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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스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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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9-06 16:13 조회13,1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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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표정훈,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강영안,표정훈 지음/효형출판

나의 스승 이야기
서동욱(90 철학)/모교 철학과 교수

내가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논문 지도를 받았던 이십대에는 선생님의 학문을 존경했다. 세월이 흘러 유학도 마치고 제자들도 가르치게 된 지금은 학문 이상으로 선생님의 삶이 존경스럽다. 선생님도 언젠가 거쳐 가셨을 나이들을 직접 살아보니, 인생 이거 꽤 어렵고, 선생님처럼 산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좀 신경 쓰면 1~2년 훌륭한 수업을 하는 교수가 될 수 있고, 한두 가지 사안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행정가가 될 수도 있다. 몇 가지 일들을 원한이나 파벌 없이 공정히 해결해서 신뢰를 얻을 수도 있으며, 자기가 책임지는 공동체를 위해 두어 번 부당함과 억울함을 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을 살아가는 동안 선생님처럼 한 결 같은 경우는 내가 보기엔 꽤 드문 듯하다. 물먹는 솜처럼 노력을 빨아들이는 인생은 제 딴에 정당하게 기대하고 있는 보상을 주는 데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에게만 찾아온 듯 한 불운을 증오하고 결국 뜻대로 안 되는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고 깔보게 된다.

이런 파멸의 길의 안내자인 교만과 욕심과 안일함의 속삭임은 많은 인간에게 울려 퍼지지만, 나는 선생님에게서 자신과 공동체를 파멸시키는 그 어떤 어두운 그림자도 본 적이 없다. 선생님에게 수업은 의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학문을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행정은 권한이나 이익의 행사가 아니라 마땅히 혜택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절차를 관철시키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선생님과 학문이나 행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선생님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가식으로 맞장구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의견을 내보려는 노력을 다하는 행복을 누린다. 그것이 선생님의 본성에 맞고, 그래서 선생님도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선생님 앞에선 나처럼 하기에, 금기는 없고 학생들은 북적거리며 보잘 것 없는 의견들도 진리로 상승할 발판을 얻게 된다.

아! 그러나 나의 말들은 충분치 않다. 왜냐하면 선생님을 단지 개인적 사안에서 도덕적인 분위기를 통해 기술하는 것은 그리 온당치 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몸 하나를 비난 받지 않도록 온전히 추스르는, 도덕을 독점한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선생님이 참여하시는 단체를 통해 제도적 차원에 관여하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다.

나의 부족한 말들을 매워줄 좋은 책이 나왔다. 가난한 나라의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어떤 젊은이가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유학을 떠나 훌륭한 책을 써내 평가받은 후, 대학에서 많은 이들의 스승이 된 여정을 직접 이야기하신 책이다. 제자이고 출판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표정훈(88·철학) 동문이 우리 모두가 궁금해 할 질문들을 선생님께 던졌다. 철학자의 회고담답게 철학입문의 성격도 지닌다.

이 책을 소개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 인간의 이슬같이 사라져 버릴 사적인 객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주의 온갖 괴로운 문제를 들고 와 하나 둘 던져 인생이 다 가도록 철학의 종(鐘)을 울리게 하는, 너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인간의 중대한 모험의 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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