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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오욱진(90·종교)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임상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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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10-19 16:10 조회16,6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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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함께 하는 마음의 치료사
오욱진(90·종교)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임상심리사




서강 옛집에서 원고를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게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서강을 참 좋아하는 동문이어서 신문귀퉁이에서 서강대 이름만 봐도 괜히 반갑다. 20대의 두서없던 나를 지금 이 정도나마 성장할 수 있게 해준 힘은 작지만 자기가 가진 것에 깊은 긍지를 느끼고 옆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하게여길 줄 아는 서강 정신이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임상심리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관계로 그게 무슨 일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물론 그때마다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현재 다양한 임상 현장이나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체 임상심리사들을 내가 잘 대변할 수 있는지도 자신이 없다. 보통 현장에서 활동하는 임상심리사는 임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3년동안 심리평가 및 치료, 연구활동과 관련된 수련을 받은 후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나는 타대학에서 임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수련을 받았고 그 후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인 만큼 정신감정 등의 심리평가와 임상심리수련과정을 총괄해야하는 역할이 많은 편이다. 뻔한 얘기 같지만 수련기간은 늘 모자란 잠과 시간 때문에 너무나도 고달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로서 환자들을 만나고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건 무척 보람된 일이었다. 특히 심리평가나 심리치료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일대일로 만나는 작업으로 모든 케이스마다 정신을 집중하여 다른 사람의 인생행로에 동참해야만 한다. 사실 나 역시 인생의 매순간 순간 수많은 결정과 판단을 해야 하고 주어진 책임과 의무속에서 공적, 사적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늘 크고 작은 심적 갈등과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 결국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학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것이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양분이 됨을 느낄 때가 많다. 사실 내가 종교학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임상심리학을 선택했던 것도 결국은 인간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고통받게 되는지 그 오랜 질문을 해결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그 해답을 알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결국은 그 인간들 속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어나가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러니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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