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이해식(82·철학) 서울 강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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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7-07 19:59 조회13,9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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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출신은 정치권에서 보증수표입니다”
이해식(82·철학) 서울 강동구청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떠들썩했던 6월 4일 열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띠었기에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이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당선자는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동구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당선된 이해식(82·철학) 동문이었다. 이 동문은 학창시절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강동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차근차근 거쳐 서울시 최연소 구청장이 됐다. 당선증 잉크가 마를 새도 없이 구청 일을 챙기느라 바쁜 이동문을 6월 23일 강동구청장실에서 만났다.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사진 왼쪽)이 6월 23일 청장실을 방문한 정지섭 동문과 함께 모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총학생회장 출신 구청장’이력이 화제다.
“고등학교(경남 마산고) 시절부터 불법 서클 활동하면서 스크럼 짜고 데모하고 그랬다.(웃음)고교 서클이었던‘흥사단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면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 등 여러 책들을 읽었다. 강삼재·설훈 전 의원이 모두 선배다. 덕분에 철학을 자연스레 전공으로 택했다.”
학창시절이 순탄치 않았겠다.
“85년 4월에 15대 총학생회장이 됐다. 곧바로 수배 돼 6월에 잡혀서 감옥에 갇혔다. 2심에서 기소(집시법) 유예로 풀려난 뒤 입대했다. 군대 있을 때 뉴스로 87년 민주화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소식을 접했다.”
정치 입문 계기는
“졸업 이후에 고향에서 노동운동을 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학생 주도의 노동운동 흐름은 내리막길이어서 앞날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때 성남에서 노동 운동을 하던 지금의 부인(이화여대 82학번 한종아)을 만났다. 신접살림을 강동구 암사동에 차렸다. 1991년 10월부터 이부영 전 의원의 선거 운동을 도운 인연으로 보좌관이 됐다.”
많은 서울시 간부들이 ‘정말 실력 있던 구.시의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모교에서 보낸 시절이 정치생활에 도움이 됐나
“정치권에서 서강대 출신은 ‘보증수표’로 통한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좌관이 모교 출신이라 한다. 착실하고 실력 있고 허세 안 부리며 자기 단련을 잘 하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소수정예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기질 같다.
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나
“학생회장 때 총장을 맡으셨던 故서인석 신부님이다. 1985년은 학도호국단 체제를 벗어나 총학생회가 부활하는 시기였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정부나 학교 당국에서 이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 학교들 중 최초로 총학생회의 정통성을 인정해주신 분이다. 학생회 간부들을 불러 모아 서교호텔 뒤 중식당에서 밥도 사주셨다. 보통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또 학생운동 열심히 할 때 학생처장이셨던 엄정식 교수님과 늘 ‘해식아’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해주셨던 박홍 신부님도 뵙고 싶다. 아, 그리고 1학년 1학기 때 영어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맡아주셨던 타이스(Theis) 선생님도 기억에 남는다. 지방에서 온 친구들 발음 교정하느라 애 많이 쓰셨다.(웃음)”
강동구는 강남권이지만 문화.생활여건 등에 대한 주민 소외감이 적지 않은 곳이다. 총선 등을 노린 구청장들의 연이은 임기 내 사퇴로 정치 불신감도 높다. 어떤 식으로 구정(區政)을 꾸릴 계획인가
“원대한 계획보다 선거 때 공약을 충실히 지켜서 잔여 임기 2년 채우겠다. 소속 당은 다르지만 전임 구청장들이 추진했던 사업도 박차를 가하겠다. 행정에서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구청장’소리를 듣고 싶다.
재선에 도전할 것인가
“당연하다. 시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늘 함께한다면, 반드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정치인을 꿈꾸는 동문과 후배에게 한마디
“사람 사는 게 그렇지만,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저도 낙선해서 좌절의 시기를 겪었다. 어려운 시기에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다면 더 나은 삶과 도약의 기회가 된다.”
글=정지섭(94·사학) 조선일보 전국뉴스부 기자
사진=정범석(96·국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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