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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 운명의 동일한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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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25 17:27 조회24,2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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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진(99.영문) 문학평론가

 

얼마 전에 친한 선배 부부의 아기가 태어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기와 산모가 모두 건강하다는 소식을 아침에 듣고 기뻐하던 그날, 밤늦게 친구 아버님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암으로 투병하신지 꼭 한 달만의 일이었다. 하루의 시작에서 탄생을, 하루의 끝에서 죽음을 지켜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등을 맞댄 채, 한 사람을 부르는 다른 이름처럼 다가왔다.


  건강하고 귀여운 아기의 출생을 마음 깊이 축하하면서도 나는 그날 아기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제 막 세상과 대면한 아기도 건강하던 한 가장이 우연 같은 죽음을 맞았듯이 언젠가는 동일한 형식의 결말을 맺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아기가 행복한 삶을 오래도록 누리고 아주 먼 미래에나 행복하게 그 삶을 마무리하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의 삶과 죽음의 형식은 얼마나 유사한가. 개개인은 각자의 삶이라는 이야기에서 모두 주인공을 맡고 있지만 타인의 이야기에서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엑스트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아기의 출생은 그 아기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주적인 이벤트에 가깝다. 그러나 무관심한 시선으로 보면 출생은 규격화된 병원이 만들어내는 동일한 순간의 연속일 따름이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죽은 이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그/녀의 죽음은 자아의 상실에 가까운 충격적인 슬픔을 새기지만 무심한 타인에게는 그저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어야 할 일 중의 하나에 그칠 따름이다. 만일 우리가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의 죽음에 큰 슬픔을 느낀다면 그 슬픔은 상상적인 공감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어떤 무덤도 그 무덤의 주인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줄지어있는 무덤의 고만고만한 모양처럼 우리는 비슷한 삶과 비슷한 죽음을 경험할 뿐이다.     




죽음의 형식은 한결같아서


친구는 갈 때마다 아버지의 무덤을


쉽게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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