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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찬수(72화학)동문, 효석문학상 詩부문 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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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2-24 14:02 조회14,3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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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찬수(72 화학 사진 오른쪽, 대전대 응용화학과 교수) 동문이 제5회 효석문학상 시(詩) 부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늦었지만 관련사진과 8편의 시 전문을 구해 기사화합니다.
 
효석문학상은 원로시인 박효석 선생의 동료와 후배 문인들이 제정한 상입니다. 효석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최 동문의 작품 ‘내려놓음’, ‘테마가 있는 인생’,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셨나요’ 등에 높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시상식은 지난 10월 11일 수원에서 열렸습니다.

이과대 출신으로 현직 교수의 위치에서 어떻게 시작(詩作)에도 능할 수 있는 지를 물은 질문에, 최 동문은 “학창 시절 모교 국어국문학과 수업을 꽤 도강했었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습니다.

아래는 최찬수 동문이 총동문회로 보내온 창작시입니다. 전문을 실으니 감상해보기 바랍니다.


<내려놓음>

봄여름을 태우던
정열이 아쉬워
이 산 저 산 불을 지르면

무르익은 은행잎들
거리마다 하늘마다
뒹굴고 날리는
가을은 깊어만 가는데

바람 불고 눈 내릴 때
벗어버림으로써
나목(裸木)의 상쾌함을 휘파람 불고 싶은지
번뇌 털 듯
잎들을 아낌없이 털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과연 나는 무얼 내려놓아야 할지

님이여
죄짐 다 내려놓고
그대 품에 안기면
나도 휘휘 휘파람 불 수 있을는지요


<테마가 있는 인생>

드라마 같이 테마가 있게
사색하며 걷는 인생의 뜰에서
돌부리 하나에도 미소를 보낼 수 있다면
나는 외롭지 않으리

무쇠 같이 돌 같이 달려온
비바람도 무심히 많이 지나간
내 인생의 뒤안길에서
그 누군가 내 인생의 뜰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들꽃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외롭지 않으리

걸어온 걸음걸음
내 발자취를 사랑하면서
함께 세월을 동행한 知人들과
이 세상 끝 날까지
살아갈 수 있다면
결단코 내 인생 헛됨 없으리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셨나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셨나요?
새해엔 사랑의 심지를 활활 돋우라는

지나가는 것은 덧없어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라는
신년사를 준비하는 새해를 맞이하여
안녕 안녕 작별을 고하는데

어둠 걷히듯
내 마음을 사랑으로 환하게 밝히며
연하장에 소망을 각인하듯
심금 깊이 울려 퍼지는

그대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셨나요?

 
<문장대의 석조물>
-속리산봉에 올라

억만년 숨겨 논 너의 비밀은
홍보석보다 귀한 것이기에
젖 먹던 힘 다 내어
딸깍 고개 올라야
비로소 너의 비경을 보이는 구나

그 누가 저 큰 돌들을 축조하여
낮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
온갖 풍상 다 이기도록 하고
밤에는 고요한 달빛 아래
유유悠悠한 구름 흐르듯
자세를 갖추게 하였는가

계곡 위로 장쾌하게 뽑아 올려
억만년을 번듯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인간이 쌓았다면
그 유구悠久한 세월 속에
저리도 온전할 수 있을지

창조자는 문장대에
기념비를 세워 두고
"댓 이즈 굳 (That is good)" 했을 게다
그리고 피 에스 (P.S.) "한국이여 복 있으라"
우주적 교향악을 연주 했을 게다

 
<빠삐용의 후예들을 보며>
                                                               
벚꽃이 눈보라 되어
거리에 날리고
산언덕마다
두견화가 눈부시게
진분홍 밭을 이룬
축복 받은 한국의 봄날

교도소 한 칸 한 칸
철문을 지난 후
걸친 옷이 푸르러 슬픈
빠삐용의 후예들을 만났다

멈춰 버린 세상을
감방 안에서
시간의 얼레를 반복적으로
풀었다 감았다 하는 그들을 보며
찬란한 봄이
이 곳에선
오히려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우리의 마음도
푸른 수의를 입은 것 같았다

 

<비행기는 순례자인양>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창공에 올라서면
세파에 상한 심신이 쉴 만한
끝없는 초장이 눈앞에 나타나고
흰 구름은
선한 목자가 되어
양떼들을 몰고 오는데

때로는 여름 바다
그 모래 벌에
천국인들을 다 불러놓고
멋진 향연을 베풀기라도 하는 듯
비행기는 만사를 다 초월한
순례자인양
그리운 저 머나먼 본향집이나 가는 듯이
모진 바람 마주하며
정처 없이 날아가네

 

 <자주 빛 목련>

미시시피에도 자주 빛 목련이
다소곳이 피었네
불여귀 재처 울던 그 날에
환갑도 못 채우고 가신 누님이
초봄 일찍 돌아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듯하더니

2월이 가기도 전
한 잎 두 잎
낙하하고 있구나

그리도 서둘러 지고 나면
나 어디서 그 깊은 향기를
맡아 볼 수 있을지

 
<미시시피강의 봄>

7천마일 거리 한국엔
겨울이 문을 꽝꽝 잠그고 있어
봄이 범접을 못하고 있을 텐데
미시시피강 남쪽엔 봄이 벌써
귀한 손님 모셔 놓고
풍성한 잔치를 베풀고 있네

치열한 전투력의 몽키 그래스와
수줍은 노란 꽃 민들레를 비롯
행운의 반가운 클로버
그리고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
모두 함께 우주의 교향악을 연주하고

나무 가지 사이를
파드득 파드득 날고 있는
검은 작은 새들도
창조주의 마음을 아는지
재재재 봄소식을 알리는데

분주했던 내 영혼은
옛일을 망각한 채
오묘한 섭리로
기쁨이 충만하여
비발디의 봄을 연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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