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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산을 아십니까 #4. 신문과 소설 속 노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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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26 09:15 조회14,7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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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배수지 후보로 보도

안정효·김승희 등 동문 작가들 회고

 

신문 기사에 노고산이 처음 등장한 사례는 서울, 즉 당시 경성부(京城府)의 급수(給水) 계획에 관한 동아일보 1934년 5월 9일자 기사다. 노고산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하는 저수지, 즉 배수지(配水池) 후보 가운데 하나로 다음과 같이 거론되었다.

 

‘그 외 후보지는 인왕산(표고 338미터)이나 무학봉(표고 93미터), 응봉(표고 121미터), 노고산(표고 104미터), 북악산(표고 200미터) 등을 선택하여 현재 시설의 약 두 배되는 시설을 목표로 하여 고저양구용(高低兩區用) 약 6만 입방미터 성능을 가지게 할 것.’

 

이듬해 1935년 동아일보 10월 20일자 기사에도 노고산이 아래와 같이 등장한다. 경성부에 사는 토막민(土幕民), 즉 주거용 정식 주택에서 살지 못하고 열악한 임시 거처에 사는 빈민 숫자 통계에서 노고산이 언급된다. 당시 노고산에는 경성부가 마련한 토막민 수용소가 있었다. 이후로도 노고산은 경성의 도시 계획 및 도시 확장과 관련하여 자주 신문기사에 나온다.

 

‘경성부 사회과에서 토막민 구제를 목적으로 시설한 부외(府外) 아현리(아현동) 토막민 수용소에 수용된 수효가 약 1천호에 5천 명에 달하고 있으며 노고산 수용소에 약 3백호에 55백여 인이 수용되어 있으므로 그 전부를 합하면 경성을 중심으로 약 5천호에 2만 명이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바.’

 

소설과 시에 나오는 노고산

한국 최초의 추리문학가로도 일컬어지는 김내성(金來成·1909~1957)이 1954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장편 <애인>(愛人)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날은 아직 저물지는 않았으나 해는 노고산(老姑山) 마루턱을 향하여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자기 인생도 마치 이 늙은 시어미 산으로 터벅터벅 걸어내려가고 있는 기울어진 햇발과도 같다고 임 교수는 생각한다.’

 

소설 속 임학준은 ‘S종합 대학의 철학과 주임 교수’로 설정돼 있다. 소설이 발표된 때는 서강대학교 개교 전인데다가 ‘종합 대학’이라는 점에서 모교와는 무관하다. 임 교수는 ‘도심 지대를 멀리 등진 M 여대’에도 출강한다. 위 부분은 바로 그 대학에서 강의를 마친 뒤 임 교수의 심경을 묘사한 것이다. 노고산이라는 지명과 ‘M 여대’를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작가가 이화여자대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밖에 시인 김광림, 전봉건, 김종삼 등 3인이 함께 낸 공동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에 수록된 김광림의 시로 ‘노고산 종점’이 있다. 1950년대 이후 오랜 기간 노고산에는 서울 중심가를 다니는 버스의 종점이자 회차 지점이 있었다. 1990년 12월에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방소(訪蘇)를 ‘노고산 행사’로 명명했다. 이는 노고산과는 무관하며 노태우 대통령의 성 ‘노’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성 첫 글자 ‘고’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드는 은둔처”

시인이자 국문학자 김승희(70 영문) 동문은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한 글을 묶어 1985년에 <33세의 팡세>를 펴냈다. 이 책은 발표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나중에 김 동문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이 책은 내 삶을 “33세의 팡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바꾸어 놓았다. … 나는 고교 시절 내내 열병을 치렀고, 신입생이 되어서는 악마의 향수라 불리는 아카시아 꽃이 무섭게 만개한 노고산을 거닐었으며, 의미를 찾아서 발광하며 신촌 언덕과 명동 골목을 방황하곤 했다.’

 

안정효(61 영문) 동문의 영문(英文) 소설 <Silver Stallion>(銀馬)이 1990년 미국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국내외에서 주목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1992년 2월 8일자 경향신문에 ‘영문 소설 꿈 이룬 지각 작가 안정효’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안 동문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서강대학 재학 시절을 노고산 언덕 및 숲길과 함께 회고했다.

 

‘단과대학으로 문을 연지 3년밖에 안되었던 서강대학은 신촌의 노고산 중턱에 달랑 본관과 예수회 신부들이 기거하는 신부관, 두 개의 건물 밖에 없는 황량하고도 초라한 모습이었고, 나는 하얀 아카시아꽃 냄새가 이슬에 맺히는 언덕을 넘어 체육관으로 가는 교내의 오솔길을 거닐었다. 그 숲속에는 엉성한 벤치 하나가 있었고, 전교생이 1백여 명밖에는 안되어 늘 공간이 많다가 방학이 되면 아예 텅 비어버리는 학교에 이른 아침이면 그 벤치는 더욱 텅 비어 있어서 혼자 숲속에 앉아 상상의 세계로 쉽게 몰입하도록 만드는 나의 은둔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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