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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보라(91 종교) 동문 : 공간 ‘팩토리’,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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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18 19:44 조회3,6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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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팩토리’,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담다

 

 

 

  우리의 일상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예술의 대중화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성과 이해의 차원에서 체감하는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예술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도 확장되며 더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예술을 접하고 이해한다는 것 자체를 막연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까닭이다


b3c9e649bbcf082be5a74350f3018ec9_1718700188_1148.png홍보라(91 종교) 동문


  ‘홍보라’ 동문(91 종교)은 예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벽에 개의치 않고 예술이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비로소 제 가치를 갖는 가능성을 추구해 왔다. 그의 ‘팩토리’라는 이름의 전시 공간은 ‘일상의 순간에서 비롯된 사회문화적 흐름은 예술과 불가분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공간이다. 인터뷰를 통해 홍보라 동문이 전시 공간의 디렉터이자 예술기획자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적 방향성을 들여다보고, 마치 실제 팩토리에 방문한 것처럼 ‘서강’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일상에서 예술과 문화를 창조해내는 시각을 함께 따라가 본다.

 

 

 

Q1. 보통 '전시'라고 하면, 어떤 특정 주제-주로 유명한 작가에게 붙여지는-로 공간에 작품이 나열되고 감상을 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깊숙히 파고들수록 'factory2(구 갤러리 팩토리)'는 으레 생각하는 전시의 개념을 벗어나 주변과의 입체적인 조화를 꾀하고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를 해 온 곳으로 보였습니다. 

선배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공간, factory2에 대해서 서강 가족들에게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예술 기획자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 간의 만남을 통해 유기적으로 새로운 창작을 하기 위해 2002년 문을 열게 된 것이 ‘팩토리’라는 공간입니다. ‘팩토리’는 다양성과 경계를 사랑하는 예술 공간으로, △아트 스페이스(art space)로서는 전시와 교육(워크숍)이 담기기도 하고, △에디션 숍(edition shop)으로서는 아티스트와 자체 개발한 상품과 해외의 협력 브랜드의 작업을 판매하기도 하며, △예술기획사무소로서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아트 컨설팅, 스페이스 브랜딩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명칭인 factory2는 2018 년 15주년을 기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 이전에는 ‘갤러리 팩토리’(2005-2017), 더 이전에는 ‘팩토리 아트 & 크라프트’(2002-2004)라는 이름을 거쳐왔습니다. 기존의 유연한 만남도 좋지만, 역시 기획자들이 하나의 우산 아래 모여 같이 의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여성 예술 기획자들, 창작자들과 2018 년 팩토리 콜렉티브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모체의 개념으로 ‘팩토리’라고도 합니다.


b3c9e649bbcf082be5a74350f3018ec9_1718703392_1168.png  b3c9e649bbcf082be5a74350f3018ec9_1718703399_5158.png

▲ 전시 진행 중인 팩토리2 내부 전경 (2021.09.24-10.17. 진행되었던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의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전시 과정)


- 팩토리2의 홈페이지 : www.factory2.kr


서두에서 언급한 다양성과 경계가 팩토리가 진행해온 수많은 일들의 카테고리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2022년 말에는 개관 20주년을 맞아 인터뷰와 서신을 담은 책을 제작했고 애뉴얼리포트(annual report)와 옥션(auction)을 담은 기념 파티도 가졌습니다. 


- 아트 프로젝트: www.factory483.org/artproject



Q2. 현재 factory2에서는 작가들의 전시, 작품 경매, 기획학교, 워크숍, 디자인 소품샵 등 다양한 경험과 현대적인 감성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 이 활동들을 관통하는 기획 의도와, 궁극적인 목표가 어떻게 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가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는 가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새로운 것을 창작/실험하는 것에 방점이 있는 예술은 어느 정도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개념어로 존재한다는 기존 인식보다는 작은 매일의 실천 속에서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예술 감상과 우리 매일의 일상의 경험은 다른 것이라고 구분 짓기보다는 감상과 경험이 인간의 삶에서 유기적인 요소로 여겨지게 되길 바라며 팩토리2의 활동 및 프로그램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말하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경계가 없다’는 것에 방점이 있습니다. 자본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상에서 누구든지 쉬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팩토리2 내부의 전시나 워크숍, 디자인 브랜드 및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외부 기관과의 협업, 해외 기관과의 교류 등을 모두 앞서 언급한 태도나 방향성을 견지하며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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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워크숍 등 일상에서 경계가 없는 예술의 기회를 제공하는 팩토리2


 

 

