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장학금



요즘 살아가면서 평생 하게 될 사과를 한꺼번에 하는 기분입니다.

와인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동문님 죄송합니다. 와인이 동났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이 “은사님께 선물해드리기로 약속했는데…”라고 말씀하시면서 발길을 돌릴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랍니다.

지난해 10월 중순 들여 온 와인은 3600병입니다.

2010년 개교 50주년 기념 와인인 ‘세븐힐 셀러스 까베르네 소비뇽’이 3000병, 예수회 창립자 이냐시우스 성인 탄생 500주년 기념 와인‘세븐힐 셀러스 세인트 이냐시우스’가 600병입니다.
 
총동문회와 동문장학회가 장학금 조성을 위해 처음 실시한 와인 판매였지만 ‘과연 반응이 좋을까’하는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처음 가졌던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저기서 동문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문들이 집들이를 하거나 직장 모임을 할 때도 일부러 총동문회의 와인을 선택해주셨습니다. 명절 선물로 준비하는가 하면 우리 와인으로 결혼기념일 분위기를 내고 싶다는 동문들도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불과 5개월 여 만에 준비한 3600병이 모두 판매됐습니다.

몇몇 와인 판매업자들은 “이 정도 판매량은 웬만한 중견 와인 판매업체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와인 판매 수익 전액을 가정형편탓에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모교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쓴다’는 취지에 공감해 주신 동문들 덕분입니다.

와인이 꼭 필요한 동문들이 낭패를 보는일이 없도록 일찌감치 예약을 받기로 했습니다.

많은 물량을 들여오고 싶어도 호주의 예수회에서 생산하는 와인 물량이 무척 적은 탓에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6월에 개교 50주년 기념 와인으로 레드 와인‘세븐힐 셀러스 쉬라즈’를 선보입니다.

동문들이 호응해주셨던 레드 와인‘세븐힐 셀러스 세인트 이냐시우스’도 빈티지와 라벨을 변경해 새로운 맛으로 찾아옵니다.

호주에 자리한 ‘세븐힐 셀러스’는 15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전 세계 유일의 예수회 와이너리로 예수회원들이 7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예약 순서에 따라 무료로 배송할 예정이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예약 문의 02-705-8243/4

글·사진=정범석(96·국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