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열린 서강인> 이불빨래도 가능한 복근을 원하십니까? - 임정빈(79·영문) (주)넥솔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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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5-01 19:04 조회11,0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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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빨래도 가능한 복근을 원하십니까?
홈쇼핑 채널을 즐겨 시청한다거나 신문의 광고에도 눈길을 주는 동문이라면 최근 근육질 복근을 만들어준다며 유난을 떠는 파란색 벨트 ‘슬렌더톤’을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몸짱’ 열풍에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제품 출시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매출액이 1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아일랜드에서 개발된 이 제품을 이미 2004년에 눈여겨보고 식약청인증을 받는 데까지 2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기다려서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가 (주)넥솔브 임정빈(79·영문) 대표이사다.
당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예측해서,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공급하는 머천다이저(MD)로서 임 동문은 잔뼈가 굵다. 비록 임 동문이 들여 온 제품 이미지와 어울리는 근육질 몸매가 아니었지만, 모교를 추억하며 웃음 짓던 눈가에‘미소 근육’이 복근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잡혀 있었다.
1983년에 일찌감치 졸업한 임 동문은 줄곧 MD의 길을 걸었다. 첫 직장‘서우산업’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제품의 생산과 선점을 맡은 게 출발이었다. 이곳에서 해외에 있는 도매상의 주문에 적합한 국내 생산자를 섭외하는 게 일이었다. 레인코트, 재킷, 스포츠 의류 등을 주로 다뤘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홍콩에 본사가 있는 W.E. Corner Group의 한국지사 ‘레지스가드’에서 MD로 활동했다. 유럽의 해롯백화점을 비롯해 미국 내 유명백화점에 가구, 인형, 봉제 상품 등을 기획하고 납품하는 일이 주된 임무였다. 24년 동안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업무 능력을 쌓았던 임 동문은 지난해 비로소 자신의 회사를 세워서 독립했다. 임 동문은“이제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고 회사를 세운 배경을 밝혔다.
임 동문은 유능한 MD가 되기 위해서는 “‘price with value(가격에 맞는 제품)’를 늘 신경써야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항상 변화무쌍한 현장을 뛰어다녀야 한다. 단순히 책을 보거나 연구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남들보다 반걸음만 꾸준히 앞서 나가면서 앞날을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동문이 일찌감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었던 데는 모교에서 익힌 영어 실력이 밑거름이 됐다. 임 동문은 “영어 말하기 보다는 영문학 위주로 공부했기에 비즈니스 영어는 회사에서 배웠다”며 “그렇지만 철학 수업도 영어로 들었다는 자신감 덕분에 다른 학교 출신들보다 영어를 한결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동문은 모교의 기억에 대해 신부님들의 교육열을 먼저 떠올렸다.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발생했던 당시, 모교에도 두 달 이상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러한 와중에도 강의를 이끌었던 신부님들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과제를 독촉할 정도였다. 임 동문은 “처음에는 신부님이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자유와 정의를 위한 활동을 하더라도 공부는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던 의미를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 동문은 “재미있는 추억이 생각났다”면서 ‘잉어집’ 이라는 술집을 떠올렸다. 임 동문은 “학교 근처에서 소주가 생각날 때면 찾던 곳”이라며, “잉어집 아주머니는 학교에 가서 ‘선서’ 전문 도우미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학사경고를 받으면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자녀의 공부에 신경 쓰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교직원들은 잉어집 아주머니가 사무실에 들어오면“또 오셨어요?”라며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고 한다. 임 동문도 선서를 부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학교 근처 유일한 커피숍이었던 ‘왕자다방’도 미팅이 있을 때면 단골 장소였다고 추억했다. 기자가 “학교 앞에 초밥집도 생겼고 스타벅스도 자리를 잡았다”고 알려주자 임 동문은 “서강대 주변도 많이 변했군요”라며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임 동문은 요즘 거대 소비시장 중국에서의 ‘슬렌더톤’ 판권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대만 판매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매출액을 지금보다 6배 높인 뒤에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다. 앞으로 의료기기와 화장품 등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욕구를 채워 주는 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임 동문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학창 시절 연애 상담까지 도맡아 주셨던 故플레밍 신부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잡을 수 없는 것은 놓아야 한다’는 신부님의 조언이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임 동문은 전했다.
글·사진 = 정범석(96·국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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