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길(공공30기) 문학광장 詩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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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3-04 15:17 조회15,3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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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길(공공 30기) 동문이 월간 ‘문학광장’ 제 26회 신인 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한국토지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인 이 동문은 모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북한통일정책학과를 전공했습니다.
이 동문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떼었다는 자세로 겸손히 노력하는 문인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릴 적 고향과 관련한 애틋한 추억을 담아 보고 싶고,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보고 느꼈던 북한문제와 도시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애환도 보듬어 보고 싶습니다”라고 당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동문의 양해를 얻어, 시 수상작 5편 전문을 게재합니다.
산 촌
어머니 젖가슴 같은 봉우리
살며시 넘어
아늑한 산촌(山村)
수줍은 햇살 머금으며
사립문이
비시시 기지개 켠다
세찬 풍상(風霜) 맞으며
가지런히 늘어선 장독위에
영롱한 별빛 쏟아지면
그 모습에 취한
눈송이가
밤새 춤을 춘다.
오지 아니한 님을 그리며
파도는 엉금엉금 기어 오고
갈매기는 아침부터 등대를 기웃기웃
사람들은 여객터미널로 모여들건만
배는 왜 이리 더딜까
닻이 이윽고 내려지면
눈에 들어오는 많은 얼굴들
낯익은 얼굴
낯설은 얼굴
아무리 둘러봐도
찾는 얼굴은 없고
차가운 허공만이 눈에 가득하다
바다에 안 나가겠다며
낮술에 취한 뱃사람
한잔 술에 멸치를 툭 털어 넣더니
세상을 사납게 내동댕이친다
끝없는 번뇌
일렁이는 갈등
더욱 빠져드는 회의
아! 바다에 안 나가면 뭘 먹고 사나?
이튿날 그 뱃사람은
여느 때처럼 배를 탔다
그물과 소주병을 매단 채
그리고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초록, 노랑, 빨강 깃발을 나부끼면서... ...
그리움
서산에 해 걸리면
살포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 얼굴 그리워 다가서면
눈가에 드리워진 주름살,
나목처럼 숭숭 뚫린 머리를 보며
슬프게 돌아섭니다
뒤돌아서
떠난 세월 떠올리며
또 다른 얼굴을 찾아 헤매지만
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영롱한 별빛만 가득 안고
이내 돌아섭니다.
어머니, 오늘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머니!
오늘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6남매 중 막내인 저를 위해
당신의 허리는 이미 고목처럼 휘어지셨고,
저를 도회지로 진학시킨 후에는
치맛속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돈을
건네곤 하셨습니다
어머니!
논산훈련소 훈련기간 중
당신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면회를 못 오셔서 그러신 줄 알았습니다
이내 당신의 싸늘한 사진을 보며
저는 눈물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어머니!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리더니
차츰 허옇게 속내를 드러냅니다
퇴근길에 텅 빈 하늘을 보니
이 밤 당신이 너무 서럽게 그립습니다
어머니!
이제 주변을 돌아볼만 하니
당신은 계시지 않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깊어 가는데... ....
어머니!
동심(童心)
희미한 창문 틈새로
삭풍(朔風)이 황소처럼 밀려오면
언 손 호호 불며
난롯가로 모이는 동심(童心)
까칠한 얼굴의 미숙
입술 튼 강칠
손이 까마귀 같은 진호의 볼에
복사꽃이 피어나고
4교시 수업시간 내내
난로와 뜨겁게 입맞춤한
누런 도시락에서
김이 모락모락 뭍어나면
선생님 말씀은
난롯가에서 꾸벅꾸벅 졸고
허기진 뱃속은
고래처럼 요동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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