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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90 철학) 시인의 시집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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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0-08 09:44 조회17,2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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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모교 철학과 교수이며, 한국 철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신예철학자 서동욱(90 철학) 동문이 두 번째 시집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민음사)을 펴냈습니다.

 

종말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그리면서 묵시록적 종말의 표정을 탐색하는 시 세계를 구현해 온 서 동문은, 이번 시집에서는 사랑과 종말이 뒤섞인 처연한 ‘우주 서사’를 통해 죽음, 사랑 등 진부하고 상투적인 관념을 블랙홀, 빅뱅, 우주선, 외계인 등과 결합시켜 신선하고 새로운 시어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렇게 우주적인 상상력으로 확장된 사랑의 시는 서정성을 뛰어넘는 초(超)서정성을 빚으며 인간 생애의 희비극성을 그려냈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시집 <우주전쟁…>은 첫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을 펴낸 뒤 10년 만에 새로운 시적 세계를 펼쳐 보인 것입니다.

 

서 동문의 시 세계에 대한 찬사는, 동문이자 중견 문학평론가로 유명한 모교 국문과 교수 우찬제(81 경제) 동문의 상찬(賞讚)에서 시작됐습니다.

 

“(서동욱 시인의 시 세계는) 현란한 포즈의 언어로 이미지의 교란만을 일삼는 일부의 시적 경향에서 훌쩍 비켜나 있으며, 매우 실험적인 인식의 포에지를 펼친다. 시와 예술에 대한 아방가르드적 열정이 세계 인식의 정당한 방법과 깊이와 조응할 때 빚어질 수 있는 시의 새로운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찬사가 그것입니다.

 

이번 시집에서 서 동문은, 우주로 그 발을 넓혀,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 ‘외계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하나하나 다채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시들은 서로서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냅니다. 사랑과 종말이 뒤섞인 처연한 우주 서사. 그의 우주적인 상상력은 새로운 서정적 미학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3편의 시를 옮겨봅니다.

 

이윽고
심장에 얹은 손 아래서는
램프에 불이 들어온 것 같은
따스한 기운
임종의 시간
얻은 것 다 두고 사라져 가며
마음과 머리가 겨울 강처럼 텅 빌 때에도
손안에 조약돌처럼 들고 있을 그
짧은 감촉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우주선의 창문처럼
죽어가는 이들의 눈은
캄캄하고
- '입맞춤'  전문


(……) 고아가 된 나는 조용히 마지막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이다 태양계 최후의 별처럼 포장마차는 은은한 빛으로 밤을 밝히고, 그런데 포장마차 장막을 걷으며 꿈만 같이 고교 시절의 그녀가 들어서는 것이다 겨우 공격을 피한 듯 이마에 작은 멍 자국을 가진 채. 그녀는 아직 살아 있는 지구 짐승의 신호처럼 하얀 수증기를 뱉으며 말한다 나도 한잔 줄래? 힘없이 주저앉는, 이제는 희귀종이 된 지구인에게 나는 말없이 따라 주었다 남편은 도망치지 못했어, 그러곤 운다 헌령고교에서 쫓겨나던 마지막 날처럼. 지구상의 최후 한 잔이 비워졌을 때 그녀는 졸음을 못 이기고 어깨에 기대 온다 나는 지구인의 마지막 단잠을 지키며, 지구방위대를 박살 내고 하늘을 가르는 오색 광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름답구나. 가지 않을 거지? 잠결에도 그녀는 팔을 붙잡는다 겨드랑이가 너무 따뜻했고, 나는 가지 않을 거였다……
-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에서


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들었는데
시계 유리에 동그랗게 떠 있는 하늘
범선의 돛대처럼 초침은
저녁 구름 위를 천천히 떠가고
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들었는데
시계는 간데없고
저무는 하늘의 풍경 주위로
반짝거리며 나타나
회전하는 수억 개의 톱니바퀴

째깍거리고―
째깍거리고―
젊은 인간이 애통해 울고, 이 슬픔을 기억해야지, 수없이 되뇌지만 기쁨도 슬픔도 사라지고 곧 울음의 기억도 잊어버려, 그를 울게 만든 사람과 지금 방금 옷깃이 스친 줄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쳐 길을 건넌다 그 보행자가 길을 또 건너고 건너고 또 여러 번 울다가 점점 종이 위에 그린 멈춘 시계 같은 얼굴이 되어 그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마침내 길 위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러고 나서 또

언젠가 멈출 시계 같은
다른 보행자들의 슬픔을 반짝이는 초침으로 밀고 가며 계속
우주는 째깍거리고
우주는 째깍거리고
시계들은 애통해 울고
별들은 톱니를 맞춘다
- '우주는 째깍거리고 별들은 톱니를 맞춘다' 전문

 

끝으로 서울예대 문창과 이광호 교수(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을 덧붙입니다.

 

“이 시집의 이미지들은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한순간, 순간의 우주성을 발견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신체적 감각을 우주적인 상상적 차원으로 쏘아 올린다. 손과 손의 혈관의 궤도는 지구 하나가 태어나고 행성 하나가 오가는 그런 공간이 된다. 그 공간의 상상적 전이는 신체적 사건을 우주적 사건으로 만든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신체적 감각의 '쿵쿵거림'을 극대화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사건이 속해 있는 아득한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그 상상은 서정적이기보다는, '초'서정적이다. 사랑의 사건은 몸의 사건이지만, 사랑은 이미 '외계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의 수정 구슬은 어떻게 이 상투적인 지구의 질서를 어지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동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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