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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국어교과서, 제가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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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9-15 15:27 조회15,4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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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03 국문)
미래엔컬처그룹(구 대한교과서)
검정교과서 개발팀 사원

회사에서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는 이제 겨우 신입을 갓 벗어난 ‘병아리’ 사원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만들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첫 해 시험에 낙방하고 나서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 인연이 됐다. 임용고시 준비를 접으면서 ‘혹시 미련이 남지 않을까’고민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학생들에게 유용 학습 자료를 개발하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교사의 직업적 보람과 크게 다르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다른 책들에 비해 개발 기간이 긴 편이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저자와 편집팀이 함께 회의하면서 교과서에 실릴 좋은 글들을 선정하고,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문제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하면 교과서를 직접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교과서 저자들은 교수님들이나 현장 국어 교사들로 구성돼 있다. 개발팀이 하는 일은 저자들이 보내온 원고를 토대로 내용을 검토하고, 글과 문장을 다듬은 뒤, 글에 맞는 삽화를 청탁하고, 사진을 선정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주로 편집 작업인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 검토다. 내용을 검토할 때 학생의 시각과 교사의 시각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어렵지는 않은지, 편견이나 선입견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는 않은지, 문제가 학습 목표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하나의 사안을 비판적으로 본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지금 하는 일을 통해 느끼고 배울 때가 많다. 아는 만큼 보이는 탓에, 날카로운 눈을 갖기 위해서는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직접 참여한 교과서가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혹시라도 불합격한다면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들였던 열정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마음을 졸이던 차에 무사히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작년에 개발했던 교과서는 현재 두 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이면 학생들이 내가 참여한 교과서로 공부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올해는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저자들도 우리도 경험이 쌓여 작년보다는 출발이 순조롭다. 작년보다 맡겨진 일이 많아졌고, 책임도 늘어서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작년보다 더 발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한다면, 새로운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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