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에서 만난 사람 - 임세영(96 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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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31 15:30 조회21,5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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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에 진심을 담아 팝니다"
임세영(96 신방) CJ오쇼핑 쇼호스트
무심코 방송을 보다가 전화기의 주문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홈쇼핑의 마법이 통한 순간입니다. 홈쇼핑 핵심 직종인 쇼호스트는 제한된 시간 안에 상품의 매력을 어필하고 구매를 이끌어냅니다. CJ오쇼핑 대표 쇼호스트이자 ‘임스타’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임세영(96 신방) 동문을 만났습니다.
쇼호스트로서 일상이 궁금합니다.
올해로 쇼호스트로 일한 지 17년차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예능 방송이나 스타일 클래스에 출연하는데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일이죠. 회사 방송이 주된 일과랍니다. 일주일에 방송을 여덟 번 소화합니다. 방송 후에는 사업 미팅이 이어집니다. 하루에 두 번 방송이 잡히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때는 첫 번째 방송과 사업 미팅을 마친 다음, 집에 가서 쉬었다가 다시 출근합니다. 불규칙한 일정이 쇼호스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죠.
여가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나요?
일전에 몸이 조금 안 좋았던 때가 있었어요. 제 일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매우 슬플 것 같았죠. 그래서 요즘은 일을 약간 줄이는 대신 다른 잡일은 거의 안해요. 먼 곳에도 잘 안가고, 시간이 생기면 잠을 충분히 잡니다. 짬이 나면 대부분 쇼핑을 해요. 백화점에 가서 트렌드도 관찰할 겸 계속 학습을 해야지 관련 상품이 주어졌을 때 잘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
홈쇼핑 PD로 일하다가 진로를 바꾸셨네요.
원래 쇼핑을 좋아하고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재학 시절에는 쇼호스트나 홈쇼핑이 미래 직군이자 산업이다 보니 선택지에 아예 없었어요. 신방과를 전공했으니 TV에 출연하기보다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했죠. 지금의 회사(당시 CJ 39 쇼핑)에 PD로 입사했는데, 쇼호스트 연봉이 저보다 높더군요. 일은 제가 더 많이 하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죠.(웃음) 곁에서 지켜보니 저한테 잘 맞는 일 같아보여서 퇴직하고 직군을 바꿔 정식으로 다시 입사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PD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방송을 만드는 동료들이 쇼호스트에게 원하는 요구사항을 잘 알아요. 쇼호스트들은 모델이나 연기자, 혹은 승무원 출신이 많거든요. 그 분들은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생활 태도나 그 직군들만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저는 직장인의 마인드로 일에 임하죠. 처음에는 카메라 시선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업무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특별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요?
어려움을 겪는 업체의 물건을 어필할 때요. 결과가 좋아서 해당 업체가 제게 고맙다고 할 때 정말 보람 있어요. 또, 고객이 조언을 구할 때도 그래요. ‘체형이 이러이러한데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라고 질문이 들어오면 매일 옷을 접하다 보니 쉽게 도움말을 건네곤 해요. 고객들은 의외로 많이 감사하다고 표현해주시더라고요. 그럴 때 쇼호스트로서 특별한 보람을 느낍니다.
좋은 물건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요. 그 사람에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품질이 낮은 경우에는 진심을 담아서 팔기 어렵죠. 하지만 품질이 아니라 디자인, 색깔, 트렌드의 문제일 때는 (제 취향이 아니어도) 진심을 담을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적게 팔렸다고 해서 안 좋은 물건이란 뜻도 아니에요. 결국 기본만 지켜지면, 어떤 물건이든 귀하고 맞는 임자가 있다고 봐요.
쇼호스트의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일단 자기 전문 분야를 좋아해야 해요. 패션 분야의 쇼호스트라면 여러 패션 아이템을 시도해보는 ‘덕후 기질’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서 캐시미어는 부드럽고 가볍지만 보풀이 잘 일어나잖아요? 만약 이틀에 한 번 꼴로 입으면 그 해를 넘기기 힘들어요. 일주일에 한 번 입는 것도 과하죠. 그래서 여러 벌을 사서 돌려 입어야 오래 가거든요. 이런 건 경험에서 습득하는 지식이죠. 또, 기가 세야 하고 맷집이 강해야 해요. 방송하다 보면 어떤 때에는 맥이 풀려버려요. 아무도 안 듣는 것 같은 순간이 오거든요. 그런 때도 누군가 듣는다는 신념을 갖고, 하고픈 이야기를 끝까지 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지금이 쇼호스트로서 제 전성기라 생각해요. 지난해에 50세 까지만 일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렇게 정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더군요. 은퇴까지 많이 남지도 않았으니 속상하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은퇴 이후를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사업할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추억을 소개해 주세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여행을 떠나기 전 마주했던 청년광장이 생생해요. 지역도 취향도 옷차림도 제각각인 아이들이 청년광장 앞에 쭉 줄지어 서 있었던 풍경이 떠오르죠. 그 전까지는 익숙한 지역에서, 아는 친구들도 있는 곳에서 생활하잖아요. 대학에 들어오니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이랄까요. 모교가 작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었답니다. 매우 어색했지만 동시에 설렜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광장 지하에 주차장이 생기면서 잔디밭 형태가 바뀌었죠. 그렇게 바뀌는 게 마음 아팠어요.
또, 제 학번 또래가 최루탄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당시 신촌 지하철 출구에서 전경들이 검문한다고 가방도 뒤지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만 검문 안하더라고요. 친구들은 그걸 놀리곤 했죠. 잔뜩 멋을 부리고 높은 구두까지 신고 오니 대학생이라고 생각 안했을 거라면서요.(웃음)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제 맘대로 입어보는 시기다 보니 다양한 패션을 마음껏 시도해 봤답니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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