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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덕후 10대가 ‘괜찮은 어른’이 되기까지 – 아동청소년 문학가 김혜정(02 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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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1-22 10:45 조회11,8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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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덕후 10대가 ‘괜찮은 어른’이 되기까지 

– 아동청소년 문학가 김혜정 동문 인터뷰

 

서포터즈 1기 한수민(21 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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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이야기 덕후”

 

김혜정 작가(02 국문)가 자신을 소개할 때 쓰는 말이다.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냈고 지금까지도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청소년 문학가인 그녀는 10대 청소년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작품을 쓰며 1년에 100번씩 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게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김혜정 동문을 잠실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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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소설과 동화,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에세이를 쓰는 아동청소년 문학가 김혜정입니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석사도 서강대에서 국문과로 졸업했습니다.

 

Q. 현재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전업 작가예요. 작품활동을 하는 게 반이고, 반 정도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집필활동이 반, 독자를 만나는 시간이 반으로 제 일상이 꾸려져 있어요. 강연은 1년에 100번 정도 하는 것 같네요.

 

Q.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디 가서 저를 소개할 때 ‘성공한 이야기 덕후’라는 말을 많이 해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만화책이나 영화, 드라마, 동화책, 소설책을 너무 좋아했어요. 좋아했는데, 글을 잘 쓰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글을 잘 못 쓰다 보니 학교에서 백일장도 못 나가게 하고, 나가더라도 상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근데 이야기와 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책을 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출판사에 제가 쓴 원고를 보냈어요.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가출일기’라는 책을 내게 되었어요. 그때 정식작가가 된 건 아니고, 2007년에 청소년 문학상인 ‘블루픽션 상’을 받고서 정식작가 되었어요. 제가 서강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죠. 

 

Q. 본인의 ‘작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청소년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작가가 어떤 직업이냐는 거에요. 저는 작가라는 직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처럼 어른들도 월요일에 회사 가기 싫어하잖아요. 근데 작가들은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일할 수 있으니까! 저는 일이 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제 수익의 반은 강연이고, 반은 인세인데, 인세가 들어오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내가 노는데 돈이 들어오지?’

 

Q. 어린이,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쓰시고, 청소년 문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시고 있어요. 청소년 문학에 특별히 힘쓰시고,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사람의 인생에서 이야기의 영향력이 가장 큰 나이가 10대 때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10대 때 봤던 영화나 만화가 지금까지도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저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거든요. 그래서 10대 청소년들이 제 글을 읽고 살아가면서 도움을 얻으면 그게 너무너무 고맙더라고요. 또, 10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10대의 인물들은 매 순간 변화하잖아요. 그래서 어른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더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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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내셨는데, 작품 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헌터걸> 동화 시리즈요. 제가 가장 힘들게 쓰고 가장 오래 쓴 작품이거든요. 많은 출판사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헌터걸> 시리즈가 판타지 동화인데,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동화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소년 소녀들이 소위 ‘나쁜 어른’들을 혼내준다는 내용인데, 이 내용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거절했어요. 세상에 나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 출판사에서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덕분에 책이 무사히 출판되었고, 다행히 10대 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또, 곧 드라마로도 제작돼요. OTT 매체로 반영이 되면 전 세계 아이들이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또는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작품의 장점은 아이들이 주체가 된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직접 나쁜 어른을 혼내준다거나, 상담소를 직접 만들어 운영한다거나, 영화를 함께 만든다거나. 아이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많이 그리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제 글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조금 더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다양한 작품을 쓰셨는데, 이야기 작업 과정 전반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 이야기를 바로 쓰기보다는 시놉시스를 꼼꼼하게 구상해요. 시놉시스를 구상하는 시간이 글을 집필하는 시간보다 길어요. 저는 이야기를 쓰는 건 하나의 건축물을 올리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건축물도 제일 중요한 게 설계도잖아요. 이야기 설계도를 작성하는 시간을 많이 들여요. 등장인물 성격이나 외모 같은 설정도 연예인을 가상 캐스팅해서 생각해봐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장면, 장면마다 세세하게 구상을 한 다음에, 작품을 쓰기를 시작해요, 어떤 작품은 시놉시스를 쓰는 과정에서 접기도 해요. 이야기 소재에 관한 현장조사, 자료조사 같은 것들도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과정에 이루어져요. 초고는 딱 2달만 써요. 장편이든, 동화든. 2달 동안 초고를 쓰고 나면, 담당 편집자와 함께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요. 그리고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거예요. 

 

Q. 작가님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전 작가가 ‘이야기 사냥꾼’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잡으러 다녀야 해요.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도 좋지만 전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년에 책은 150권, 영화는 100편, 드라마는 30개 시리즈 정도 봐요. 내가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보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보면서 요즘 트렌드는 뭔지, 사람들이 어떤 걸 재미있게 생각하는지 파악하죠. 보다 보면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나도 이런 인물을 만나보고 싶다.’하면서 자극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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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연을 하며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오셨을 것 같은데 작가님 기억에 남는 강연 일화가 있나요?

 아이들이 제 작품을 읽고 공감한 경우에는 강연 후에 따로 찾아와서 이야기해요. <다이어트 학교> 강연에서 그런 경험이 가장 많았어요. 싸인을 해주는데, 본인도 거식증을 겪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아이 손을 잡고 단호한 표정으로 ‘이제는 그러지마’라고 눈빛으로 이야기해요. 그러면 그 친구도 알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라고요, 이게, 눈빛으로도 교감이 돼요. (웃음)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이 책을 통해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줄 때, 되게 뿌듯해요.

