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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진을 하는 게 꿈이라는 서강인 , 비주얼 스토리텔러 최근우(사회 10) 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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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2-23 08:52 조회23,4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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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교 사진으로 사진집을 내고 전시를 하겠다는 학생이 있었다.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전공을 만들어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있었다. 학교에서 촬영한 사진만 수십만장, 그 누구보다 서강을 가까이이에서 관찰해온 최근우 동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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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부터 2017년 가을까지, 서강에 다니는 8년 동안 그는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강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강이라는 공간과 서강인이라는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은 그의 일상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함께하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느끼고 상상한 대로 담아내기 위해 그는 자신이 목격한 풍경과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사진이라는 프레임에 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점점 그를 찾기 시작했고 무대는 커졌다. 졸업할 때쯤 그는 자신이 담아온 서강의 풍경들을 모아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서강인의 펀딩을 받아 사진집을 만들고 전시를 열었다. 

 

졸업 이후에도 그는 사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학생 때부터 시작된 외주 작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사 <그누구도>를 설립하고 클라이언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장르의 커머셜 이미지를 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 2021년 7월, 그는 서촌에 자신의 첫 스튜디오 <STUDIO OFF-BEAT>를 열었다. 꾸준함의 힘일까, 그는 자신의 작업을 더욱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신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았으며 업계에서의 입지 또한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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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토스, 쏘카 등 유수 기업의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 및 촬영, 국립현대무용단, 오딘극단 등을 비롯한 예술단체와의 협업, MBC 드라마, KBS 예능 등의 방송 포스터 촬영, 조선호텔앤리조트, 기네스, 포드 링컨코리아 등의 브랜드 광고 및 화보 촬영까지. 그의 기획과 카메라가 다루는 영역에는 제한이 없다. 이번 겨울에는 세계 3대 극단으로 널리 알려진 오딘극단과 덴마크에서 두 달간 호흡하며 미디어 아카이빙 디렉터의 역할을 수행했다. 해외 출장에서 막 돌아온 그를 만나 서강에서부터 다져온 자신의 길, 그리고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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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일로 덴마크에 방문하셨나요?
오딘 극단의 ‘Moon of Asia(아시아의 달)’ 팀의 미디어 아카이빙 디렉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단원들이 모여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딘 극단과의 인연은 2019년, 그들이 한국과의 공동 창작을 위해 방한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광주에서 일주일간 함께 제작한 공연인<‘Gwangju Banquet>, 2020년의 <Sorrow and Seeds>, 2021년의 <After War>.. 3년간의 공동창작의 대장정과 2022년 1월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의 내한 공연을 올리는 전 과정까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덴마크 오딘극단에서 단원들과 합숙 생활을 하며 서로의 문화와 예술적 영감을 나누었고, 주요 업무인 아카이빙 작업 외에도 마음을 담아 단원들 각각의 인물사진을 담았습니다. 또한 서강대학교를 다닐 때 그러했듯 오딘극단의 다양한 풍경, 역사와 이야기가 깃든 건물과 오브제들, 시시각각 다양한 각도로 비춰오는 빛과 그림자와 같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목격할 수 있는 낯선 풍경들을 매일 담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물은 극단의 아카이빙과 함께 오딘극단의 공식 채널에 공유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내년 1월에 오딘극단이 다시 한번 방한할 때도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 과정을 최대한 잘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Q. 동문님이 생각하는 서강대학교의 힘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 되니 이제는 확고한 답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강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결핍”과 “극복”입니다. 결핍은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는 힘이며, 극복은 결핍을 딛고 일어서는 실천입니다. 그동안 제가 지켜봐 온 모든 서강인은 이 두 가지 키워드의 교집합 안에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서강인들은 지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학교와 주변, 그리고 교외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강을 선택한 이들은 결핍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자신만의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며 해결방안을 탐구해왔다-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도 지속적인 질문과 극복을 실천할 이들이다.” 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Q. 그렇군요. 