Q3. 기획자로서, 디자인, 경매, 소품샵, 교육 프로그램, 베이킹, 요리,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트렌디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문화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특별히 기억나거나 인상 깊게 남은 경험 위주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다시 한번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디렉터인 저를 제외하더라도 팩토리 콜렉티브 구성원의 주업은 그래픽 디자이너, 에디터, 기획자, 아티스트, 교육자, 요리사, 요가 마스터 등 매우 다양합니다. 팩토리는 21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며 이미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과 협업이 축적된 곳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때로는 촘촘하고 또 때로는 느슨한 인적 관계망이 튼튼하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구성원 각자의 전문 분야가 다르다 보니 회의는 언제나 치열한 배움의 연속이고, 이러한 각자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팩토리2라는 공간을 거점으로 하는 공통분모도 있기에 함께 하는 시간은 곧 놀이이자, 일이자, 배움입니다. 우연히도 구성원 모두가 여성이었는데, 각자 다른 저마다의 생애 주기를 공유하며 일과 삶 여러 면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해오고 있습니다. 결국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은 구성원 모두가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배워나가며 성장하였기에 얻을 수 있던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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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공간 팩토리2.

 

 

 

Q4. "미술 혹은 예술 커뮤니티 내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컨텍스트가 계속 바뀌는 것에 촉을 세우고 유연하게 움직이되 근본적인 부분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합니다."

동문님께서 언론에 말씀하신 내용 중, 매체, 환경의 기술적 발전에서 오는 급격한 변화 역시 컨텍스트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라면, 동문님께서 지키고자 하는 '근본적인 부분'이란 어떤 것일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희는 대개 일 년의 방향성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1. 경계성, 다양성, 소수성, 2. 창작의 원천으로서의 버섯≫이라는 두 개의 큰 주제로 연구, 워크숍, 전시 등의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 년 단위 중 한번은 팩토리2의 디자인브랜드인 팩토리에디션을 위주로 한 팝업숍/전시/워크숍 프로그램인 <한적한 숍>을 진행합니다. 한적한 숍은 국내외 다양한 창작자들의 개인성이 돋보이는 브랜드로 구성된 전시이자 팝업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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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4.26.(금) – 2024.5.26.(일) 진행된 2024 한적한 숍


제가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보니 수다와 일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 사변적인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어젠더(agenda)가 돌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부를 향해 자기 증명을 하듯 만드는 전시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개인적인 발견에서 시작된 어젠더를 좀 더 큰 이야기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차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가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개별 전시 계획을 하는 방식보다는 그 한 해에 집중하고자 하는 거시적인 ‘방향성’을 만들어둡니다. 때로는 그것이 한 해를 관통하는 주제어가 될 때도 있고, 때로는 예를 들어 “‘협업’에 방점을 두자”와 같이 태도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방향에 따라 1년 혹은 2년을 구성하는 전시, 프로그램, 제품 개발, 기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요. 저희는 공모를 하지는 않아서, 내부적으로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큐레이터의 자료 및 현장 리서치를 통해 하기도 하고, 우연한 

만남이 전시 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나로 정형화된 방식은 없지만, 그래도 꽤 오래 전시 기획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꼼꼼한 계획과 기획에서 나올 수 없는 그물망 밖의 즐거운 우연성을 기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갤러리로 이메일이나 전시제안서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 기획 프로그램은 한 해의 방향성에 따라 밀도 있게 준비하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정도 전에는 작가와 만나고, 작품의 제작 과정도 함께 공유하며 전시를 준비해야 합니다. 즉, 완결된 작품을 가져와 주제에 맞춰 전시하는 것보다는, 작품 제작 전부터 함께 이야기 나누며 전시를 준비하고, 전시 텍스트와 전시 공간 디자인과 기타 전시를 둘러싼 많은 기획, 행정, 홍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Q5. 요즘 가장 관심있는 분야나 이슈가 무엇인지요?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 기획을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올해는 ‘아트컨설팅 오피스’로서의 팩토리2에 좀 더 힘을 쓰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예술 혹은 예술 밖 기획일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중반기 지나 올 초에 한 번 진행해본 팩토리 기획학교를 늦가을 혹은 초겨울에 한 번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말씀드렸듯, 동시에 올 한해 연구 주제인 “버섯: 불확실성에서 길을 찾는 법” “소수성, 경계성, 교차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외의 예술가, 창작자, 연구자들과 가볍고 즐거운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나 창작 모임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과정 자체에 중심이 있다보니 중간중간에 유의미한 내용을 가지고 중간 매듭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소수성, 경계성, 교차성 연구에 대한 중간 매듭으로 6월 19일부터 7월 7일까지 다양성을 주제로 신체, 경계, 소수 등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책 열람실을 계획 중입니다. ‘다양성’이라는 눈으로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생각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요. 

