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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고 감동 쏟아진 민주동우회 신년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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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26 11:19 조회15,6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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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서강민주동우회 신년하례식에는 ‘특별한 서강’ 답게 특별강연, 특별공연, 장기자랑 등 풍성한 문화행사가 선을 보였습니다. 먼저 총동문회 신년하례식 개막공연을 맡은 탈반 동아리 OB모임인 ‘마구잽이’가 열하룻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흥겨운 사물놀이와 양주별산대 기본춤을 보여주었습니다.

 

11명이 참가한 사물놀이패는 10분여 간 흥겨운 장단과 가락을 보이며 흥을 주도했습니다. 상쇠(꽹과리)는 송성섭(79 화학) 동문이, 징은 정규홍(77 영문) 동문이 맡아 전체를 이끌었습니다. 우렁찬 북소리는 이경숙(75 영문), 장근주(78 화학), 정일수(79 경제), 임상철(80 사학), 이주섭(83 불문) 동문이 혼신의 힘으로 둥~둥♬ 울렸고, 장구(杖鼓/長鼓)는 신혜련(79 독문), 이장길(89 경제) 이윤미(97 종교) 동문과 박지숙 씨가 맡아 멋진 기량을 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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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주(78 화학) 동문이 공연 들머리에 2010년을 다짐하는 소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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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패 '마구잽이'의 흥겨운 가락과 장단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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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을 대신해 흥겹게 춘 양주별산대 기본 춤가락>

특히 장근주 동문이 공연 들머리에 일어서서 “광주민중항쟁, 김의기 열사 추모 30주기를 맞아 우리 모두 총 매진하랍신다!”하고 외쳤고, 나머지 놀이패들이 “예~이♬”하고 화답하면서 신명나는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사물놀이와 액맥이 타령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앵콜 요청이 쏟아졌고, 마구잽이패는 즉석에서 양주별산대 기본 춤가락을 선보였습니다. 공연자와 관객 모두 절로 어깨춤을 들썩였고, 마구잽이패의 신명난 몸짓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이어 특별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나무박사’ 혹은 ‘나무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고규홍(79 국문) 동문이 강사로 나섰습니다. 고 동문은 ‘나무와 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선조들이 나무를 자식처럼, 친구처럼, 사람대접하며 살아왔다”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때론 방치된 나무를 살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거나, 옛집과 마을 주변의 고목(古木)과 거목(巨木)에 담긴 사람살이의 애환을 세상에 알려온 ‘나무여행 기간’이 벌써 12년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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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79 국문) 동문이 '나무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를 주제로 특강하는 모습>

나무를 찾아 천리길도 마다않고 달려가는 고 동문은 그동안의 나무여행을 담아 <이 땅의 큰 나무> <절집나무> 등 책을 출간했습니다. 또 MBC라디오 프로에 나와 ‘나무를 찾아서’ 코너에 참여했고, KBS와 나무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국민일보에 ‘고규홍의 식물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천리포 수목원에서 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 동문은 이날 △용계 은행나무 △경북 예천군 석송령(昔松靈) △경북 예천군 황목근(黃木根) △경남 고성군 김목신(金木神)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의령 백곡리 감나무 △전주 삼천동 곰솔 등에 관해 슬라이드 사진을 곁들여 자세하게 설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중 일부 나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계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175호로, 수령이 700살이나 됩니다. 키 31미터, 가슴둘레 13.67미터로 국내 은행나무 가운데 가슴둘레가 가장 큰 나무입니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을 때 우여곡절 끝에 15미터 높이의 인공 언덕을 만들고 그 위로 옮겨 심어 건재할 수 있었습니다. 1990~1993년 4년간 23억원을 들여 이식 공사를 마쳤는데 대지개발 이철호 회장이 도움이 컸습니다. 당시 23억원이면 어마어마한 돈인데, 나무를 사랑해온 조상의 후손답게 마을의 터줏대감 나무를 살리는 큰일을 해냈습니다.

 

석송령은 천연기념물 294호로 경북 예천군 석평마을에 있습니다. 나이 600살, 키 10미터이며,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반송(盤松)으로 가지 길이가 동서로 24미터, 남북으로 30미터에 달합니다. 석송령은, 1928년 마을의 거부인 이수목 노인이 재산을 물려줘 땅 2000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석씨 성에 신령이 들어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昔松靈)이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나무를 사람대접하는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이름이 붙은 나무가 더 있습니다. 황씨 성에 나무 목자와 뿌리 근자를 쓴 황목근이라는 팽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 400호로 키 18미터, 나이 500살입니다. 경북 예천군 금원마을에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마을사람들이 매년 쌀을 추렴해 공동재산을 형성해왔고, 이를 토대로 일제시대인 1939년 땅 3700평을 물려받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황목근을 호적에 올리고 재산을 주어 일제가 벌목하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고 동문의 끈질긴 노력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마침내 진가를 드러낸 나무도 있습니다. 몇 년 전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물푸레나무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본 고 동문은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을 수년째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현지조사를 마치고 경기도 화성 서신면 소재 물푸레나무를 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 발표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학술단체가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천연기념물이 지정된 것은 드문 사례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고 동문이 운영하는 솔숲닷컴(solsup.com)에 가면 풍부한 자료와 자상한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뒤이어 지난해 말 아름다운재단이 수여하는 '2009 아름다운 사람들 공익상'의 풀뿌리 활동가 부문 ‘심산 활동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철환(81 물리) 동문의 동영상이 상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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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이 제작한, 안철환 동문의 공적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동영상>
 


심산활동가상을 받게 되는 안 동문은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도시에서 텃밭 가꾸기 운동을 꾸준히 벌여 도시생태 복원에 앞장서 왔습니다. 또 5년 전부터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농부로 살면서 깨달은 언행일치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안철환(81 물리)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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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동문의 부인이자 학교 선생님인 김영채(83 수학) 동문. 남편의 수상을 축하하는 동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


“도시라는 마을에서 생태적으로 살 순 없을까? 콘크리트로 덮여 숨이 막힌 흙과 사람에게 흙내음, 거름내음을 전해주고자 한 일이 도시생태운동이었습니다. 이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도심의 빈터를 녹색 공간으로 가꾸는 도시농부 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꽃보다 싹이 아름답습니다’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평 텃밭을 가꾼다면 저절로 지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도시농부 안철환 동문의 생태철학입니다.

 

안 동문은 인사말에서 “지난 1998년 귀농 준비를 했을 때만 해도 귀농에 커다란 운동성이 잠재돼 있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서 “이론과 실천의 통일보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더욱 중요한데 까닭은 이론과 실천에서의 ‘실천’을 행동하지 않고 목청껏 떠드는 것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 소개가 학번별로 있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윤봉구(83 물리) 동문의 구수한 입담에 힘입어 ‘가족적’ 분위기에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목사로 일하는 백영민(80 사학) 동문이 ‘맑은 목소리’로 홍순관 씨의 노래 <쌀 한톨의 무게>를 불러 감동의 물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기에 그 ‘충격적인’ 가사를 기쁜 마음으로 옮겨봅니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밤 10시 30분 드디어 3시간에 걸친 민주동우회 신년하례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들 헤어짐을 아쉬워했고, 상당수는 학교 근처 술집으로 가 얘기꽃을 피우고 통음하며, 서강언덕에서 불사른 70,80,90년대의 맥락과 청년서강의 도도했던 맥박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겨울하늘에 또렷이 빛나는 새벽 별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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