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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서강인 #2. 김정진(96 영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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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14 16:35 조회26,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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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정직한 커피문화 만든다

김정진(96 영문) 에스페란자 로스터즈 대표

 

로스터(Roaster)/큐그레이더(Q-grader)로서 로스팅하우스를 운영 중입니다. 카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은 로스팅 전문 식품 제조업으로 전업중입니다. 국내외 생두 수입업체로부터 생두를 선별 매입하고 로스팅 후 도소매 납품합니다. 원두의 향미 평가를 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커피를 제시하는 일도 합니다.

 

대학원 석사과정이던 2000년대 초반, 친구와 드나들던 홍대 근처 핸드드립 전문 카페에서 싱글 원두커피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자판기 커피와는 다른 차원의 커피를 알게 되었지만 커피 값이 좀 많이 비쌌습니다. 한 끼 식비보다 두 배는 더 비쌌으니까요.

 

박사과정 끝날 무렵 예수회센터에 이냐시오 카페가 생겼고, 최대제 신부님과의 인연으로 카페에서 자원봉사하며 소비하는 사람이 아닌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서 커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도 생두를 만지고 다룰 기회를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커피 문화를 바꿔나가는 즐거움과 보람 

커피 생두가 다른 곡식들처럼 일정량의 수분을 머금고 있는 농산물이기에 썩기도 하고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커피를 만드는 일은 건강한 생두를 선정하고 썩은 생두를 골라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은 제가 마실 커피는 스스로 골라내고 볶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벌써 9년 전의 일이네요.

 

지금 하는 일에서 즐거운 부분은, 제가 원하는 생두를 선정하고 제가 원하는 정도로 로스팅 해서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다품종 소량 생산, 커스터마이징 전문 로스터리를 지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마이크로랏(Microlot)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늘려가는 것도 즐거운 목표이지요.

 

보람이라면, 여러분들에게서 “우리 집의(회사의) 커피 문화를 바꾸게 해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커피의 다양한 향미를 알려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담배와 비슷한 기호식품정도로 생각하고 카페인 섭취에 의의를 두는 커피 문화는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하루 서너 잔 믹스커피나 캔커피를 마신다든지, 썩은 생두가 다량 포함된 저급 생두로 만들어 낸 원두커피를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하는 시간 내내 입에 물고 지내면서 수분도 섭취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깨끗하고 신선하며 정직한 커피를 위하여

고충이라면 아직은 '좋은 커피, 건강한 커피' 보다는 '저렴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같은 생두로 원두를 만들어 내더라도 핸드픽 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두세 배 시간이 더 걸려요. 폐기해야 할 생두양도 늘고요. 생산자 입장에선 세심한 핸드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원가절감 원칙에 반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식품을 생산하는 사람이 일차적으로 생각할 것이 원가절감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되었든 식품이 되었든 썩은 것에 관대한 사회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모교 재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숙제를 다 하지 않으면 놀지도 않는 스타일이었죠. 늘 과제가 많은 서강대였으니 결국 잘 놀지는 못했단 겁니다. 석사 때는 학부생들과 함께 '풍뎅이'라는 환경 동아리를 함께했습니다. 커피자판기 주변에 일회용 종이컵 수거용기를 설치하고, 학교 정문입구에 있던 쓰레기처리장에서 함께 정리했던 일도 생각 납니다. 그 시절에는 다들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시절이라, 커피를 추출 한다든지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하는 게 다함께 공유할 취미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11년 동안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했습니다. 시간 강사를 하면서도 로스팅을 하고 커피는 내렸지만, 전업을 한 이후에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생산자 입장이 되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이지만, 어쩌면 저에게는 생산이 가장 쉬운 일입니다. 깨끗하고 신선하게 식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해진 과정을 정직하게 이행하면 되는 일이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영업이 기업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과정이지만, 저에게는 꽤나 생경하거든요. 더 적응해야겠지만,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경영을 공부한 사람과는 다른가봅니다. 느려도 제 방식대로 키워 가면 된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요즘입니다.

 

‘느리게 만드는 커피원두’의 대명사로 키우고 싶어

서강대에서 공부하면서 다양한 시점으로 보는 능력이 생겼고, 한 가지에 몰두하여 파고들 수 있는 끈기가 더 강해졌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시절도 서강대에서 보냈습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서강대는 리딩리스트, 읽어야 할 과제가 많았죠. 다양한 글, 다양한 상황을 읽어내는 것은 학생이 아닌 지금도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수많은 생두를 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읽어내려 노력중입니다.

 

신선하고 깨끗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맛있는 햇생두를 고르는 일은 늘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세심하게 핸드픽을 하면서 느리게 만드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느리게 만드는 커피원두'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로스터리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품종도 조금씩 더 늘려갈 겁니다. 커피가 더 맛있어지는 계절입니다. 동문 여러분도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든 커피로 일상에 향기를 더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페란자 로스터즈  : 070-8837-1105

홈페이지 : http://www.ercoffee.co.kr/

블로그 : https://blog.naver.com/florence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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