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혁(74 수학) 제16대 총장 인터뷰, “지금은 마음을 모아야 할 때” 강조, “학교에 대한 애정‧의욕‧신뢰 회복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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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2-24 11:57 조회26,01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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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혁(74 수학) 제16대 총장 인터뷰
“지금은 마음을 모아야 할 때” 강조,
“학교에 대한 애정‧의욕‧신뢰 회복이 중요”
인터뷰_ 정명숙(83 불문), 조광현(88 경제), 표정훈(88 철학), 안수진(10 경제)
글_ 표정훈(88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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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혁(74 수학) 제16대 총장이 지난 2월 1일 공식 취임했다.
총동문회 부회장 정명숙(83 불문), 서강옛집 편집인 표정훈(88 철학), 총동문회 사무국장 조광현(88 경제), 팀장 안수진(10 경제) 동문이 심종혁 총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심종혁 총장은 1955년생으로 1974년 모교 수학과에 입학, 물리학을 복수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웨스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사목학 석사,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교수로 부임해 총무처장, 기획처장, 대외협력처장, 도서관장, 교학부총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총동문회를 위해 시간 내주신 총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먼저 취임 소감을 여쭙고자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정년퇴임 뒤 뭘 할까? 깊이 생각했어요. 뉴욕타임스 기자출신의 어느 분이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한 책에서 은퇴 후 인생이 30년 이상 길어졌다 강조하더군요. 그러니 2~3년 정도 투자해서 방향 전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게 좋다고도 하더군요.
제가 어릴 때부터 뭘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목공(木工)을 익혀볼까 하다가 철공(鐵工)이 좋겠다 싶어 세운상가 근처 공작실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이뤄지는 걸 보면서 유튜버로 활동할까 생각도 했어요. 영성특강을 비롯해 콘텐츠를 제법 갖고 있으니까요. 필요한 장비도 알아보면서 지내다가 총장 후보로 나서게 됐지요. 덕분에 제 은퇴 계획은 다 무너진 거죠.
누구보다 학교를 잘 아시는 총장님에 대한 동문들의 기대가 큽니다.
제가 대학본부의 여러 보직을 10여 년 맡아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 업무 자체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가면서 차근차근 나아가고자 합니다. 총장직이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특별히 기쁘다거나 너무 부담스러워 어깨가 짓눌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의 흩어져버린 마음과 애정을 어떻게 하면 모아낼 수 있을까? 이 궁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생, 교수, 학교 모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유례없는 상황에 우리 서강은 잘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2021년 올해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지요. 참 안타깝습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 만족도를 어떻게 높일까, 늘 고민합니다. 이젠 학교가 상황에 따라가며 대처하기보다 선제적, 예방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합니다. 수업의 경우 초기에 다른 대학들에서 잡음이 생기기도 했었죠. 어느 학교에서는 한 교수가 오래전 외부 강연 영상을 강의에 그대로 사용하는 등의 잡음이 언론에 나왔죠.
우리 서강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다른 대학들에 비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교수님들이 비교적 성실하게 임했어요. 수업 내용에만 집중해야 하는 특성상 오히려 강의가 충실해진 측면도 없지 않아요. 새 학기부터는 교수와 학생들이 온라인상으로나마 실시간으로 만나는 강의를 적어도 3분의 1 이상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학교의 시급한 현안,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지요?
