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CEO를 찾아서-한국존슨 대표이사 이진무(72·경제)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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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12-18 10:13 조회16,5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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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인드는 서강과 나의 힘입니다
한국존슨 대표이사 이진무(72·경제) 동문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인의 능력 보여줘야
“주저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자”
외국계 기업이 대학생 입사 희망 1순위로 꼽히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 이유도 다양하다. 연봉이 높아서, 기업문화가 좋아서, 이미지가 좋아서, 차별이 없어서… 그런 이유에선지 졸업생 규모가 작고 끈끈한(?) 학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서강 출신 동문들은 그 어느 곳보다 외국계 기업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뽐내고 있다.
외국계 기업 동문의 맏형 격으로 이진무(72·경제) 한국존슨 대표를 꼽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 동문의 말을 빌리자면“외국유학이라곤 하루도 안 갔다 온 토종 된장”이지만 20년이란 시간 동안 그 어느 곳보다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외국계 현장에서 살아남으며 이제는 성공한 CEO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담배(필립모리스)에서 우유(디엠푸드), 술(바카디코리아)을 거쳐 생활용품(한국존슨)까지. 공교롭게도 몸에 안 좋은 제품업체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제품회사를 극적으로 오간 재밌는 경력이다. 그러나 제품군만 극단적일 뿐,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직접 사는 생활소비재란 면에선 담배나 ‘지퍼락’은 매한가지다.
“소비재 회사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세상 누구나 쓰는 물건을 만들고 판다는 보람이 가장 크죠. 조선이나 철강회사 같아 봐요. 평생 내가 만든 물건 써 볼 일 있겠습니까?(웃음)”
삼성물산 호주법인 등을 거쳐 필립모리스로 외국계 기업에 발을 딛은 게 1988년. 코카콜라만 마셔도 손가락질 받을 만큼 당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시각은 좋지 않았지만 그는“언젠가는 밖으로 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에 과감한 이직을 결정했다.
“호주 주재원 생활을 4년간 하면서 우리와는 180도 다른 기업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뀔 것이고 그렇다면 어느 자리엔가 한국인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먼저 개척하면 리더도 될 수 있고 후배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회사를 옮겼죠.”
10년 관리자 생활에 10년간 CEO 생활. 특히 CEO로서 그가 펼친 업력은 상당하다. 디엠푸드 시절,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덴마크 우유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국내기업인 동원F&B로의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5월 바카디가 국내에 독립법인을 세울 때도 그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이제 두 달 남짓 밖에 안 됐지만 한국존슨에 쏠리는 업계의 눈길은 커지고 있다.
“존슨의 힘은 브랜드 파워에서 나옵니다. 한국존슨을 모르는 사람도 ‘지퍼락’, ‘에프킬라’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존슨뿐 아니라 유니레버, P&G 등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대부분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하나로 국내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죠. 외국계 기업을 무작정 터부시하고 겁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고 키워 가는지 국내 기업들도 그 노하우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외국계 회사가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지금, 이제는 능력있는 인재만 편하게 골라서 쓸 것 같지만 여전히 관리자 입장에 선 사람 하나가 아쉽다. “과거엔 거부감을 가졌다면 지금은 괜히 어려워한다”고 그는 말한다. 언젠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는 학생들에게‘왜 대기업 문만 두드리느냐. 좋은 외국회사에 똑똑한 한국인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세계 필립모리스 직원이 4만3천 명인데 한국인은 100명을 겨우 넘습니다. 외국계는 기업문화와 대우도 좋지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정말 큽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계 기업만큼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 곳도 없어요. 한국인 똑똑하고 일 잘하는 건 외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교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옛날 얘기를 꺼냈다.
“제가 삼성물산에 근무하던 80년대 초, 서강 출신 삼성물산 직원은 1명 빼고 전부 해외 주재원 생활을 했어요. 요즘 각 대학들이 영어강의한다고 자랑하는데 저는 77년에 이미 영어로 된 철학 강의를 들었어요. 서강의 자랑은 바로 글로벌 마인드에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뛰어 나오세요.”
이상훈(98·영문)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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