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오대영(98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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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9-02 20:28 조회17,0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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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가장 근접한 사실을 전하겠습니다"
나날이 진화하는 가짜 뉴스들 속에서 ‘팩트’가 무엇인지 확인해 시청자들에게 알려 주는 일을 하는 이가 있습니다. JTBC 기자 오대영(98 영문) 동문은 2016년 7월 18일부터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를 맡아 진행해왔습니다. 팩트 체커 오대영 동문을 만났습니다.
팩트 체크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포털사이트 학력란에 ‘서강대 경영학, 영어영문학 학사’로 나와 있던데 제1전공이 경영학인지요?
아닙니다. 외국어문계로 입학해서 2학년 때 제1전공으로 영문학을, 제2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어요. 가장 인간적인 학문과 가장 실용적인 학문을 함께 전공한 거죠. 제가 하는 일이 냉철하고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이 깔려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그런 특성을 복수전공을 하면서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팩트 체크 코너도 굉장히 냉철해야 할 것 같지만, 눈에 보이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고 봐요. 이것도 사실이고 저것도 사실인데, 사실과 사실 사이에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성이 있거든요.
학창 시절 영문학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언어도 어렵지만 문화와 정서가 달라서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라는 것을 故장영희(71 영문) 교수님이 알려주셨어요. 문학작품을 통해 인간이 느낄 고뇌와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알려주셨죠. 장 교수님은 영문학 개론 시간에 학생들에게 꼭 영어연극을 시키셨어요. 문학 속 한 캐릭터를 맡아 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경험이 지금도 도움 됩니다. 참, 영문학과 동기들 중에 기자들이 많아요. 지금 도쿄 특파원으로 가 있는 동아일보 김범석 기자, 채널A 이남희 기자, SBS 이호건 기자가 모두 동기예요.
졸업 이후에도 학교를 자주 방문한다면서요?
취업준비를 하는 후배들이나 언론사 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특강 요청을 가끔 받아요. 취업정보과에 동기가 근무하거든요.(웃음) 후배들을 만나면 ‘서강인의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직접 느낀 것이기도 한데, 서강 출신들은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거든요. 사회인, 직업인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두루 갖출 수 있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 다닐 때는 다른 학교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서강대는 전공 선택도 자유로웠지만, 그 안에서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참여식 수업을 많이 했어요. 유독 팀 프로젝트도 많고, 토론식 수업도 자주 하고요. 지적이면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게 서강인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학교에서 하자는 대로 한번 해보라고 말해 줍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막연하게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그저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학생회에서 하는 활동들을 열심히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제 강점이 되어 있더라고요.
졸업 후 기업체 직원으로 취업했는데, 어떻게 기자가 된건지요?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인사관리, 조직행동 관련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인사 쪽이 재미있더라고요. 졸업 직전에 몰아치기로 공부해서 딱 한번 언론사 시험을 보긴 했는데, 당연히 합격할 리가 없죠. LG상사에 입사해서 인사팀으로 발령 났어요. 그런데 회사 바로 옆이 MBC였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가 지나가는 것도 자주 봤어요. 아침이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출근하고, 목요일은 꼭 <100분 토론>을 다 보고 새벽 1시가 넘어서 잤어요. 처음에는 막연한 동경이었는데 그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진짜 열심히 한번 준비해서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입사 2년 만에 사표를 냈죠. 부모님께는 재직 기념패 받고 송별회까지 다 마친 뒤에 알렸어요. “6개월만 주십시오. 6개월 동안 준비해 보고 안 되면 뭐든 다른 일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려서 허락 받았죠.
언론사 시험 준비하는 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신문 읽고, 졸업 안 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로욜라도서관에서 책 빌려다 봤어요. 학교 다닐 때 로욜라도서관 수서실에서 근무한 게 많이 도움 됐죠. 어떤 책이 들어오는지 아니까, 필요한 책들만 쭉쭉 뽑아서 봤죠. 퇴사한 게 8월이었는데, 그 해 12월 24일 MBN에 합격했어요. ‘이게 나의 운명이구나’싶었죠. 그렇게 기자 생활을 시작했답니다. MBN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오 동문의 아내는 MBN 이정미 아나운서) 부부 동반으로 아침뉴스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2011년 JTBC로 옮겼네요.
