회원들을 지원하고 있고, 또 마리아 수녀회가 전세계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남미, 필리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데, 그 곳에도 인력을 파견하거나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지원이고,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밥집알로’가 잘 되어서, 2호점이라고 할까요,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가정집을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접근이 용이하도록 확장하여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하죠. 지금 당장은, 여기 응암동 은평구에 있는 ‘밥집알로’가 조금 더 원활히 운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은평구 쪽에 인구가 가장 많이 분포돼 있고, 이 일대에 자립준비청년들도 가장 많아서, 이곳이 우선적으로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Q8.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을 위해, 이 글을 읽고 계실 서강 동문님을 향해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쁨은 정말 나눌수록 커집니다. 동문님들께서, 요즘에 한창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무엇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에 힘을 실어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천강현(21 신방)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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