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 서강인 #1. 정유석(91 정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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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13 09:16 조회27,0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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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나 관심사가 깊어지고 넓어진 끝에 프로페셔널의 경지로까지, 즉 직업 활동으로까지 연결, 발전된 경우를 뜻한다. 명실상부하게 덕업일치를 이룬, 또 이루어 나가고 있는 동문 5명과 만났다. 90년대 학번이 세 명, 2000년대 학번이 두 명이라는 점에서 덕후 및 덕업일치가 새로운 트렌드로 발전해나간다는 것을 엿볼 수도 있다.
라이브클럽 운영하며 책 쓰는 삶
정유석(91 정외) 공간 비틀즈 대표
현재 홍대 근처에서 공간 비틀즈라는 라이브 클럽/잉글리쉬 펍을 운영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음악 관련 글과 책도 써서 덕후계의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이 되고자 절차탁마하는 중입니다. 2013년 <비틀즈 디스코그래피>, 2015년 <레드 제플린 디스코그래피>, 2018 년 <퀸 디스코그래피: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라는 책을 냈으며 지금은 <핑크플로이드 디스코그래피>라는 전곡 해설서를 준비하고 출판사를 섭외중 입니다.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 이래로 쭉 록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 시절 많은 청소년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입시 준비하면서 록 음악으로 입시에 대한 중압감,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풀고 그랬습니다. LP 사서 듣고 친구에게 카세트테이프 빌려듣고, 또 복사해서 녹음해듣고 등등 그런 행보였습니다. <음악 세계> 등 음악 관련 잡지도 정기적으로 사서 읽었습니다. 새로운 음반·명반 정보를 얻는데 참으로 좋은 참고 문헌이었죠.
온라인 팬클럽 공동출자 형태의 음악문화 공간
지금 운영 중인 공간 비틀즈는 제가 스탭으로 있는 3만 6500명 회원수의 네이버 비틀즈 팬클럽에서 공동 출자해서 오픈한 공연 공간입니다. 제가 한 10여 년간 학원 업을 했었는데 정리하고 이 공간의 실무 경영을 맡았습니다. 온라인 팬클럽 공동 출자 형태의 공간이 낯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 록 디스코그래피들은 우연한 계기로 쓰게 됐어요. 비틀즈 관련 단행본을 맨 처음 출판했는데,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다보니 책으로 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나중에 저의 젊은 날의 사운드 트랙들을 통해 지난 삶의 편린을 정리하고 전부 복기해보자는 개인적 욕심이 생겨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잉글리쉬 펍/라이브 클럽에서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맘껏 행복하게 찾아듣고 있습니다. 음악 관련 책을 쓴다는 것이 그 음악을 이미 100% 다 아는 상태에서 쓰는 게 아닙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 검색하고 재감상하다가 기존 곡들의 새로운 감상 포인트(관점)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참 큽니다. 새로운 추가 정보를 책으로 알게 된 독자들로부터 칭찬이나 격려를 받으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성적 판단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모두 필요한 분야
그러나 사업은 사업이지요. 솔직히 잉글리쉬 펍 운영과 관련해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저도 피할 수 없는 고충입니다.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는 거죠. 때 되면 정기적으로 고정 임대료 내야하고 직원 알바 급여 줘야하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들의 큰 고충이지요.
사실 저는 주로 이성적인 분야랄까요, 그런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했다고 할 수 있는데 감성적인 문화 영역으로 분야를 바꾸고 나니 모드 전환이 원활하게 즉시 이뤄지지 않는, 나름 애로점도 없지 않아요. 사업으로서는 이성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고, 또 음악과 문화 분야이다 보니 감성적 직관이나 통찰력도 필요하거든요. 또 명실상부한 록 덕후의 나라가 일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일본은 록음악 관련 자료의 천국이나 마찬가지에요. 학창 시절 일본어 공부에 충실하지 못해서 일어에 약한 게 아쉽고 또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영어 자료에만 바탕을 두어 록 음악 글을 쓰는 게 가끔은 한계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음악 취미가 일이 되었으니 행복하긴 한데 동시에 역시 일인지라 때때로 음악 관련 활동이 버겁고 귀찮고 부담스러울 때가 솔직히 있어요. 취미 여부에 상관없이 글을 쓰는 집필 행위는 그 자체로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사소한 문장 하나 작성하는 데도 온 힘을 다해 전념해야하니 심신의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취미를 벗 삼는 삶의 풍요와 행복이 중요
좋아하는 분야를 늘 붙들고 들여다보는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려고 노력하지만, 주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도 큽니다. 그저 혼자서만 좋아하며 즐기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걸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은 분명 달라요.
제가 입학했던 1991년이 군사 정권 시절의 끝자락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억압적인 시국이라 운동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온 후에는 고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공부하는 와중에 록 음악이 불만 및 스트레스 푸는 데 훌륭한 탈출구이자 동반자 역할을 했습니다.
모교인 서강대학교 그리고 정치외교학과는 세상을 보는 저의 시야를 넓혀주었어요. 그런 시야가 저의 책 곳곳에 저도 모르게 투영된다고 생각합니다. 서강대학교라고 하면 모범생 이미지가 떠올라요. 크게 보면 저도 모범생처럼 살아온 것도 같습니다.
현재 저는 비틀즈 공간에 양질의 공연 및 문화 행사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울러 힘 닿는 데까지 충실하고 풍부한 내용의 디스코그래피 서적을 꾸준히 내놓고자 합니다.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획하고 자료 수집하고 준비 중입니다.
동문 여러분들 대부분이 각자 일상의 현실과 삶에 치여 바쁘고 고단하실 겁니다. 그래도 진정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를 발굴하고 벗 삼아 인생을 즐겁고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공간 비틀즈 : 02-3144-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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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비틀즈를 찾은 신윤철 기타리스트와 기념 촬영한 정유석(91 정외,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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