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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CEO를 찾아서-패션 피플 30년 아이디룩 대표이사 조승곤(71.경제)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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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7-07-18 17:07 조회13,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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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CEO를 찾아서  패션 피플 30년 아이디룩 대표이사 조승곤(71.경제) 동문
"발상의 전환이 곧 창의성, 패션은 마음과 외모의 과학입니다"

가장 먼저 넥타이에 눈길이 갔다. 정장 수트 차림의 남자가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타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터였다. 화려함이나 튀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무난하면서도 안정적인 스타일.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자신만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났다. 설령 그것이 단순한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패션 피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이기에 기대감이 남달랐던 건 사실. 그도 그럴 것이 30년간 패션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그가 아니던가.

 

레니본, 기비, 키이스, 메이즈메이, 마쥬 등 여성 의류 브랜드로 ‘불황을 모르는 기업’이라는 평을 받아온 ‘아이디룩’의 조승곤 대표(71.경제). 대학 졸업 후 코오롱상사 패션사업본부에 근무했던 조 동문은 지난 88년 직속 상사였던 이경후 회장과 뜻을 같이 해 쌍방울룩을 창립했다. 이후 97년 외환위기 당시 지분을 공동으로 출자했던 쌍방울이 일본 레나운 룩에 지분을 넘기면서 이듬해 98년 아이디룩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 ‘스타일을 만들고 마니아를 만들고 문화의 덩어리를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회사를 이끌어온 지 20년, ‘존재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패션 철학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이디룩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내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경제 흐름을 민감하게 타는 분야가 패션 산업. 그러나 아이디룩이 극심한 불황일 때조차 꾸준히 수익을 내며 흑자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조 동문의 경영 마인드가 한몫했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전년도 대비 몇% 신장’이라는 목표를 세우는데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아요. 높게 책정된 목표에 맞추려다 보면 무리하게 되고 오히려 부실한 결과를 나을 수 있거든요. 거시적인 목표를 두되 차근차근 쌓아가겠다는 거죠. 그 결과 창립 이래 매년 신장이라는 작지만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패션의 기본인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조 동문은 직원들에게 사고의 다양한 지평을 열 것을 강조한다. 그 일환으로 미술 전시회 관람과 음악 감상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관련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적극 권장한다. 이러한 교육적인 커리큘럼은 조 동문이 직접 고르는 편.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출장 때마다 박물관이며 미술관은 빼놓지 않고 다닐 정도로 마니아인 덕분에 음악과 미술, 그리고 패션을 접목해 창의적인 발상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원곡이 있고 변주가 있듯이 옷은 변형을 통해 만들어내는 겁니다. 프로도 타입(원형)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훈련이 그 사람의 경쟁력이죠. 패션은 변덕이에요. 
그러니까 비즈니스가 되는 거죠. 사람 마음의 변덕을 외모의 과학으로 만드는 것, 그게 패션이에요.”


30년째 한길을 가고 있지만 패션과의 만남은 그의 뜻이 아니었다. 당시 무역업이 성행이었던 터라 당연히 수출 담당 무역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코오롱상사 입사 후 첫 발령을 받은 곳이 다름 아닌 내수 부서.


“그렇다고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저는 대학 4학년 때 결혼했기 때문에 그땐 이미 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었거든요(웃음).”


대학 재학시절부터 ‘독특한’ 학생으로유명했던 조 동문은 그 시절부터 이미 ‘발상의 전환’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다. 안 되는 일도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다 방법이 있더라는 게 조 동문의 얘기. 현재 경제학과 71학번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들에게도 기발한 발상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오로지 공부만 하면서 정해진 틀 안에 갇혀 사는 사람 중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무슨 일을 하든지 지금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잖아요. 그 원동력을 쌓아야하는 시기가 바로 대학 시절이죠. 돌아보면 서강에서 보낸 저의 대학 시절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스스로 선택해 입학한 학교였고, 학교 분위기나 교수님들 모두 훌륭했죠. 어느 학교 출신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어요. 그래도 FA제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인지 10년 전까지만 해도 FA 받는 꿈을 꿨다니까요(웃음).”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라는 서강의 모토를 좋아한다는 조 동문은 회사에서도 종종 직원들에게 ‘그대 아이디룩의 자랑이듯, 아이디룩 그대의 자랑이어라’라고 말한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친구 같은 CEO가 되고 싶은데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내는 그. ‘아이디룩이 가장 아끼는 것은 사람, 가장 아끼지 않는 것은 투자’라는 기업의 신념은 곧 조 동문의 신념과 일치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박진영(95·국문)여성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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