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스러운’ 공직자의 자세란?, 김현모(80 정외) 문화재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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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24 14:51 조회23,7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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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스러운’ 공직자의 자세란?
김현모(80 정외) 문화재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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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모(80 정외) 동문이 작년 12월 문화재청장(차관급)에 임명되었다.
김 동문은(행정고시 34회) 문화부 예술진흥과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장,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 문체부 저작권정책관,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문체부 정책기획관, 문화재청 차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문화행정 전문가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취임하신지 석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만, 문화재청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취임 소감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러 동문들이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모든 의사 결정의 중심을 국민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졌습니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재 분야에서 젊은 후배들이 진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혁신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문화재청’이라고 하면 그 이름 때문에 단번에 문화재 관련 업무를 하는 곳이라는 건 알 수 있지만, 업무 범위가 어떤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문화재청 관할 영역은 문화재가 소재하는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지요. 참 방대한 영역입니다.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등을 포괄합니다. 문화재라고 하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고 가꾼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천연기념물․명승처럼 자연유산 형태로 관리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재들을 국보, 보물, 국가무형문화재, 사적,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해 더 잘 보존되도록 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필요한 보존조치를 수행함으로써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게 문화재청의 역할입니다.
땅 밑이나 바다에서 하나의 문화재를 발견한다면 그 문화재를 발굴,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홍보‧전시‧활용 및 교육 역할까지 전 과정을 문화재청에서 수행합니다.
▲ 김현모 문화재청장(왼쪽 두 번째)과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3월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 서오릉(사적)을에 방문하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공직 생활을 문화부에서 시작하신 이후 문화예술행정의 다양한 분야를 거치셨습니다. 문화재 행정이 타 분야 행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화재 분야는 종합행정의 성격이 강합니다. 문화재와 이를 둘러싼 환경을 대상으로 예술, 콘텐츠, 관광이 구체적으로 결합되는 영역이니까요. 더구나 문화재에 대한 인상이 국가 이미지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분야지요.
문화재 행정은 ‘국가-지자체-민간’의 상보적(相補的) 활동이 중요하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국민신탁, 돌봄단체, 문화재 지킴이 등 민간 활동을 적극 지원해서 효율적인 문화재 보존·활용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짐작하시겠지만 문화재는 개발과 보존간의 갈등이 직접 표출되는 영역입니다. 개발과 충돌하지 않고도 문화재가 지역 발전을 이끄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문화재 행정의 관건입니다.
코로나19 탓에 문화 분야가 많이 위축되고 어려움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재청 소관 업무 영역에서도 그런 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코로나19로 비대면 방식이 선호되고 관련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에 관한 모든 정보와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는 ‘문화유산 디지털 혁신 기반 마련’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문화유산 디지털 정보를 생산ㆍ저장ㆍ관리하는 문화유산 ‘데이터 댐(Data Dam)’을 구축하고, 주요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2030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데이터 댐은 수리‧발굴 등 모든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저장ㆍ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국민에게도 정보를 공개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올해도 문화재청은 코로나19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문화유산 활용 가능성을 부각시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야외에 있는 문화유산을 주 매개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한 활용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관광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은 대부분 야외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관광지인 셈입니다.
▲ 김현모 문화재청장(왼쪽 다섯 번째)이 3월 16일 오전 경주 황남동에서 열린 ‘경주 월성발굴조사 운영시설 착공식’에서여 관계자들과 함께 첫 삽을 뜨고 있다.
서강대학교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공직으로 진출하는 동문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공직의 길을 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지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80년대에는 공직에 진출한 동문들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공직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것도 없지 않은 분위기였어요. 공직을 지망하는 소수의 선배와 동료들이 학교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공직 진출을 위한 공부를 하던 시절이지요.
저는 공직이란 특정 계층과 지역, 이념을 벗어난 공정과 균형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직이 지닌 그런 가치와 지향점 때문에, 도전할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하나의 직업으로서도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했고요.
서강에서 받으신 교육이 청장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기억하는 서강, 서강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수선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의 작은 학교’입니다. 수사님들과 술자리 함께 했던 기억도 나네요. 다른 학과 과목을 청강하다가 쫓겨난 적도 있고요. 로욜라 도서관도 각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서강에서 보낸 시간들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진리에 순종하라’는 교훈을 참 좋아합니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겸손하게 나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 그런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요즘엔 예전보다는 공직에 진출하는 동문들이 늘어난 편입니다. 후배 공직 동문들에게 선배 공직자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서로 힘이 되고 격려해줄 수 있는 동문들이 공직에 적어 아쉬운 적도 있었지만, 서강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각 부처에 있는 후배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서강스럽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직을 사회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지 않고, 공적 가치에 충실하면서 자기 직분을 다하는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오히려 제가 배우기도 합니다. 저는 공직 측면에서 ‘서강스럽다’는 것을, ‘철저히 국민 편에 서고 소수 가치도 배려하면서 이성적으로 공정하게 사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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