커리큘럼이 부재한 학교에서, 동문님은 사진을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학교에 사진 관련 커리큘럼이 없다는 것은 아쉽고 외로운 일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제가 사진에 관한 관심과 실천을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펼칠 기회였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결핍과 극복의 메커니즘처럼 저는 스스로 기회를 찾아 사진을 경험하고자 했고, 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사진을 계속하며 서강의 구석구석과 학교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운전을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늘듯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 제게 학교라는 공간은 무대가 되어주었고, 다양한 행사들은 꼭 시도해보고 싶은 연습의 장이었으며, 주변의 선/후배와 친구들, 교직원 선생님, 교수님, 그리고 환경미화 어머니 등 모든 분은 제게 소중한 피사체기도 했습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사진기 들고 다니는 학생'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서강헤럴드 기자, 언론사연합회, 서강가젯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FC와 서강소식 사진기자, 사진동아리 서광회 등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찾아다녔습니다. 동아리 친구의 부탁을 받아 공연 사진을 촬영할 때도, 학교 홍보팀 소속 기자로서 학교의 공식 행사를 취재할 때도,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최선을 다하며 마음 다해 경험을 쌓았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과정 또한 제게는 경험이자 공부였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의 치열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학생설계전공을 어떻게 이수하셨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표현을 담아 대중에 전달하는 일은 참 보람차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공도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을 선택했습니다.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공부를 하는 사회학과 함께, 언론의 이론 그리고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면 기자로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언론사에 취직하여 기자가 되는 것에서 점차 자유로운 삶을 살며 메시지를 읽고 담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사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사진이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빛과 대상, 그중 대상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의 영역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시점에 학생 설계 전공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고,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 꼭 승인받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2012년에 아트앤테크놀로지 학과가 신설되었고, 저는 제가 탐구하고 싶은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학문을 사회학(무엇을 왜), 아트앤테크놀로지(어떻게), 신문방송학(소통하는지)을 주축으로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인 사회학과 복수전공인 신문방송학에서도 많은 친구와 가까워졌지만, 아트앤테크놀로지와의 인연이 참 깊습니다. 그들은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자기 주도적 학생들이었고, 서강에 다양한 재능과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왔습니다. 이후 학교에서 창의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고, 저와 같이 예체능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도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교수님들과 꾸준한 소통과 저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두 번의 도전 끝에 7학기에 마침내 승인받았던 비주얼스토리텔링은 제게 있어 작업의 나침반이자, 지금과 앞으로의 모든 작업 활동에서도 이어질 저의 방향성입니다. 그저 기술적인 접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본질에 먼저 다가가 그 대상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자세, 그리하여 더욱 공감이 가고 감동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달하는 힘. 이렇게 비주얼 스토리텔링은 서강에서 배운 저의 강점이자 계속 탐구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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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고 보니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동문님은 셀프브랜딩에도 능하신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일을 하느라 저의 작업을 정리하고 홍보하는 데에는 오히려 가장 소극적이었습니다. 제 작업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공유해야 더 많은 클라이언트에게 저를 알리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도 일이 계속 이어졌었고 그 작업을 잘 해내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아 왔습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개인 공간에서 간혹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저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셀프 브랜딩이라면 브랜딩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개인 브랜딩의 큰 덕목 중 하나는 일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혹은 영감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때는 그 사람의 일관된, 혹은 꾸준한 언어와 실천에서,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학생이었을 때부터 꾸준히, “나는 사진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킬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나는 평생 사진을 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평생 사진을 하기 위해서는 평생 자기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관성의 영역이 셀프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저는 이러한 꾸준함의 힘으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라는 것은 작업자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영역이 된 지금,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작업을 이어 나가며 셀프 브랜딩을 더 잘하고 싶고, 다가오는 2022년에는 기필코 포트폴리오 정리를 해서 저와 제 동료, 그리고 스튜디오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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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동문님은 학교 안에서부터 밖으로 점점 커리어를 확장시켜 나가셨죠.