서강대 선배 때문에 직장을 옮겼어요.(웃음) 당시 중앙일보에 정강현(96 국문) 선배가 있었는데, 출입처에서 만나면 학교 후배라고 잘 챙겨 주셨어요. 당시 종합편성채널이 막 생기던 때였는데, 여러 차례 JTBC로 옮겨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회사가 방송을 전폭적으로 지원할거라면서요. 처음에는 “됐거든요”라고 잘라 말했죠. 몇 번을 말해도 제가 말을 안 들으니까 마지막이라면서 학교 앞 철길 옆 투다리로 저를 부르셨어요. 형이 자취하던 곳이라면서요. 거기서 “마지막으로 얘기한다. 너 와라”라고 강력하게 권하시기에 “오케이, 선배 믿고 갑니다”라고 말했죠. 정강현 선배도 그 뒤로 JTBC로 옮겨서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JTBC로 옮기고 2년쯤 지났는데, 어느 날 뉴스가 하나 떴어요. 손석희 앵커가 우리 회사 사장으로 온다는 거예요.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언론인 되겠다고 나선 게 손석희 앵커 때문이거든요. 저런 분과 같이 일하고 싶어서 기자가 됐는데 내가 일하는 곳에 와서 만나게 된 거예요. 진짜 기뻤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손석희 사장께서 저의 이런 경험은 모르실텐데, 아들이 서강대 동문이다 보니 집으로 ‘서강옛집’이 배달되면 재미있어 하실 수도 있겠네요.
팩트 체크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팩트 체크 대상은 어떻게 정하나요?
보도국 회의체를 통해 결정해요. 아침 회의를 통해 팩트 체크 주제를 선정하면, 점심시간 전후로 해서 그때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팩트체크팀이 따로 있고, 저와 방송작가 4명이 함께 일합니다. 저녁 6시 30분에서 7시 정도 기사 마감한 뒤, 9시 10분 방송 직전까지 다섯 명이 모두 전화통 붙들고 있어요.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니까 이중 삼중으로 확인, 또 확인하는 거죠. 평창동계올림픽 때 가짜뉴스가 많아서 어찌나 자주 연락했던지 나중에는 IOC 대변인이 웃더라고요. 스위스 로잔으로 자꾸 전화하고, 메일 보냈더니 “또 JTBC 팩트체크팀이냐”라고 미디어팀이 놀라더군요.
최근 들어 다른 매체에도 팩트 체크 지면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떤 기분인가요?
전 세계 팩트 체커들이 모이는 국제회의가 있어요. 올해가 5회째인데, ‘글로벌 팩트 5(Global Fact V)’ 행사가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고, 팩트 체커 230여 명이 참석했어요. 저는 올해 못 갔지만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4’ 행사에 참여했어요. 한국인 참석자는 저밖에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팩트 체크 지면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팩트 체크라는 게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실 팩트 체크라는 게 원래 모든 기자가 해야 하는 일인데 잘 안 했거든요. 누가 주장하면 그걸 따옴표 안에 넣어서 전하거나, 통신사가 쓴 기사에 대강 ‘우라까이(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바꾸어 자신의 기사로 만드는 행위)’해서 쓰는 관행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청자와 독자가 뉴스를 떠나는 거지요,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를 정도고요. 이미 똑똑한 네티즌들은 2~3년 전부터 자체 팩트 체크를 해왔어요. ‘팩트 체크’라는 이름을 앞에 붙인 기사가 없어지고 모든 기사가 팩트 체크를 해야만 뉴스 신뢰성을 회복하고 언론이 다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진실에 가장 근접한 사실을 전달하자는 각오로 팩트 체크에 임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요?
팩트 체크를 진행하며 스스로 정한 모토예요. 신이 아닌 이상 100%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없으므로 가장 실체적인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진실은 한 가지여도 주장적 사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어요. 논쟁적 이슈가 생겨서 사람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할 때,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문제를 예로 들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생계가 곤란한 이들을 돕겠다는 건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진실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이미 최저임금이 높다’, ‘정부가 개입해서 임금을 끌어올리는 나라는 없다’라는 등의 주장적 사실을 늘어놓고 보면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죠. 그럴 경우 소수 약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목적에 맞아떨어지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팩트 체크예요. 그러한 맥락에서 놓친 게 생기거나 또 다른 약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죠. 거기에 대한 보완책도 추가로 담는 게 제가 하고자 하는 팩트 체크입니다.
지난 1~2년간 거대한 권력의 이동만 봐왔는데, 이제는 우리 삶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사실이냐 아니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제도 변화를 끌어내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크하는 거죠. 이렇게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팩트 체크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러기 위해 오대영이라는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요즘 제 고민입니다.
끝으로 동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강대가 굉장히 자랑스럽고, 서강대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JTBC 많이 봐주세요. 모교에서 배운 대로 팩트 체크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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