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음식점 잘츠부르크 사장 임휘성(85·경영)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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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10-19 16:13 조회15,9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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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성’에서 꽃피우는 서강 사랑
음식점 잘츠부르크 사장 임휘성(85·경영) 동문
황순원의 단편소설 중에 <링반데룽>(Ringwanderung,環狀彷徨)이라는 글이 있다. 링반데룽은 자신은 목표한 곳을 향해 오르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게 어떤 중심을 둘레로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말한다. 나는 새터 서강을 중심으로 환상방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해왔다. 85년부터 서강에 몸을 담았다가 졸업후 짧은 은행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강으로 돌아왔다. 20대에는 학생의 신분으로, 30대에는 직원의 신분으로, 40대에는 서강주변 상인의 신분이었다.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라는 호프집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서강을 나만큼 입체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하는 자만심도 가지게 될 정도로 이 짧을 것만 같은 환상방황은 무려 23년 이라는 시간의 강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일이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서강사랑”이라는 말도 만들고 사랑하는 이웃이라는“애린”이라는 단체도 만들면서 학교 구성원과의 교분을 가진 터라 직원으로 입사했을 때도 별다른 적응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강에 연착륙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서강이라는 공동체가 아무리 지역공동체와의 연대를 자임한다 한들, 학교밖 호프집 주인으로서 서강과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우선 주인의 생존과 고객의 만족이라는 함수 속에서 학생, 직원선생님과 교수님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드럽지만 일종의 거래 속에 투영된 관계이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는 외로운 소금밭을 지나 소망의 바다에 닻을 내리기를 바라며 서강 도너스 캠프(Sogang Donor's Camp)를 지향하지만 아직 건너야 할 계곡과 급류가 많다. 가게를 연 날은 올해 3월 1일, 이제 한 학기가 조금 지났고,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불러야 할 정다운 이름들이 가게를 찾아주는 빈도는 정확히 6개월에 한 번 정도다. 이른바 단골장사는 아니 되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생들이 학교에 한 번 오고 싶어도 복잡다단한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신촌에, 서강에, 그것도 잘츠에 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오랜 전 “서강사랑”이라는 이름의 문화활동을 기억하는 선후배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서강을 위한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기부를 통한 장학금 모금, 학교발전을 위한 모금, 세미나 공간 제공을 통한 재학생과의 교류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생각의 속도를 몸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선후배들은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한때 같이 일했던 직원들의 애잔한 눈빛, 동해횟집, 노고산갈비 사장님의 안쓰러운 조언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차피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본 나에게 이 일은 새로운 소속감과 생계를 위한 많은 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학교에 근무하면서 언젠가 학교 앞에서 자영업을 한번 해보리라 생각했던 바람을 실천한 것이다. 소속감은 가정과 개인의 생활에 리듬을 가져다주고, 생계유지는 그 일상의 리듬을 보다 기름지게 하는 것 같다. 많은 능력 있고 명민한 선후배들이 저마다의 소질과 바람에 부합하지 못하는 일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세상은 불공평한 곳이다. 그것만 받아들이면 세상은 평등해질 것이다. 아직 어떠한 의미로 세상에, 서강에, 내 가족에게 잘츠의 소금이 빛이 될지 아직 기대하지 않는다. 잘츠는 평범하게 살기엔 틀려버린, 비범하게 살기엔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넋두리의 공간이다. 사람의 냄새를 버리지 못해 한 마리 늑대로 남은 사람들의 공간이다. 태양이 빛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달빛에 젖어 야사로 남은 사람들의 아련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만난 뜻이 통하는 후배들이 내가 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힘을 얻어 작지만 기부모금을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다. 먼저 뜻을 같이하는 후배들에게 편지를 써서 서강 도너스 캠프의 의미를 전하고 장학기금을 마련할 생각이다. 학교에 근무할 때 장학담당을 하면서 알게 된 후배들과 새로운 형태의 지정장학금제도를 제안하고 이에 동의하는 서강인들과 작지만 의미있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니 이 글을 읽은 후배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많은 대학이 "00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대학 이름 뒤에 붙은 사랑의 시작은 1990년 9월에 시작된 경영 85 애린회의 “서강사랑”이 그 시작시작이었고 이후 전국대학에 파생되어 나간 것이다. 이제 서강의 고유명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환상방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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