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다재다능 물리학자 이기진(80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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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중 작성일09-10-09 14:29 조회18,2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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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인의 특징인 '다재다능함'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동문이 있습니다. 모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물리학자이자 동화작가, 만화가, 칼럼니스트, 일러스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 중인 이기진(80 물리) 동문이 주인공입니다.
위에 열거한 직종에서 알 수 있듯 이 동문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물리학자입니다. 각종 피규어와 화려한 일러스트들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보통 물리학자의 연구실'과는 사뭇 다른 이 동문의 연구실이 이를 웅변합니다.
그러나 이 동문은 이런 연구실에서 수많은 연구 업적을 쌓아올렸습니다. 모교에서 가장 많은 물리학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다재다능한 이 동문을 뒷받침하는 배경에는 '서강'이 있습니다.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모교에서 마친 이 동문은 "엄격한 학사 일정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에 자유스럽지 못한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 틀에 지혜롭게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엄격함이 자유로움을 낳았다는 지론입니다.
학교 홍보실에서 발행하는 <알바트로스> 가을호에 실린 이 동문의 인터뷰를 아래에 전재합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사지만, 이 동문의 진면목을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나만의 '엄격한 멋'을 찾아 떠나는 여행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물리학자의 인생은 즐거운 여행.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짧은 낮잠처럼 유쾌하고 편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월이 묻어나는 앤틱 텔레비전 옆 수납장에는 가지각색 보드카병들이 늘어서 있고, 빨갛고, 노랗고, 파란 로봇 모양 의자가 있는가 하면 캐비넷 사이사이 달항아리와 피규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4차원 공간. 벽마다 알록달록 예쁜 일러스트들이 제멋대로 붙어 있는 이 곳은 서강대 과학관 10층에 자리잡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이 공간처럼 이기진 교수의 행적 또한 다채롭다. 지난해 ‘전파를 이용한 혈당측정장치’로 대한민국 특허대전에서 세계 지적재산권 기구상을 수상하는 등 서강대에서 가장 많은 물리학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 교수는 ‘깍까’라는 귀여운 캐릭터의 아버지이기도.
두 딸을 위한 동화책으로 시작했던 ‘박치기 깍까’는 ‘깍까의 우주탐험’, ‘깍까 단어장’ 등 깍까 시리즈 교육용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앤틱에 대한 사랑과 촌철이 담긴 칼럼과 카툰을 전문잡지에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또한 서강대 학부 시절 활동했던 미술 동아리 강미반의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이 교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물리학 교수가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들숨날숨’이라는 가톨릭잡지에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즐거움 101가지’라는 일러스트 칼럼을 연재하면서부터다.그저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저는 물리학자 이전에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입니다. 거창한 과학적, 예술적 신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 영역의 경계’에서 어떤 재미를 발견하고, 그 재미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알바트로스에 연재 중인 카툰 칼럼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여기의 행복에 충실할 것. 이 신념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흔히 많은 사람에게 인정 받는 것,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길로 자신이 살아가는 방향을 설정하곤 한다. 그러나 이기진 교수는 남다른 길을 걷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곧 대세이자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감성이 다르니까요.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이런 생각은 자녀 교육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큰 딸 채린은 엄마, 아빠보다 더 바쁜 프로 뮤지션이다. 초등학교 때 댄스 아카데미에서 대학생 언니들과 어울려 춤을 배울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딸을 100% 믿어줬다.
지금 채린은 여성 4인조 그룹 2NE1의 리더로 만만치 않은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딱히 걱정이 되진 않는다. 자기만의 예술성과 철학을 만들어가며 차근차근 극복해낼 것을 믿고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멀찌감치서 지켜볼 뿐이라고. 두 딸 모두 자기가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스스로 깨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기진 교수는 여행을 좋아한다. 작년 채린이와 단둘이 아무 계획없이 훌쩍 떠났던 도쿄 여행도 재미있었지만 지난 여름 방학에 다녀온 슬로베니아의 끝없는 하늘 아래 그림 같은 마을에서 보냈던 일상의 여운으로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아직도 특별한 곳에 있는 느낌이라고.
여행은 항상 소중한 것을 선물한다. 언어가 다르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은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이 다국적 연구원들로 가득한 것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다채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한 데 모이면 분명 특별하고 창의적인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교수를 비롯해 모든 연구원들이 매일 서로에게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의 행복을 실천하고 있는 이기진 교수는 학사부터 박사까지 서강대에서 수학한 서강 토박이다. 소위 ‘서강 고등학교’라는 엄격한 학제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자유로운 물리학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엄격한 학사 일정에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자유스럽지 못한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 틀에 지혜롭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컨트롤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 역시 조절할 수 있었으니 결국 그 엄격한 틀이 나를 자유롭게 한 것이죠.”
이 교수는 자유로운 삶에 관해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인다. “놀든 공부를 하든 고등학생으로서 자신만의 ‘엄격한 멋’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렵겠지만 자신의 열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자신이 뭘 잘 하고 진정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 문제는 부모의 문제도, 사회적 제도의 문제도, 학교 시스템의 문제도 아닌 바로 ‘자신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정확히 안다면 이미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자유의 방위 찾기, 이 과제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서강대 과학관 1009호 이기진 교수님 연구실 문을 자유롭게 두드리시길.
<이기진 동문의 사진은 알바트로스 2009 가을호인 55호에 실린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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