 

Q. 서강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하셨는데, 서강대학교 입학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글쎄요, 정말 솔직하게, 어렸을 때부터 서강대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어요. 입학한 후에도 기대가 크진 않았죠. 근데 저는 서강대가 복수전공이 자유롭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국문학과로 입학했지만 제가 정말 좋아했던 과목은 사회학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회학을 복수전공으로 하고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했는데 정말 얻은 게 많았어요. 특히 사회학 수업은 작가로서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이라는 것도 결국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잖아요, 사회학 수업이 그 시각을 많이 넓혀준 것 같아요.

 

Q. 서강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작가님은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서강대가 서강고등학교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학 가면 놀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강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출석도 꼼꼼하게 보고, 지정좌석제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수업을 열심히 듣는 성실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Q. 대학생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영화공동체에서 활동했어요. 소설가도 되고 싶었고 영화감독도 되고 싶었거든요. 저희 동아리 사람들이 항상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있어요. 들어올 때는 “영화는 나의 길이다.” 하고 들어오는데, 졸업하면 “영화는 남의 길이다.”하고 졸업하게 된다는 거예요. 저도 그랬죠. 친구들이랑 단편영화도 찍고, 영화 쪽에서 일하시는 선배 분들도 만나보면서 영화 제작에 살짝 맛을 봤거든요. 해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조금이라도 해보니까 내 특성이랑 맞지 않는다는 걸 바로 알겠더라고요. 꿈은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소거해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때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서 ‘아, 나 영화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Q.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교수님이 있나요?

 저는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님 수업을 많이 찾아 들었어요. ‘세대 사회학’, ‘죽음의 사회학’, ‘어린이의 탄생’과 같은 수업을 많이 하셨는데 교수님 수업의 특징이 현대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에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죠. 글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학이 ‘깨어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른들은 “이건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을 참 많이 해요. 그런데 사회학 수업을 들으며 그게 아닐 수 있다,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헌터걸>도 부조리한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게 ‘진짜’ 옳은 걸까?”, “그게 맞는 걸까?”하면서요. 제가 소설 속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했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던 것도 사회학 수업 덕분이었어요. 지금도 전상진 교수님 책이 나왔다고 하면 사서 읽어보고 그래요. 

 

 

Q. 작가님의 작품활동과 작가 생활에 영향을 준 서강대학교에서의 기억, 경험이 있으신가요? 

 서강대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로욜라 도서관에서 항상 울고 다녔던 게 기억이 나요. 대학 다닐 때는 항상 웃고 다녔는데, 대학 졸업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많이 울었죠. 공모전에 작품을 계속 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논문도 잘 안 써지고, 되게 안 풀렸어요. 24, 25살 때 로욜라 도서관에 자주 있었는데 있다 보면 눈물이 나 가지고 혼자 숨어 있었어요. 대학에 그냥 기쁜 마음으로 오잖아요. ‘나 이제 대학생이다.’, ‘나도 이제 어른이다.’ 하면서요. 근데 졸업할 때쯤 되면 “나 아무것도 안 되어있는데 이제 나가라 그러네.” 하면서 등 떠밀려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 들어올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진짜 어른’이 되어서 나가야 한다, 뭐 그런 느낌인 거죠. 저한테는 그 경험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덕분에 청춘, 청소년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앞으로의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재미있기 위해 글을 쓰거든요.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책 50권 정도를 내는 거예요. 지금은 20권 정도 냈어요.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거예요.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저런 어른도 있고, 저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어른이요. 

 

 

Q. 서강대학교를 재학 중인 재학생 동문, 그리고 졸업한 졸업생 동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재학생일 때, 청춘일 땐 청춘이라는 시기가 그렇게 반짝거리는 시기라는 걸 몰랐어요. 제가 어떤 기억이 있냐면, 20살 때 현대백화점 통로에 동기들이랑 대여섯 명씩 일렬로 앉아 있었어요. 돈도 없고, 시간은 많고, 갈 곳은 없으니까요. 그럼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니네 뭐하니?”하고 물어봐요. 그럼 “그냥 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서로 농담이나 주고받으면서 ‘나중에 어떤 연애를 하겠다.’, ‘어떤 어른이 될 거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별 것 아니지만 나중에 보니 그 시기가 정말 반짝거렸더라고요. 그래서 재학생 동문 분들이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얼마나 반짝거리고 있는지를요. 또, 청춘이라는 시기는 반짝거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안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흔들리는 게 많을 거예요. 근데 그게 당연한 거예요. 사회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현대 사회가 불확실해진 만큼 우리가 자유를 얻었다고 이야기하셨는데,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무언가 불확실해서 불안할 때마다, 그 불확실성 덕분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졸업생 동문 분들한테는 같이 괜찮은 어른이 되어보자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어른이 ‘어른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안정하고, 약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어른이 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항준 감독이 팟캐스트에서 “좋은 어린이는 제법 많지만 좋은 어른은 찾기 힘들다.”는 말을 했더라고요. 정말 공감이 갔어요. 괜찮은 어린이들이 많은 만큼 괜찮은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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