그런 것 같습니다. 학생이었을 때부터 시작된 꾸준함의 힘은 제게 일찍부터 많은 기회와 경험을 가져다줬습니다. 전자음악과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제가 군대를 다녀오고 3학년이었던 때에, 그 페스티벌에서 피디로 일하고 있는 학교 선배가 제게 감독님이 신선한 감각을 가진 포토그래퍼를 찾고 있으니 포트폴리오를 제출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보여줄 만한 사진이 학교에서 축제를 기록하거나 친구들의 동아리 공연을 촬영한 것이 전부였을 때였지만, 사진을 열심히 모아서 선배에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감독님이 학교 사진을 보고 저를 궁금해하셨다며, 곧 행사가 있을 예정이니 와서 촬영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기회를 잡기 위해 현장에 나섰고, 작은 행사에서의 첫 촬영은 이윽고 열렸던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공식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보를 뛰어다니며 현장 곳곳을 누볐고, 쉬지 않고 이어지는 촬영에도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 후에도 수년간 작업을 이어 나갔고 제 사진이 포스터와 홍보 이미지 등에 사용되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학생이었던 시절 기억에 남는 다양한 외부 작업 중에는 요즈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시고> 사진전을 기획한 (주)미디어앤아트와의 협업이 있습니다. 2015년 문화서울역 284 에서 진행되었던 미디어 아트 전시 <반고흐 인사이드>를 담당했던 학교 선배가 사진을 좋아하는 제게 가볍게 한번 촬영해보라며 현장에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가볍게 한번 촬영해보라고 했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촬영해드렸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후 열린 여러 전시도 수년간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최게바라기획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 현장의 촬영을 맡겨주신 최윤현 선배, 여러 공연촬영을 비롯해 해외투어 및 글래스톤베리까지 저를 불러주신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선배 등 감사하게도 제가 학생이었을 때부터 저의 열정과 잠재력을 높게 봐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허락된 분량의 제한이 없다면 감사했던 모든 분들을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저는 학교 안에서부터 꿈을 꾸고 그것을 키우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스튜디오의 대표로서 더욱 전문적인 자세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꾸준함과 일관성, 그리고 학생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늘 만족스러운 작업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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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이 멋지네요. 스튜디오 오프비트는 어떤 곳인가요?

예기치 않은, 특별한. 그리고 엇박자라는 뜻을 가진 OFF-BEAT 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하다 보니, 사진을 찍는 행위가 마치 누군가의 삶의 박자를 쪼개어 기록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태어나서 촬영하는 아기 사진, 돌사진, 학교를 들어갔을 때의 사진, 그리고 수 차례의 졸업사진. 취업사진, 결혼사진, 그리고 반복되는 태어남의 기록, 그리고 언젠가 마주할 생의 마감을 위한 영정사진까지. 삶에 박자가 있다면, 그 박자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삶의 박자와 우리 생의 권장생애주기, 즉 정박을 나타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삶이란 결코 우리가 예상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기치 않은, 특별한 엇박이 이따금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문득 들어간 찻집의 음료가 너무나 맛있었던 순간,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한 이상형, 갑자기 찾아온 도움의 손길, 결정의 계기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큰 울림들. 이러한 순간들은 대게, 우리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고는 마치 변곡점과 같이 우리 삶의 박자를 흔들어놓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엇박의 순간은 우리가 무방비로 맞이하기에, 기록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그 때 사진을 찍어놓을 걸. 그 사람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등,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는 바로 그러한, 예기치 않은 특별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뜻하기도 하고, 우리 삶에서 기록의 소중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문득 사진이 찍고 싶을 때, 나의 지금을 기록하고 싶을 때, 운명처럼 다가온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을 때 등, 삶의 박자를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의 두 가지 슬로건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필요에 의한 사진만이 아닌, 필연에 의한 사진을 지향합니다.” 

