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추억16 -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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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7-19 15:55 조회16,4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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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추억 .후문
1. 이대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하루의 첫 수업이 있는 RA관이 코앞에 붙어있는 후문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도 헐레벌떡 후문을 향하는 길, 이름은 모르지만 매일 아침 얼굴을 보는 동지들과 눈으로 대화를 나눈다. ‘너도 또 지각이냐' ‘뛰자, 뛰면 7분이다' 허파가 바짝 말라붙을 때쯤 드디어 후문과 감격의 조우.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후문에서 R관 사이에는 가파른 언덕과 수십 개의 촘촘한 계단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기다리고 있으니까.
2. 1학점짜리 전공실험이 저녁 먹을 시간을 훌쩍 넘겨 계속될 때는 실험복을 잠시 벗어두고 후문 근처에 너댓개 몰려있는 분식집을 향한다. 돌솥비빔밥도 맛있고 김치볶음밥도 맛있는데 막상 주문을 할 땐 꼭 라면이 먹고 싶더라. 천원 한장에 백원짜리 몇 개 더 내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느릿느릿 다시 실험실로 향하는 길. 노을 때문일까, 얄밉기만 하던 후문 언덕과 작은 계단들이 새삼 운치 있어 보인다. 내일은 지각하지 말아야지.
글·그림_ 김나경 (93·생명)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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