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아름 품고 다시 서강을 찾다 – 전후자(64 영문) 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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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11-07 11:14 조회9,0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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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모교에 50만 불을 기부한 전후자(64 영문) 동문. 재학 중 받은 사랑에 대해 언젠가는 꼭 보답하고 싶었다는 전 동문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월 모교를 방문해 서강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한보따리 풀어놓은 전 동문에게 서강을 향한 애정과 기부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 기부로 젊은 여성의 꿈을 응원하다
1940년대, 전후자 동문은 여섯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주위로부터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지만, 전 동문의 부모님은 오히려 딸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아버지께서는 남들 앞에서 ‘여섯 공주’를 가졌다며 자랑스럽게 표현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여성은 남성보다 유능하지 못하다는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편견에 맞섰던 분이십니다. 1940년에 KBS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아나운서가 되셨고 동양화 화가였던 어머니께서는 딸들에게 여성도 능력 있다는 점을 항상 일깨워주셨어요.” 당시 흔하지 않았던 자유연애로 부부의 연을 맺은 부모님은 어린 소녀의 마음에 평등의 가치를 심어주셨다.
하지만 사회에서 마주한 여성들의 삶은 달랐다. 당시 여성들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고, 승진도 어려웠다. “그래서 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방법은 바로 실력을 기르는 것이죠.” 전 동문은 ‘지식이 힘’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여성도 많이 읽고 배우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세웠다. 이는 전 동문이 매일 아침 2시간씩 신문을 읽으며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전 동문은 요즘도 매일 공부한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남편과 함께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간 전 동문은 서강에서 기른 출중한 영어 실력을 토대로 미국 워싱턴주의 교통부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이후에는 클락 칼리지(Clark College)의 ESL(외국어로서의 영어) 강사로 일했다. 치과의사인 남편 김성열 원장과 함께 치과 기구 제조회사인 ContacEZ를 설립하여 회장이 됐고 2020년 전 매각했다. 현재는 Pacific One Assets Development & Management의 회장 겸 CEO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여 일군 재산을 사회와 이웃에 돌려주고 싶었던 그녀와 남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자신들 각자의 모교였다. 재학 중 7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던 전 동문은 모교로부터의 도움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바람을 품어왔다.
서강에서 예수회 신부님들과 새로 임용된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한국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꿈꿨고 이는 전후자 동문의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 동문은 이를 후배들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전 동문은 지난해 12월 후학 양성과 인권 교육을 위해 50만 불을 쾌척해 올해 ‘전후자 장학금’을 개설했고, 이 기금은 장학금을 비롯해 시설 개선, 교육과정 개발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대학 시절뿐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제 멘토가 되어 주셨던 이한택 신부님, 당신의 지식 전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애쓰셨고 제가 문학을 이해하는데 큰 영향을 준 번브럭 신부님, 학창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제게 마음과 정신의 쉼터였으며 신성한 공간이었던 성당, 여성 선구자였던 어머니와 인권 변호사로 일한 딸을 기념하며 이 기금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전 동문은 지난 10월 남편과 함께 모교를 방문해 영문과 후배들도 만나고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학교발전 계획을 듣고난 후 후배들과 모교를 위해 추가로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저는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이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자주 ‘하늘엔 끝이 없고 네가 가능한 만큼 넓게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곤 합니다.” 전 동문은 장학금이 서강 후배들이 실력을 양성하는 토대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 언제나 따스한 기억으로 남은 서강에서의 지난날
전후자 동문이 기억하는 서강은 은사와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1964년에 입학한 서강대학교는 예수회 신부들과 교수, 학생들이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따뜻한 학문의 장이었다. 특히 감사를 표하는 인물은 번브럭(Burnblock) 신부다. “번브럭 신부님은 미국 문학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어요. 질문이 있어서 찾아갔을 때는 항상 이해할 때까지 천천히 가르쳐주셨죠.” 모교 도서관에서는 번브럭 신부를 기리고자 전 동문의 기부금으로 영문학 관련 도서를 구입했다. 로욜라도서관에서는 현재 1차분을 구매했으며, 총 5차에 걸쳐 도서를 구입할 예정이다. 전 동문은 이외에도 이한택 신부, 박고영 신부 또한 학생들의 든든한 지지자였다고 기억한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5번째 방문한 서강은 따뜻하게 전 동문을 맞이했다. “제가 사랑하던 학교를 보니 마음도 흐뭇해졌고, 저를 크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전 동문은 정이 가득한 서강이 명문 교육기관으로서의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유망한 학과를 유치한다면 모교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후자 동문은 후배들이 서강에서의 배움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란다. “서강대학교에서 철저히 공부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감이 생겨요. 그럼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서강에서의 교육을 통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장본인의 경험담이다. 전 동문은 1970년대에 아시아 여성으로서 먼 이국땅에서도 당당히 자리를 잡았으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하세요. 그래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서강에서 받은 사랑을 갚고자 기부금과 함께 돌아온 전후자 동문이 후배들이 전하는 당부다. 서강 곳곳에서 전후자 동문이 뿌린 사랑이 흐르고 있다.
글 : 차의진(20 신방)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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