총장 후보 때 교내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마음이 각자 흩어져 있어요. 학교에 대한 애정, 의욕, 신뢰 같은 것이 무너져 있고 실망, 분노, 자조 같은 부정적 정서가 팽배해 있어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흩어져버린 마음을 모을 수 있을까? 이게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 과제입니다.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 분위기로 바꾸고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과제를 말씀해주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서강의 고유한 가치는 학문적, 도덕적, 인간적 수월성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강은 기본적으로 ‘학문공동체’라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도덕적, 인간적 수월성만 강조하고 거기에만 무게를 두거나 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지요. 인간적, 도덕적 수월성을 기반으로 학문적 수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바른 양심으로 우수한 역량을 함양하고, 세상의 문제에 공감하며 세상을 위해 투신, 기여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예수회 교육, 서강 교육의 기본 가치입니다. 영어로 4Cs가 되는 거지요. Conscience, Competence, Compassion, Commitment.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들이 4Cs를 바탕으로 마음을 모으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임 뒤 단행한 보직 인선에서부터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깊은 분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모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하는 동문들이 적지 않습니다. 양적 기준과 순위가 전부는 아니지만, 동문들로서는 언론에 보도되는 순위 지표들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에 대한 외부 평가는 중요합니다. 결코 등한시 할 수 없습니다. 그런 평가가 자꾸 나빠지면 전반적인 사회적 평판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서강 출신들이 역량을 펼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재정이나 규모 면에서 서강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대외 평가 지표들을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무관심하다시피 했거든요. 학교의 긍정적인 언론 노출 빈도도 지금보다 높여야 합니다.
작년이 개교 60주년이었습니다. 서강은 회갑을 지나 어떤 의미에선 새로운 출발선에 있습니다.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서강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어떤 것입니까?
이미 말씀드린 4Cs라는 기본 가치를 기반으로 하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 백화점식이거든요. 예산을 비롯해 학교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어차피 제한적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다 잘하도록 하려다간 자칫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어요. 세상도 학문 세계도 날로 변합니다. 기본은 탄탄하게 가져가되 세상과 학문의 변화 추세에 맞게 변화하면서 나가야 합니다. 예컨대 ‘인간적 수월성’ 측면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문학만 중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우수한 역량으로 참 인간답게 봉사해야 합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서강대 심종혁 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는지요?
수학과 졸업하고 복수전공으로 1년 더 다녀 물리학과를 마친 뒤 물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지요. 서원 전까지 말이지요. 학부 2학년 때부터 6학기 동안 매주 13시간 도서관에서 근무하기도 했어요. 가톨릭학생회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천호동에 살았는데, 9시 수업에 맞추려면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아주 일찍 학교에 와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점차 좋아졌지요. 교내 주요 미사에서 복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총장님께서 서강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 성직자의 소명을 받들 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고교 시절 본당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제가 동성고등학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너 신부 되려고?” 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 신부 절대 안 한다”라고 답하곤 했죠. 제가 어려서부터 뭘 만드는 취미가 있었어요. 전자회로 취미랄까, 라디오도 직접 만들어보고 그랬죠. 학교도 본래 전자공고에 가고 싶었어요.
국민윤리 수업 시간에 김병일 신부님이 고생물학자이자 신학자였던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님에 관해 말씀해주셨어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세계사 수업 시간에 예수회와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3 때 예수회 신학생들이 실습생으로 동성중‧고에서 가르쳤어요. 당시 실습생으로 오신 수사님이 떼이야르 드 샤르뎅, 로욜라 성인과 예수회, 그리고 서강대학 말씀을 하시더군요. 비로소 서강대학을 알게 된 것이죠. ‘아! 서강대학에 가면 예수회 들어갈 수 있겠다’ 싶더군요. 예수회에 끌려서 서강대에 진학했던 거지요.
총동문회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총동문회, 그리고 동문들은 서강이라는 큰 울타리를 뒷받침하는 버팀목과 같지요. 학교를 염려하고 도와주시려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총동문회가 그런 다양한 동문들과 학교가 만날 수 있는 가교,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만, 그런 역할이 더욱 커지면 좋겠습니다. 또 반대 방향으로, 학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문들을 연결시켜 주실 수도 있고요. 총동문회는 학교와 사회, 학교와 동문 사이를 잇는 든든한 다리이자 플랫폼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동문 여러분이 모교에 보내주시는 애정과 기여에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학교가 다소 실망스럽거나 안타까운 모습을 보일 때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언해주시고 지적해주시고 또 격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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