Q. 그러고 보니 공간에도 음악과 관련된 요소가 있고, 포트레이트 작업에도 음악에 대한 은유가 들어가 있네요. 

스튜디오를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조금은 특별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세련되고 편안한 공간,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하면서 여러 스튜디오를 방문해봤지만, 공간이 주는 힘이 좋았던 곳은 의외로 드물었고, 대중들에게도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다소 딱딱하고 실용적인 이미지가 더 짙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에,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라고 이야기하고는 하는데요, 공간이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매물을 보고, 스튜디오를 품은 건물이 주는 힘, 공간이 주는 힘, 그리고 동네의 분위기가 주는 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현재의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프비트라는 단어에도 그렇듯이, 공간과 사진에는 박자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공간은 크게 대기실과 홀, 그리고 무대로 이루어지는데요, 사진을 촬영하러 오시면 홀에서 공간을 마주하고, 대기실에서 충분한 대화와 휴식, 그리고 준비의 시간을 갖고, 그리고 마침내 무대에 올라 본연의 모습을 연주하듯이 촬영에 임하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촬영을 하는 저와 스튜디오 실장님은 마치 지휘자가 되어 편안한 분위기로 인물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포착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곳만이 아닌, 촬영의 과정이 하나의 오프비트가 되어, 나 자신을 마주하는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오프비트의 두번째 슬로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진을 연주하는 공간, 스튜디오 오프비트입니다.” 

Q. 주로 커머셜 작업들을 이어오시면서 동문님만의 예술성을 담아내는 사진을 찍어오셨는데요.
상업과 예술은 분리가 될 수도 있으면서도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사진을 맡기는 분들은 누군가의 예술성과 작업 방식을 높이 사서 의뢰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콘텍스트와 맥락을 파악하고 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는 저의 방식도 어쩌면 하나의 강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이기도 하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해와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저만의 작업을 늘 고민하고 있는데요, 오프비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와 전시, 그리고 제가 사는 서촌이라는 동네에 대한 기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선보이게 되는 시점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예기치 않은 특별한 순간이 오기까지 최선을 다해 작업에 임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작업이 있으시다면요.
학창시절 중국에서 9년을 살며 국제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영어를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외길 인생이지만 이따금씩 영어라는 언어를 앞세워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해외투어에서 투어 매니저로 일한 경험, 한국갤럽과 The Sound 의 스타벅스 리서치에 통번역으로 참여한 경험, 그리고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해외 아티스트를 담당했던 경험 등. 이와 같이 영어와 사진을 접목한 경험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작업을 가능하게 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해외 VIP들의 의전 촬영이나 해외 아티스트의 방한, 국내 아티스트들의 해외 투어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긴 호흡으로 기록하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나는 평생 사진을 할거라는 말을 아끼지 않듯,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통해 더 나은 비주얼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스튜디오 오프비트를 잘 운영하고 멋진 작업을 이어가며 경력과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동문 분들 중 사진이 필요한 분들이 계시다면 편하게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Q. 서강인들에게, 서강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진은 빛과 대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필연적으로 빛과 대상에게 빚을 질 수 밖에 없고, 카메라는 경우에 따라 폭력의 도구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그와 반대로 마음먹기에 따라 한없이 이타적이 될 수 있는, 참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이 다가오고 있을 때, 제게 쌓여있던 학교의 아름답고도 아련한 풍경들과 소중한 학교 사람들의 사진들, 서강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이 사진들을, 서강에 돌려놓고 졸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들에게, 사진을 선물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프로젝트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서강의, 서강에 의한, 서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던 제 고집에 동참해준 많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나름의 형식과 형태를 갖춰 진행할 수 있었고, 정말 많은 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후원으로 인해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때의 감사한 기억과 초심을 늘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사진집의 끝자락 (233p)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며 마치고자 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친구들을 너무나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꿈과 열정이 있었고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강 안에서 함께 꿈을 키웠습니다. 그 결과 정말 많은 친구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감히 학교에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도전하세요. 그대는 할 수 있습니다. 서강은 강하며, 그대는 서강의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저의 자랑인 서강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서강의 자랑이 되겠습니다. 누군가가 서강에서 새로운 꿈을 시작하고 싶다면, 선배로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학교를 생각하고,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세상의 따뜻한 빛을 담는 사진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우 동문 개인계정 ::

https://www.instagram.com/chalkak___/

 

스튜디오 오프비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tudio__off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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