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 김주삼(80.화학) 삼성미술관 리움 보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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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7-04-23 16:29 조회17,1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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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우연찮게 본 한 미술잡지의 기사 때문이다. 82년도로 기억되는 데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우리 작품 두 점을 일본에 보내 복원을 했다는 기사였다. 입학초부터 전공인 화학보다 구체육관의 강미반에서 그림 그리기를 더 열심히 했던 나로서는 미술품 복원이라는 분야가 구미에 당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화학지식도 필요하다고 하니 속된 말로 딱 내 미래의 직업이었다.
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대를 마치고 복학을 한 후에 해외의 복원학교를 찾아보았는데 당시로서는 국내에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없고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얻던 시절도 아니었다. 변변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유학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있다 보니 여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때 고인이 되신 불문과 강거배 교수님께서는 손수 프랑스의 친구들에게 학교 정보를 알아 봐 주셨다. 타과학생을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그리고 은퇴하신 화학과 윤능민 교수님께서 수업시간 중에 하신 말씀 한마디가 이 길을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자리에 있는 졸업생들이 모두 전공을 살려 과학자가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동료들에 비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진로를 결정하라"
이 고마운 은사들의 바람에 충족할 만큼 훌륭한 서강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서강은 내 인생의 방향을 잡게 해준 고마운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요즈음 노고산의 풍경은 과거에 비해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서 너무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교문을 지나 메리홀 쪽으로 오르다 보면 27년전 신입생 시절처럼 마음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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