또, ‘창작의 원천으로서의 버섯: 불확실성에서 길을 찾는 법’ 연구에 대한 중간 매듭으로 올해 9-10월 <The Third F: 제 3의 F, Fungi>라는 제목으로 전시와 워크숍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6. 선배님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은 어떠하신가요? 서강에서 종교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시고, 강미반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강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 중, 선배님의 가치관, 예술관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종교학과 신문방송학이 예술 분야와 큰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현 디렉터로서 가져야 하는 역량과 자질을 키워주고 만들어준 것이 바로 서강에서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학을 통해 나와 사회의 관계를 설정하고, 현재에 대해 질문하고, 어떤 기획을 하던 그 근본이 되는 미션을 설정하는 것을 배웠고, 신문방송학을 통해 기획의 근간이 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태도를 익혔습니다. 예술기획자로서의 경력이 점점 쌓여갈수록 더욱 서강대학에서의 학부 시절의 여러 경험과 성찰이 직접적으로 오늘날의 저의 예술기획자로서의 태도를 만들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Q7. 사실 서강대학교는 예술, 디자인과 관련된 창작 분야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과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길을 선택한 동기와,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의 전문 분야 중 하나는 ‘퍼블릭아트(public art)’입니다. 저는 퍼블릭아트를 기획할 때나 전시기획을 할 때는 항상 예술적/물리적 오브젝트가 아닌 ‘예술적 순간과 기억’을 만들어낸 것에 집중합니다. 기억에서 걸러지면 결국 아무리 값진 예술기획이나 예술품이라도 그 이상의 의미가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물리적인 존재로서의 예술보다는 마음에 남는 아름다운 순간, 기억을 만드는 것이 팩토리에겐 중요한 화두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변치 않는 성질이 아니라, 맥락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라 끊임없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변해갈 것이라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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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라 동문은 ‘예술적 순간과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한 일환에서 2021년부터 팩토리2의 새로운 화두이자 리브랜딩을 시도한 ‘팩토리에디션’은 그 캐치프레이즈로 ‘Seamless Flow: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삼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과 일상, 예술 경험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술적 시도나 태도는 분명 예술이론이나 창작을 전공한 예술인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는 다른 지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앞선 질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서강대라는 작지만 단단한 교육기관에서 종교학과 신문방송학이라는 두 가지의 매우 다른 학문을 전공한 것에 크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꾸준히 저만의 예술적 철학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 토대이자 원동력은 ‘서강’에서의 경험과 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8. 사실,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여전히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서강대를 졸업한 동문이면 더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융합하고 이끌어가는 Leader로서, 서강 가족들이 문화와 예술, 디자인을 어떤 시각으로 접하고 생각했으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90년대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바로 미국에 예술행정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며 공공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적었기에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감상하며 우리 사회, 일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예술을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뿐 아니라 예술정책연구, 공공예술기획, 다원예술 기획 등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전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다양한 창작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기도 하고, 여러 예술문화의 맥락적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호기심과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매우 개인적인 것이 더 많은 사람과 공명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획자의 역할은 ‘설득’과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즉 여러 자원을 모으고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역할이 곧 기획자이기 때문에, 충돌이나 갈등 역시 설득의 과정을 통해 조율하는 것이 기획자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갈등이 있을 때 조율이 쉽지만은 않지만, 문제에 천착하기보다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그 과정 자체도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호기심은 능력이에요. 익숙한 영역에 갇히지 말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도와 경험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예술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예술 기획과 창작에 관련된 일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시 말해,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책에서, 어떤 사람은 대화에서, 어떤 사람은 전시나 영화 감상에서 정보와 태도를 업데이트할 거예요. 결국 우리가 읽는 책이나 보고 듣는 영상은 매일의 작은 선택을 위한 기준을 만들어주는 리소스로 생각됩니다. 저는 대화에서 더 많은 리소스를 얻는 편입니다. 물론 책도 비교적 다양하게 많이 읽고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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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창작과 관련하여 가장 큰 원천을 얻는, 홍보라 동문


앞서 말씀드렸듯, 다양성은 강함이라고 줄곧 생각해왔어요. 미술이 아닌 종교학과 신문방송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하고 시카고시의 문화부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무용,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다양성이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느꼈습니다. 생물다양성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큰 방향성과 태도를 공유할 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홍보라 동문은 서강 가족들에게, 자신이 서강에서 경험한 모든 다채로운 것들의 융합과 이를 기반으로 한 용기있는 발돋움을 통해 예술기획이라는 분야를 리드해 가면서 이것이 끊임없는 배움이자 일이며 즐거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예술은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발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전무후무한 발상과 창의의 영역이라는 편견에 가로막혀 접근조차 어려워할 누군가에게, 일상 속에서 자신을 오픈하고 다양함을 기꺼이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예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것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몰입할 수 있다고 부드럽지만 설득력있는 권유를 건넨다. 부디 서강 가족들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양성을 포용하고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을 해 나감으로써 결국 본인의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예술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팩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서강옛집 한서정(23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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